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꿈틀꿈틀' 낙지는 기본···각종 생물상 서식 '생태천국'

입력 2020.11.04. 11:20 김옥경 기자
'생태계 보고' 신안갯벌을 세계유산으로
<16> 도초도 갯벌
도락리·불섬나루 갯벌 등 산재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묻음낙지' 등 전통어업도 전승
해질녘, 광활한 신안 도초도 갯벌과 어우러진 일몰이 한 폭의 그림같은 풍광을 선사하고 있다.

하루에 2번, 바닷물이 빠지는 간조에 열리는 갯벌을 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제약이 따른다. 특히 사면이 광활하게 펼쳐진 너른 섬 갯벌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다.

물 때를 맞춰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배 시간과 날씨 등도 함께 감안해야 한다.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외지인들에게는 사뭇 쉽지 않은 일이다.

맑은 날씨인데도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배가 뜨지 않는 날이면 섬에 들어가 갯벌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태풍주의보 등 기상특보가 내려질 때도 마찬가지다. 멈춰선 배 운항이 언제 재개될까 가슴 졸이며 어서 날이 좋아져 드넓은 갯벌을 보러 갈 수 있길 기원하게 된다.

지역을 대표하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청정갯벌인 신안갯벌을 맛보고 만끽하기 위해 기꺼이 감내하는 가슴뛰는 수고로움이다.

노을빛에 반사돼 경이로운 도초도 천일염전.

◆ 끝없이 펼쳐진 너른 갯벌 '광활'

목포 북항에서 2시간여 배를 타고 도착한 신안 도초도 갯벌.

신안 서남해에 자리한 도초도 갯벌은 끝이 보이지 않은 너른 갯벌이 특징이다. 사면으로 펼쳐진 섬 갯벌 가는 곳곳 각종 생태자원이 살아숨쉬는 갯벌천국이다.

도초도는 도락리 갯벌과 불섬나루 갯벌, 시목리 갯벌, 죽련리 갯벌, 지남리 갯벌 등이 산재해 있다. 또 가는게해수욕장과 시목해수욕장 등 모래갯벌인 해변갯벌도 다채롭다.

펄 갯벌인 도락리 갯벌에서는 갯지렁이와 낙지, 망둑어, 갯장어 등이 대거 잡힌다. 또 펄 갯벌인 불섬나루 갯벌에서는 굴과 바지락, 고둥류, 파래, 갯지렁이가, 모래갯벌인 시목리 갯벌에서는 굴과 맛, 고막 등의 생물상이 존재한다. 펄 갯벌인 죽련리 갯벌에서는 낙지, 망둑어, 숭어, 갯지렁이 등이 나온다. 모래갯벌과 바위, 펄 갯벌 등 다채로운 갯벌 형태를 지닌 지남리 갯벌에서는 낙지와 고막, 피조개, 갯장어, 가자미, 멸치 등이 대거 잡히고, 갯벌 인근 해역으로 김 양식장이 마련돼 있다.

이같은 다양한 생물종으로 도초도 갯벌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갯벌 습지보호구역 등으로 각각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도초도 시목해변 갯벌.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형성된 모래갯벌이 이채롭다.

◆ 갯벌 터전으로 한 갯벌어업 눈길

도초도는 갯벌을 터전으로 한 갯벌어업도 다채롭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섬 마을별로 작업조직을 나눠 갯벌어업을 행한다. 도락리의 경우 게나 낙지를 잡으러 갈 때 마을 입구쪽은 '곤여물', 마을 중앙은 '큰모실', 마을 끝부분은 '밭가운데'라고 구분해 작업을 벌인다. 또 갯벌은 '쩍등'과 '펄밭'으로 구분하는데, '쩍등'은 모래와 자갈이 섞인 곳, 부드러운 진흙으로만 구성된 곳은 '펄밭'이다.

도초도 갯벌에서는 낙지도 많이 잡힌다.

낙지를 잡는 전통 어업 방식도 있다. 도초도 갯벌에서는 낙지를 잡을 때 낙지구멍을 파악해 잡는다. 일명 '묻음낙지'다. 묻음낙지는 낙지의 출입구에 해당하는 구멍 외 '부릇'이라고 부르는 숨구멍을 보고 낙지의 위치를 파악해 뒀다 아침이 되면 잡는다. 펄밭에서는 게류가 대거 잡힌다. 도초도 갯벌에서는 게를 잡는데 별다른 도구와 기술이 필요없다. 게의 구멍을 확인하고 이동경로를 파악한 뒤 게가 들어 있을 만한 곳에 팔을 넣어 잡으면 된다. 도초도는 갯벌이 발달해 있는 서부쪽을 중심으로 염전이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 너른 갯벌 옆으로 광활하게 펼쳐진 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은 도초도 갯벌이 주는 선물이다.


◆ 군, 갯벌 보전 활동 주목

신안군은 갯벌을 보전하고 갯벌이 보유한 환경·생태 등 지속가능 이용을 위해 유용미생물(EM)을 생산해 갯벌 수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유용미생물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많은 미생물 중 사람에게 유익한 미생물 80여종을 조합해 배양한 것으로 효모와 유산균, 광합성균 등으로 이뤄졌다. 이와관련, 군은 최근 도초도 갯벌에 유용미생물 배양기를 설치하는 등 활동을 펼쳤다.

군은 또 도초도에 자리한 생태교육원을 통해 신안의 생태적 가치를 알리는 생태교육 등 활동도 다각화하고 있다. 글·사진=김옥경기자 okkim@srb.co.kr


"갯벌은 평생 삶 일궈온 소중한 일터"

김정호 도초도 맨손낙지 장인

김정호 도초도 맨손낙지 장인.

"갯벌은 일평생 삶을 일궈 온 소중한 일터입니다. 청정자원인 갯벌을 보전하고 갈수록 잊혀져 가고 있는 맨손낙지어업이 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술 전수 등에 힘쓰겠습니다."

도초도에서 전통 묻음낙지로 낙지어업 활동을 벌이고 있는 김정호(58) 맨손낙지 장인.

그에게 도초도는 어릴 적 서울에 살다 가족과 함께 내려온 이후 한평생을 살아온 '제2의 고향'이다. 어릴 적 갯벌을 놀이터 삼아 놀다 친구들에게 낙지잡는 법을 배운 이후 현재는 국가중요어업유산 제6호로 지정된 갯벌낙지 맨손어업 장인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그는 맨손낙지어업 중 전통 묻음낙지 분야 1인자다.

그는 "맨손낙지어업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삽(가래)으로 잡는 낙지잡이가 많이 알려져 있다. 전통 묻음낙지는 낙지 구멍을 덮어 낙지를 잡는 방식이다. 전통 묻음낙지 분야에서는 최고라고 자신할 수 있다"며 "장인으로 선정된 만큼 맨손낙지어업 기술이 전수돼 지역의 대표 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그는 이어 "갯벌은 평생 낙지를 잡고 삶을 이어온 소중한 곳이다"며 "최근에는 밤낮으로 무분별하게 주낙잡이에 나선 배들로 낙지가 아예 사라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청정 신안갯벌의 대표 자원인 낙지를 보호하고 생태계를 보전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하게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옥경기자 okkim@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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