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년 선고받고도 감사실 발령
피해자, 전 직원에 메일로 호소
TP "피해자 공식 문제 제기 늦어"
광주테크노파크(광주TP)가 소속 직원이 계약 업체 관계자를 성폭행한 사건을 2년여간 묵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의 요청에도 가해 직원을 업무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실에 발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13일 강수훈 광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서구1)은 광주시 산업건설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최근 광주TP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한 직원에게 징계를 내렸다"며 "사유는 성폭력에 따른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고 밝혔다.
강 의원에 따르면 지난 9월27일 광주TP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6급 직원 A씨에 대해 '파면'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22년 11월11일 계약 업체 소속 B씨를 항거불능 상태에서 추행해 이듬해 7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올해 1월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사건 발생 약 한 달 뒤 광주TP에 익명으로 우편을 보내 A씨에 대한 징계 조치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광주TP는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고, 심지어 지난 6월 A씨를 감사실에 발령하고 '인권경영' 업무를 담당토록 했다.
강 의원은 김영집 광주TP원장에게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고 질의했고, 김 원장은 "(징계하려면) 피해자가 공식으로 진정을 제기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또 담당자가 중간에 교체되면서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업무 인수가 안 돼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냐"며 "징계를 받아야 할 A씨를 오히려 감사실로 배치해 반부패, 청렴업무, 내외부 감사를 대응하게 했다. 기가 막힐 일"이라고 질타했다. 김 원장은 "재판 중인 것은 알았으나, 선고 결과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못해 감사실로 발령했다"고 설명했다.
광주TP의 안일한 대응에 B씨는 광주TP 직원들에게 직접 피해 사실을 밝히며 A씨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B씨는 A씨가 감사실에 배치된 지 1개월여 뒤 광주TP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발송하고 "성범죄를 눈감아주고 정년 보장해 주는 게 광주TP의 복지인가"라며 "내 삶은 지옥으로 바뀌고 내 가족들은 아직도 고통에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당신이 저지른 죄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벌을 받으라. 진심으로 사죄하라"고 A씨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B씨는 국선 변호사를 통해 김 원장에게 "품위유지의무위반 중 성폭력에 해당하는 비위행위가 그 정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해당비위행위자를 '파면'하도록 돼 있다. A씨의 징계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달라"는 내용의 징계 요청서를 보냈다.
결국 광주TP는 B씨의 민원으로 사건 발생을 인지한 지 1년10개월만인 지난 9월 뒤늦게 인사위원회를 열어 '늑장 징계'를 내렸다.
광주TP 관계자는 "피해자에게 죄송하다"며 "B씨가 좀 더 빨리 국선 변호인 등을 통해 정식으로 징계 처리를 요청했다면 더 빠르게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철의 의원(더불어민주당·서구4)는 "성범죄 직원을 2년 동안 징계하지 않은 것은 2차 가해"라며 "다른 시 산하기관은 유죄가 확정되지 않아도 징계 처분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의회 산건위는 지난 5일 진행된 행감에서 광주TP가 기존 보고와 수치가 불일치하거나 계약 업체를 누락하는 등 부실 자료를 제출해 감사를 중단하고 이날 재개했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 '5·18 기념 대중교통 무료이용 사업' 1년 만에 좌초 위기 광주시의회 전경 올해 처음으로 시행돼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던 '5·18민주화운동 기념 대중교통 무료이용 사업'이 1년 만에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광주시의회가 열악한 재정과 지원 중복 등을 이유로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시의회는 최근 관련 조례 제정을 통해 해당 사업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한 바 있어 모순적인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3일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전날 2025년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 예산안 심의에서 5·18 지방공휴일 시내버스 무료이용 지원 2억6천800만원과 도시철도 무료이용 지원 5천1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고 밝혔다.행자위는 이미 약 1천억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지원 사업과 내년 시행되는 대중교통비 지원 사업 '광주G-패스' 등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며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하지만 지난 4월 관련 조례를 제정해 사업 지원 근거를 마련한 시의회가 정작 예산을 모두 삭감한 것은 비논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 기본조례' 제19조 3항은 '시장은 5·18의 정신계승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시내버스 및 도시철도 무임승차 등 지방공휴일 취지에 맞는 사업 등에 예산의 범위에서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광주시가 5·18 44주년을 맞아 한 차례 대중교통 무료 사업을 시행한 결과 실제로 대중교통 이용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사업의 당위성도 충분한 상황이다.지난 5월18일 도시철도 무료 이용객은 6만542명으로, 토요일 기준 도시철도 평균 이용객 4만1천426명 대비 45.1% 증가했다. 시내버스의 경우 당일 교통카드 단말기를 사용하지 않아 이용객 수가 집계되지 않았다.더욱이 광주시는 보행자 중심의 도시 공간을 조성하는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보행자)' 정책을 역점 사업으로 내세우며 대중교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5·18 대중교통 무료 사업은 광주에서 큰 의미를 갖는 5·18과 연계해 시민들에게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같은 측면에서 시의회의 예산 삭감은 시책과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 관계자는 "타 지자체에서 5·18 대중교통 무료 이용 사업에 대해 문의해 올 만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사업 시행 당일 많은 시민이 '평소 자가용을 타는 데 무료로 대중교통을 운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5·18 행사장에 갔다', '무료로 버스를 타며 5·18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주셨다"며 "재정이 어려운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필요한 예산"이라고 말했다.행자위는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민주인권평화국이 아닌 통합공항교통국 예산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업에 대한 근거 조례가 민주인권평화국 소관이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시 관계자는 "통합공항교통국과 논의한 결과, 5·18 관련 조례 소관 부서인 민주인권평화국 예산으로 편성하는 게 맞다고 의견이 모아졌다"며 "통합공항교통국 예산으로 추진하려면 시내버스 준공영제 관련 조례에 사업 지원 근거 조항을 신설하는 등 추가 절차가 필요하고 여러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다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예산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남아있다.홍기월 예결위원장은 "5·18 대중교통 무료 사업은 광주 시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예산을 삭감한 상임위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집행부가 부족한 사업 설명을 보충하는 등 예결위에서 다시 논의를 거쳐 예산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한편, 시의회 예결위 예산 심의는 오는 9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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