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으로 U턴 청년 느는 전남

[영상] 일본유학파 기계공학도 왜 장어에 꽂혔나

입력 2021.11.02. 18:33 선정태 기자
[농촌으로 U턴 청년 느는 전남 <6>보성 장어양식 장채선씨]
보성 도선양만장 장채선씨

농촌으로 U턴 청년 느는 전남  <6> 보성 장어양식 장채선씨

물려받은 양만장 '장어박사의 꿈'

유학·현장 경험 살리며 이론 공부

왜곡 유통구조 개선 위해 소매 도전

값싼 수입산 구별···HACCP 준비

주문판매 포장지도 BPA프리로

생산자·소비자 윈윈 차별성 승부





"우리나라 양만 1세대인 아버지가 힘들게 지켜온 양식장을 포기할 수 없어 귀농을 과감히 결정했습니다. 장어를 친환경적으로 건강하게 키우는 농가의 노력이 묻히지 않고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판매 방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을로 접어드는 10월 초의 오전 6시.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어둑한 새벽 보성군 벌교읍에 위치한 도선양만장이 분주해진다. 양식장에 들어서자 600여평의 양식장은 희미한 전등 몇 개만 켜진 채 앞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할 만큼 어두웠다. 어둠을 좋아하는 장어의 특성때문에 양식장 안은 늘 깜깜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장채선씨는 머리의 랜턴 하나에 의지한 채 10여 개의 수조를 돌며 사료를 주기 시작했다.

양만장은 어두운 양식장에서 헤드랜턴에만 의존한 채 장어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

◆ 실전 경험 통해 학술 발전도 계획

장씨는 아버지가 1968년 시작해 50년을 가꿔온 양만장을 5년 전 물려 받아 운영하고 있다. 기계설계를 전공해 일본에 유학가 공부하던 중 전격적으로 직업을 바꿨다.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이 장어를 키우던 곳이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돕던 일이라 익숙해 큰 어려움이 없는데다, 우리나라보다 장어 양식이 발달돼 있어 아버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장어 먹이 만드는 과정.

그렇게 몇개월 하다보니 장어 양식의 발전 가능성이 보였고, 그대로 귀국해 부모님과 상의해 양만장을 이어받게 된 것이다. 어머니는 크게 반대했고, 아버지는 고마우면서도 했던 공부를 포기하는게 안타까워 했다.

장씨가 귀어를 선택하고는 2년간 이론 공부에 몰두하면서 '장어 박사'가 되기로 다짐하고 전남대 수산과학과 석사 과정도 마쳤다. 지금은 박사 과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수산대 경영자 과정도 밟고 있다.

판매를 위해 장어를 고르고 있는 장채선씨.

장씨는 "우리나라에 민물 장어를 키우는 분들이 많은데, 학술적 연구는 부족하다. 장어 관련 논문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장어를 키우면서 공부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장어 양식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어 유학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일본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하기도 하고, 우리 현실에 맞추는 과정도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계들로 가득찬 양만장을 운영하는데, 그의 전공은 오히려 장점이다. 기계를 직접 제작하는 것은 물론 응급 조치도 곧바로 할 수 있다.

장어를 손질하고 있는 장채선씨.

장씨는 "양만장에는 기계가 잔뜩 들어가 있어 매일 점검·수리하고 보수할 일이 많다"며 "기계를 전공하고, 일본 유학 다녀온 것이 양식에 큰 도움이 된다. 장어 양식에 대한 부족한 부분은 지금부터 공부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보성장어양식장

◆ 수조 속에서 작업, 자칫 감전 사고로 이어져

민물장어 양식은 1년 주기다. 10~11월께 15만 마리의 장어 치어를 구입해 이듬해 9월께 출하한다. 머리카락 한올보다 얇은 치어가 1년이면 300~400g 정도로 자라 출하 시기를 기다리게 된다. 장어는 하루에 오전 6시와 오후 6시, 두번 먹이를 준다. 희미한 불빛조차 없는 깜깜한 양식장 수조를 돌며 랜턴 하나에 의존해 1시간 반동안 먹이를 만들어 뿌려주다 보면 아찔한 순간들이 생긴다. 오전 9시부터는 양식 수조 물을 점검하고 교환도 해준다. 기계로만 할 수 없어 사람이 수조에 들어가 작업해야 한다. 수조의 물을 순환시켜주는 물레방아와 액화산소 공급 장치, 물의 철분을 조절해주는 기계 등 온통 전기가 쓰이다 보니 늘 감전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수조 안에서 감전되면 익사로 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다른 양만장에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정전 역시 양만장에서 조심해야 할 문제다. 정전된줄 모르면 곧바로 장어들이 폐사해 커다란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기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키운 장어를 소비자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소매도 추가했다. 장어를 손질하고 있는 장채선씨.

