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조례보다 행정 앞서…사후 개정 위인설법"
민 시장 "지명은 청문 준비행위 뿐, 법률 검토 마쳐"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에 출석해 정무부시장 시민추천제의 조례 위반 여부를 놓고 광주특별시의회와 정면으로 맞붙었다.
민 시장은 시민추천과 후보자 지명이 인사청문을 위한 준비행위인 만큼 위법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광주특별시의회는 조례 개정에 앞서 후보자를 모집하고 지명한 것은 의회의 입법권을 무시한 위인설법(특정한 사람을 위해 법을 만든다는 뜻)이라며 반박했다.
광주특별시의회 의회운영위원회는 14일 제2회 임시회 폐회 중 제4차 회의를 열고 ‘정무부시장 시민추천제 추진계획 및 경과보고 청취의 건’을 심사했다. 광역단체장시의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한 것은 민 시장이 처음이다.
민 시장은 시민추천제 추진이 현행 조례에 따른 부시장 임명 절차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향후 조례 개정과 인사청문 요청을 위한 사전 준비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조례대로 시민추천 절차를 진행할 경우 부시장 임명이 한 달 이상 늦어질 수 있어 개정될 조례를 전제로 후보자 추천과 지명 절차를 먼저 진행했다”며 “임명 발표가 아니라 지명 발표라는 점에서 사과할 일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부시장 지명은 공식적인 인사청문을 요청하기 위한 사전 준비행위일 뿐이다”며 “새로운 형식과 제도를 추진하면서 의회에 충분히 말씀드리지 못한 점이 없었는지 돌아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신민호 의회운영위원장은 행정이 법과 조례보다 앞서갈 수 없다고 반박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 7월 1일 집행부가 관련 조례안을 제출해 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친 만큼 기존 조례에 따라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며 “6·3 지방선거 이후 당선자 신분에서 조례 개정을 먼저 추진할 기회도 있었다”고 했다.
특히 신 위원장은 의회가 지난달 29일 공문을 통해 자료를 요구하고 조례 불일치 문제를 지적했으며, 조례 개정안을 먼저 확정한 뒤 후보자를 지명하는 방안을 제시했음에도 집행부가 절차를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행정이 법과 조례를 앞서가서는 안 된다”며 “의회의 심의·의결도 거치지 않은 조례 개정을 확정된 법규처럼 전제하고 후보자를 먼저 모집하고 지명한 것은 의회의 조례·입법권을 사후 추진절차로 격하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시민이 추천한 분야와 실제 임명될 직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들었다. 시민의 뜻을 인사에 반영한다는 시민추천제의 취지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 위원장은 “사후 조례 개정으로 치유될 사안이 아니다”며 “사람을 보고 나서 법을 만드는 위인설법에 동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집행부가 제출한 법률자문 내용도 쟁점이 됐다. 해당 자문에는 “예정된 조직개편안을 전제로 인사청문을 마쳤더라도 이후 조례안이 부결되거나 본질적으로 수정될 경우 당초 청문이 법적 근거가 없는 직무를 대상으로 한 절차가 될 수 있어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민 시장은 해당 법률자문 역시 검토했으며, 자신이 추진한 절차는 인사청문 자체가 아니라 청문을 요청하기 위한 준비행위라는 점에서 법적 요건도 위배되지 않는 다고 반박했다.
치열한 신경전도 펼쳐졌다. 신 위원장이 회의 초반부터 “입법 절차를 무시한 데 대해 의회와 위원회에 사과의 뜻을 피력하는 것이냐”고 묻자 민 시장이 “사전에 설명을 드리지 못해 아쉬울 뿐, 사과드린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답한 대목이다. 민 시장은 “위법부당한 일이 있다면 사과드리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오늘의 청문이 저의 사과를 받기 위한 자리는 아니지 않느냐”고 맞받아쳤다.
민 시장은 이날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참석을 위해 회의 시작 30여분 만에 이석했다. 이를 두고도 신 위원장이 의회와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이석하는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오늘의 회의가 파행적으로 이뤄지면, 대의회 관계가 어떻게 될지 집행부가 고민해야 할텐데 심히 아쉽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민 시장은 “제가 없으면 위원회 회의를 진행할 수 없는가”라며 “대신 답변할 공직자들이 있고, 시도지사협의회 첫 회의인 만큼 참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특별시의회 부시장 시민추천제는 지난달 10~15일 후보자 추천을 시작으로 배심원단 투표와 적격심사를 거쳤다. 투표인단은 무작위 시민 500명과 시·군·구 추천 500명 등 1천명으로 구성됐다. 23~24일 적격심사에 이어 28일 분야별 적격 후보자를 발표했고, 지난 1일 배심원단 오프라인 심사와 2일 온라인 투표인단 투표를 진행했다. 민 시장은 지난 6일 산업 분야와 시민주권 분야 후보자 1명씩을 최종 지명했다.
최류빈기자 ru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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