이제 점심때 뭐먹지 귀족된 금치의 배신

입력 2025.03.25. 21:41 김혜진 기자
■이상기후의 경고…현실된 밥상 양극화
▶ 1부. 음식 불평등 ②김치찌개
폭염·한파 등 금배추 금무
1인분 1만원 서민음식 옛말
재료값 뛰면 매장은 힘들어
나산식당 김치찌개

광주에서 김치찌개 백반 가격 평균 8천원 시대가 열렸다. 2024년 1월, 7천800원에서 8천200원(2025년 1월 기준)으로 5.1%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 조사 결과다. 이들 가격은 광주 평균인 만큼 유명한 식당은 더 비싸다. 한 번 올리면 낮추는 일이 드문 외식 가격 특성상, 1만원 대까지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금(金) 배추' 파동의 후과다. 주재료인 배추 가격이 요동치면서다. 최근 빈번해진 폭염·극한 호우·한파 등 이상기후의 영향 탓이다.

지난 14일 오후 1시께 동구 대인동의 유명 김치찌개 백반집인 나산식당. 묵은지만으로 푹 끓여 내면 특별한 반찬 없이도 밥 한 그릇 뚝딱할 수 있는 김치찌개는 대표적 서민 음식이다.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로도 '스테디셀러'다. 점심시간이 끝날 즈음인데도 10여 개 중 3개의 테이블에는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30대 직장인에서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서민 음식'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만 원이 넘는 김치찌개 식당이 곳곳에 나타나면서다. 다행히 나산식당의 김치찌개 가격은 9천원. 2015년 6천원에 비해 50%, 5년 전인 2020년 7천원에 비해 29%가량 올랐다. 통상 500원씩 상승했던 가격이 지난해엔 1천원 뛰었다. 올해도 배춧값이 치솟으면서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지만 동결했다. 단골 손님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 식당 주인인 김모(69·여)씨는 "아무리 재룟값이 올라도 단골이 많아 한 번에 올리기도 힘들다"면서 "김치찌개하면 서민음식이라는 생각이 있는데 심리적으로 '1만원이 큰 고개'라 그만큼 올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우리는 가족끼리 운영하고 있어서 노동으로 떼우고 있는 데다 가겟세를 내지 않아 이 정도라도 하지 다른 집들은 많이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배추 가격 상승은 매출의 직격탄이다. 손님들이 뜸해지면서 김씨의 남편과 딸은 식당 뒤편 부엌에서 배추를 갈라 간을 했다. 국내산 배추로 담근 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이는 게 원칙이다. 수요가 많은 김장철엔 500~600포기를, 매주 토요일에도 김치를 담근다고 했다.

농산물도매시장에서 구입한 배추로 1년에 1천 포기가 넘는 양의 김치를 만든다. 배추 1포기 당 1천원만 올라도 1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식당에서 '배추가 귀족'으로 대우받는 이유다. 그는 "우리 집에서는 귀족김치라고 부른다"며 "지금 간하고 있는 배추는 어제 사 왔는데 한 포기에 8천원이다. 이번 겨울에는 저장한 배추가 적어서 그렇다고 하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3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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