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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종 박사의 고고학 산책

조현종박사의 고고학산책 <16> 카르나크 거석

입력 2020.07.15. 14:06 수정 2020.07.15. 19:22 @조덕진 mdeung@srb.co.kr
인류문화의 수수께끼, 세계 최대의 거석군
카르나크 열석 전경

인류의 유산들은 대부분 고고학적인 해석을 통하여 새롭게 태어난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의 여러 곳에는 많은 양의 학술연구에도 불구하고 해석이 어려운 유적들이 있다. 이른바 거석기념물! 영국의 스톤헨지(stonehenge)나 프랑스 카르나크 열석(carnac alignments), 우리나라의 지석묘, 그리고 인류 최고의 성지로 일컫는 터키의 괴베클리 테페(Gobekli Tepe)도 수수께끼였다. 돌이 가진 불변의 절대성과 신비로움에 대한 외경심은 동서고금의 공통된 심성이지만, 거석기념물은 그 거대함으로 인해서 비범한 예언들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했다. 중장비는 물론 측량 도구조차 없는 선사시대에 분명한 것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지만, 이것이 어떤 목적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고고학과 자연과학을 비롯한 학제적 연구성과는 천문관측으로서 스톤헨지, 무덤으로서 지석묘, 그리고 농경 이전 최고의 문명으로서 테페유적을 자리매김한다. 나아가 지석묘는 우리나라를 비롯 유럽에서도 선사시대의 무덤이라는 인식이 수용되었다. 여기에는 세계적으로 조직화된 전문연구자들의 공헌이 있었다. 이와는 달리 프랑스 카르나크의 거석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별다른 진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르나크의 거석들은 그것들을 잉태한 신석기시대 농부들에서부터 현대의 고고학자들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상상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2014년 9월, 나는 거석유적의 현장을 답사하기 위해 카르나크를 방문하였다. 파리의 께브랑리 박물관과 스테인드글라스가 유명한 샤르트르의 노트르담 성당도 그 때 보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거석기념물들이 밀집된 카르나크는 프랑스 브르타뉴반도의 남쪽에 위치한 소도시다. 파리에서 카르나크로 가는 길은 몽파르나세역에서 기차를 타고 렌역에 도착, 그곳에서 리무진 버스로 환승, 오레(Auray)를 거쳐 가는 길이 가장 편리하다. 파리에서 3시간 남짓이면 카르나크 거석센터가 있는 메넥(Menec)에 도착한다.

카르나크거석센터

거석센터는 카르나크거석 답사의 출발점이다. 유적과 지역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영화 관람은 물론 작은 전시도 관람할 수 있다. 거석센터의 절정은 무엇보다도 전망안내도가 비치된 테라스에 오르는 일이다. 이곳에 서면 언덕 위로 수많은 돌들이 열을 지어 서있는 신석기시대의 경관이 펼쳐진다.

카르나크 거석군은 기원전 5000년에서 기원전 3000년까지로 추정되는 시기에 정착농경민들이 만든 유산이다. 그들은 이 돌들을 다른 곳에서 아마도 레버와 롤러를 사용하여 옮겨왔으며 땅을 파고 세웠다. 전체유적은 선돌(Menhir)과, 선돌을 열 지어 세운 열석(Alignemente), 그리고 우리의 지석묘에 해당하는 돌멘(Dolmen) 등이 경관을 구성하고 있다. 카르나크 거석군은높이 6.5m, 무게 300톤가량의 돌을 포함 3000여개의 선돌이 길이 6km, 총면적 40ha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유적이다.

거석센터의 안내도는 카르나크 열석을 크게 3개의 열석군으로 구분하고 있다. 서쪽의 메넥 열석(Alignment de Menec), 중앙의 케르마리오 열석(Alignment de Kermario), 그리고 맨 동쪽의 케레스칸 열석(Alignment de Karlescan)이 그것이다. 메넥 열석은 11열의 선돌이 1167m 길이로 늘어서 있으며 숫자는 1169개이다. 케르마리오 열석은 10열로 세워진 1029개의 선돌이 1120m에 걸쳐 경탄할만한 열석군을 과시한다. 케레스칸 열석은 594개의 선돌이 13열로 860m를 진행한다. 사각형의 대지 및 주변에 돌멘-공동묘지가 결합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카르나크지역 출토 장신구

카르나크를 찾은 방문객들은 유적의 옆으로 난 '거석 로드(Sentier des megalithes)'를 따라 거닐며 훈련된 병사의 열병식을 체험하듯 끝없이 서있는 열석을 만날 수 있다. 나는 그곳의 선사박물관을 찾아 전시품을 기록하고, 석양과 이튿날 새벽녘에 노란 들꽃이 피어나기 시작한 9월의 황량한 신석기시대 평원을 걷고 또 걸었다.

과연 이렇게 많은 열석들의 함의는 무엇인가? 왜 농업의 출현이 거석기념물들을 탄생시켰으며 이처럼 인상적인 거대한 경관을 만들게 되었는가. 수렵채집민에 비해 농업목축인은 보다 긴밀한 협력, 공동체가 의지하는 신성한 토양과의 연계, 그리고 의례의 수행에 헌신적인 집단과 지도자의 출현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그것들이 아마도 성스러운 장소, 혹은 중요한 매장지를 가리키거나 부각시키는 표식일 것이라고 정의한다. 또한 평행한 돌들의 선이 높은 지면에 위치한 특정한 지점을 향한다는 것과 열석의 방향이 해가 뜨는 방향을 따라간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이러한 논의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과소평가할 수 없지만, 그러나 이것도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현지에서 본 카르나크 열석의 문화적 경관은 수천 년 전의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뭔가를 기록한 메시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장엄한 기념물, 카르나크 열석의 비밀은 여전히 해명되지 않았다. 그 비밀이 밝혀지길 기대한다.

조현종

국립중앙박물관 고고부장과 학예연구실장, 국립광주박물관장을 역임하고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했다. 1992년부터 사적 375호 광주신창동유적의 조사와 연구를 수행했고, 국제저습지학회 편집위원, 고고문물연구소 이사장으로 동아시아 문물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 초기도작문화연구' '저습지고고학' '2,000년전의 타임캡슐' '탐매' '풍죽' 등 연구와 저작, 전시기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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