장씨는 "양만장은 물과 전기가 공존하다 보니 늘 감전 등 안전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최근 다른 양만장에서 깊은 수조에서 감전에 의한 익사가 발생하기도 했다"며 "1년에 1~2번 발생하는 정전을 방지하기 위해 두 대의 발전기를 설치해 놔, 늘 점검하고 확인하는 것도 중요 일과 중 하나다"고 밝혔다.

보성군 도선양만장의 장채선씨는 최근 입식한 장어 치어의 상태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있다.

◆ 친환경 양식…소비자는 선택 못해 아쉽

장씨는 장어 양식 1세대인 아버지의 양만장을 지키고 키우면서 발전시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1968년 일본에서 장어 양식을 도입한 장본인 중 한명이다. 그 후 수십년 동안 1년간 키운 장어 대부분은 일본으로 수출했지만, 국내 소비가 늘면서 수출을 중단하고 내수 판매에 집중했다.

장씨 아버지 때부터 장어 먹이는 친환경적으로 제조했다. 그만큼 시간과 수고,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지만, 건강한 먹이가 좋은 장어가 된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아 수고로움을 견딜 수 있었다. 장씨에게는 아버지의 그런 철학을 본받고 이어받았지만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소비자의 주문 직후 장 씨가 직접 손질해 놓은 장어. 이 장어들은 곧바로 진공포장돼 소비자에게 배달된다.

생산자가 아무리 자신의 양만장 명예를 걸고 친환경적으로 키워봤자 소비자는 구분되지 않고 제공되기 때문이다. 유통업자들이 수많은 양만장의 장어를 한꺼번에 모아 전국 식당으로 배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항생제 장어 파동이 발생했을 때 전혀 판매되지 않는 큰 고비도 있었다.

장씨는 또 밀려드는 중국산에 대응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장어의 몇 배나 되는 값싼 중국산이 수입되고 있지만 식당은 물론이고 장어 관련 식품에 중국산이나 수입산을 썼다는 제품을 본 적이 없다. 구분할 수 없다는 맹점을 악용해 국산 가격으로 둔갑시켜 비싼 가격을 받기 위함이다.

장어도 이력제 도입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도선양만장은 온라인이나 전화로 주문한 장어를 손질해 압축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압축포장지도 고가의 BPA 프리 제품을 사용할 정도로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선은 건강하게 키운 것을 홍보하고, 중국산과의 차별성도 알리기 위해 HACCP 인증을 준비하고 소매 판매도 시작했다. 소매 판매는 복잡한 장어 유통 과정으로 생산자는 싼 값에 판매하고 소비자는 비싸게 구입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서 벗어날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장 씨는 "지난해부터 온라인 판매를 위해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진공포장지도 BPA 프리 재질로 준비하는 등 '친환경'에 초점을 맞췄다"며 "따로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시간이 지나면서 온라인·택배 주문이 늘고 있다. 부모님은 '바쁜데 일만 더 느는게 아니냐'고 걱정하시지만 정성껏 키운 장어를 많은 소비자가 알아주는게 기쁘고 행복하다"고 밝혔다.

도선양만장은 온라인이나 전화로 주문한 장어를 손질해 압축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압축포장지도 고가의 BPA 프리 제품을 사용할 정도로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친환경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 경험에 의존 안돼…공부만이 성공

귀어는 귀농과 달리 기반 시설없이 무작정 달려들 수 없는 구조다 보니 귀어인 대부분이 2세대다. 그렇다고 2세대 귀어인 모두가 성공할 수 없다. 준비하지 않고는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 수익만 바라보고 접근하면 고된 현실과 맞부딪혀 포기하기도 한다.

2세대 귀어인 대부분 어릴적 부모님의 일을 도운 경험만을 전부로 생각하고 무작정 뛰어드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장씨는 일을 할 수 있는 것과 운영하는 것은 하늘과 땅차이라는 것이다.

귀어를 결심했으면 1~2년은 공부하고 조사한 후 시작해야 위기 관리가 가능하다.

장씨는 "귀어 후 어떤 위험이 있고, 위기를 어떻게 넘길 수 있는지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 많은 직장인들은 취업을 위해 공부에 몰두한다. 귀어라고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나 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생계가 무너질 수 있다"며 "대부분 1차 산업은 수익이 1년 주기로 산출된다. 긴 호흡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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