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in] 광주에 돌아와 '커피'에 무등을 담은 이유

입력 2024.10.16. 16:04 이삼섭 기자
[무등in ②] 최신해 카페 무등 대표
일상적 쓰이지만 헤아릴 수 없는 품격 '이유'
재래시장 내 '요즘 느낌의 공간'에 매력 상승
"손님들 놀라워해…서프라이즈 선물 준 기분"
최신해 카페 무등 대표는 무등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 이상 더할 수 없다'는 무등의 의미에 맞게 광주라는 로컬을 대표하는 카페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무등이 곧 광주이고, 광주가 곧 무등이다'는 말처럼 무등은 그 자체로도 광주의 브랜드입니다. 무등이란 이름으로 무등산의 아랫자락에서 시작된 이 도시에서 무등은 '상징' 그 이상의 무언가로 시민 일상과 삶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광주에서 무등을 상호명으로 쓰는 기관, 법인, 단체가 300여개에 이른다는 점이 이를 보여줍니다. 이들에게 무등일보가 묻습니다. 왜 무등인가요? 편집자주.

"평범해 보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로컬, 광주를 대표하기에 이만한 이름이 없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50살을 바라보는 '무등시장'에 자리 잡은 카페 '무등'. 동네의 나이만큼이나 낡은 옛 집들로 빽빽한 골목 어귀에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소위 '요즘 느낌의' 카페는 2년 전 최신해 씨(32)가 광주에 돌아온 시기에 맞춰 태어났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최 씨는 7~8년간 타지에서 회사에 다니다가 광주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광주가 좋아 '살아가기로' 마음먹었기에 카페 이름으로 가장 광주다운 단어인 무등을 썼다.

광주 남구 월산동 무등시장 내 카페 무등 전경.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최 씨는 "무등은 주민분들에게 익숙한 명칭이기도 하고 로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요소들을 저희 매장에 꾸준히 녹여보자는 목표가 있었기에 무등이라는 이름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등이란 이름은 제게 옛것이라기보다는 어떠한 그리움과 클래식함(전통적)이 혼합된 인상"며 "무등이 '그 이상 더할 수 없다'는 의미도 갖고 있기 때문에 카페의 비전이나 다짐을 제일 잘 녹여낸 단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무등이란 단어는 광주에서 일상적으로 쓰이지만, 그 의미의 품격은 헤아릴 수 없다는 점도 최 씨가 무등에 빠져든 이유다.

최 씨는 "제가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는 아주 모던하거나 트렌디하지 않고, 일상적이지만 소소한 품격이 있는 공간"이라며 "그것이 무등이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이미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의미만큼이나 맛이나 서비스, 브랜딩 모든 방면에서 최고가 되자는 바람이 무등이란 이름에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최 씨는 무등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무등산이 가지고 있는 고유 재료를 활용한 '로컬 디저트'를 생산하고 있다. 카페 로고부터가 무등산을 상징한다.

광주 남구 월산동 카페 '무등'은 무등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무등산이 가지고 있는 고유 재료를 활용한 '로컬 디저트'를 만들고 있다. 포장 박스를 보여주고 있는 최신해 대표. /카페 무등 제공

처음에는 주변에서는 '너무 흔하다', '옛 이름 같다'고 했지만 오히려 갈수록 반전 매력이 두드러졌다. 특히 재래시장인 '무등시장'에 있는 '무등' 카페에 젊은 사장님이 맞이하니 손님들이 놀라는 일이 많다.

그는 "주변이 시장이고 구도심이기 때문에 처음 오간 이미지를 구상할 때 무등이라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약간 오래된 이미지를 깨부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실제 손님들이 카페에 들어와 놀라워하시면 약간 서프라이즈 선물을 드린 기분이다"고 말했다.

특히 "손님들이 대부분 무등이란 이름에 재밌어한다. 어쩌다 이렇게 이름을 짓게 됐냐는 질문도 많이 하시는데 이렇게 스토리를 길게 드린 적이 없어 기사를 보신다면 좋겠다"고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이름 때문에 생긴 해프닝도 있다. 카페 초창기 타 지역에 사는 지인들이 놀러 오기로 하고서는 무등이라는 이름만 듣고 무등산 근처에 있는 줄 알고 근처까지 다녀온 경우도 몇 번 있었다.

광주 남구 월산동 카페 무등에서 커피를 제조하고 있는 최신해 대표.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최 씨에게 무등은 카페 이름이기 이전에 사랑하는 도시의 상징이다. 그는 "무등은 제가 발 붙이고 살고 있는 광주와 그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저를 포함한 사람들을 의미한다"면서 "무엇보다 로컬을 대표하는 카페가 될 저희의 포부"라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덧붙이는 글: 기획 연재 '당신의 무등' 인터뷰는 오는 9월7일 개막하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광주 파빌리온관에서 전시됩니다. 올해 처음 신설된 광주 파빌리온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무등: 고요한 긴장이란 주제로 시민들과 호흡합니다.  공동체, 연대, 포용, 인권 등의 단어로 대표되는 무등(無等) 개념을 다양한 방식과 협업으로 확장합니다. 5·18민주화운동 '비경험 세대' 가 주축이 된 여러 작가들이 광주정신의 예술적 계승 방식을 탐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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