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으로 U턴 청년 느는 전남

[영상] 2030 축산농 2세들 "한우는 내 운명"

입력 2021.11.16. 17:39 선정태 기자
[농촌으로 U턴 청년 느는 전남]
<7> 해남 번식우 농장주 모임 '한우다방'
대학 선·후배 6명 스터디그룹
사육부터 농장 운영까지 공부
이론 근거 실무 접목 큰 성과
다산 암소 개체 수 확대 등 효과
건강한 먹이·축사 환경개선도
"혼자서 힘들 일 함께라서 가능"
해남지역 축산농 2세들의 스터디그룹 '한우다방'의 활동 모습.

농촌으로 U턴 청년 느는 전남 <7> 해남 번식우 농장주 모임 '한우다방'

27살부터 32살까지의 해남 축산 농가 2세들이 지역 한우 발전을 위해 똘똘 뭉쳤다. 고령의 지역 축산인들 사이에 나이가 비슷한 또래 6명이 만나 지루한 농촌 생활의 지루함을 달래는 것은 물론 저마다의 노하우를 교환하고 공부하는 동아리를 결성한 것.

영농 경력이 7년에서부터 지난해 막 시작한 사람까지 다양한 나이만큼 축산 경험도 차이가 있지만 6명의 청년은 2019년 '한우다방'이라는 이름으로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5명으로 시작했다가 2명이 추가됐다. 그러다 1명이 탈퇴하면서 6명으로 '다방'을 운영하고 있다.



◆공부하며 소 키우는 청년들

한우다방이라는 명칭은 고향 냄새 물씬 풍기지만 커피나 음료를 파는 곳이 아니다. 그렇다고 소고기를 파는 곳도 아니다. 경험에만 의존하지 말고 목장 운영과 소를 키우는데 이론 공부가 필수적이다는 해남 청년들이 모여 만든 스터디그룹이다. 그룹의 마땅한 이름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누군가의 제안으로 이름을 지었다.

한우다방 회장은 나이가 가장 많은 고문성씨가 맡았다. 가장 어린 박재훈씨가 총무로 형들을 뒷바라지 하고 있다. 여기에 9년 차 안성준씨와 박주영, 윤재현씨, 이제 막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김도현씨까지 이렇게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해남군 4-H회 연말 총회에서 한우 사육을 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애로 사항과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혼자서는 힘드니 공부모임을 가지면 좋겠다'는 뜻이 모여 한우다방을 결성하게 됐다.

이들은 2주에 한 번씩 공부를 진행하며 발표자를 정해 한우 관련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 주제를 정해 모임 전에 공부를 다 해온 다음, 돌아가면서 공부한 내용을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는 등 높은 열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매주 저녁에 만나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고 공부하는 이들이지만 농번기인 9~11월에는 바빠 모임을 못 갖는 대신 4~6월에 집중적으로 모인다.

혼자서는 많은 분야를 공부해야 하지만, 파트별로 나눠 공부해 공유하니 범위도 넓어지고 깊어졌다.

이들이 습득한 이론이 늘수록 사육 두수도 늘었다. 10여 마리를 키우던 한 멤버는 5년 사이에 80마리로 늘었고, 50마리였던 멤버는 지금은 100마리로 늘었다. 공부 효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지역 선후배이자 학교 선후배

한우다방 멤버들의 공통점은 해남에서 소를 키우던 부모님 밑에 자랐다는 것 외에도 같은 대학교를 다닌 선후배 사이라는 점이다. 또 모두 번식우 중심의 농장을 운영하면서 벼농사도 짓고 있다는 점도 같다. 이들 사이에는 이런 공통점은 '함께 성장하고 함께 즐긴다'는 말로 대변된다.

이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많은 암소들이 더 많이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출산하는 암소를 위해 건강하고 깨끗한 먹이를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나 축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멤버들은 자료 등을 통해 비타민의 중요성을 깨닫고 사료에 어떤 비타민을 얼마나 섞는 것이 필요한지도 공부하고 있다. 또 소의 발정기 조절을 위한 생리 호르몬 연구도 같이 하고 있다. 호르몬을 조절해 임신 시기를 앞당겨 송아지 출산을 늘리기도 했다.

실제 안성준씨가 키우는 암소는 9번 출산 후 10번째 수정을 준비하고 있다. 보통 암소가 3~4번 출산하는 것에 비하면 2배 이상 출산하는 것으로, 그만큼 평소 관리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한우 키우기 위한 열정

농장 운영을 하다 보면 부모님과 마찰도 있다. 이론과 정보를 통해 번식의 효율을 고민하고 접목시키고자 하지만 낯선 방식에 부모님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랜 경험을 통한 노하우와 책과 공부를 통한 지식이 충돌하는 셈이다.



더 좋은 먹이를 공급하는 것, 비타민의 중요성을 알아가는 것, 호르몬 변화를 유도하는 것 모두 더 좋은 한우를 키우기 위한 열정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보니 벼농사도 병행한다. 어찌 보면 '좋은 먹이'를 위해 농장과 벼농사는 세트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볏짚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직접 얻는게 더 경제적일 뿐 아니라, 라이그라스도 직접 재배해 조사료도 수월하게 공급할 수 있다.

벼농사를 같이 짓다 보니 1년 내내 바쁘지 않은 날이 없고 피곤함은 몇 배가 됐지만, 일에 익숙해지면서 여유 시간도 갖게 됐다. 한 멤버는 원동기 면허를 취득해 오토바이 타는 취미로 여가를 보내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고되고 버겁지만 희망이 크다

오전 7시께 일어나 축사 살피고 먹이를 주고 곧바로 논으로 향한다. 최근까지 추수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수년간의 공부와 노력 덕분에 한우다방 멤버 대부분 사육 두수가 부쩍 늘었다.

11마리를 키우던 멤버는 7년 만에 80마리로 늘었고, 내년까지는 100마리를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우다방 멤버 대부분 송아지를 사오기 보다는 자가 번식을 통해 사육 두수를 늘리는 것도 특징이다. 몇 년 전 구제역 파동 때문도 있지만, 자가 번식을 통해 좋은 혈통을 유지하고 싶은 욕심도 크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걱정은 한우의 과잉 공급이다. 지금은 송아지 수요가 많아 출산 송아지가 비교적 좋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한우는 현재 300만 두 수준이지만 340만~380만 두 정도까지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다.

송아지를 키우는 기쁨과 무럭무럭 성장하는 것을 보며 만족감이 높으면서도 사룟값 등 부채도 쌓이고 있어 때로는 버겁다.

그러면서도 한우다방 모두는 "한우는 내 인생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송아지의 커다란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며 "아기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한 소들과 교감하며, 새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으면 더 없이 소중한 직업이라는 책임감이 더 커진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해남=박혁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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