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파빌리온 초기부터 함께하며 교감·협업
비엔날레-광주시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
감독 "지역 언론과 협업했다는 부분 중요해"
"미술관에서 관람객 느끼는 문턱 낮춰줬다"

"현직 기자가 이렇게 전시회와 직접 연결되는 건 제가 알기로는 첫 시도이고, 첫 결과물입니다. 생각해 보면 기자야말로 현장을 제일 많이 보고, 또 현장에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아카이브이자 역사입니다. 사실 예술이라는 것은 인간 삶의 모든 궤적이고, 목적물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연계성이 제일 깊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가 광주 파빌리온 연계 프로그램의 하나로 무등일보와 협업한 작품인 '당신의 무등'(연재명: 무등in)을 두고 한 말이다. '당신의 무등'은 무등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광주 안팎의 시민들을 인터뷰하면서 그 과정을 기록한 프로젝트다.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은 본전시와 더불어 다양한 국가와 도시, 기관이 주체가 돼 광주 전역에서 저마다의 주제로 펼쳐지는 전시다. 광주 파빌리온은 올해 처음으로 신설됐으며, 광주라는 도시의 역사적·문화적 특수성을 주목하기 위한 의도다.
올해 광주 파빌리온 주제는 '무등: 고요한 긴장'이다.
전시명은 정확히 '현장 인터뷰: 당신의 무등'이다. 단지 무등일보가 시민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파빌리온 광주관 전시장에 놓은 게 아니다. 광주 파빌리온 기획 단계에서부터 전시까지 지역 언론 기자가 교감하고 협업했다.
그 과정에서 '무등'이라는 단어가 광주시민들에게는 상징적 단어 이상으로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는 현상에 주목해 그 이유를 탐문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등을 상호로 쓰는 시민들부터 '보편적 가치'로서 무등을 이야기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을 만나 교감했다.
무등일보는 또다시 이 과정을 전시 결과물로만 남기는 게 아닌, '무등in'이라는 이름으로 지면에 8차례 연재했다. 또 개별 인물에 대한 인터뷰를 유튜브에 올려 더 많은 시민이 '무등'을 가지고 교감할 수 있도록 했다.
무등일보가 광주비엔날레와 그 무대가 되는 광주, 그 안에 사는 시민들이 '한 데' 어우러지면서 교감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돼 준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기자'(언론)가 예술 영역에서 깊숙이 연계될 수 있다는 박 대표이사의 말이 해석될 수 있다. 박 대표이사는 "이제까지는 그걸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자의 기록물이 미술의 중요한 소재로 또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라며 "근데 이걸(당신의 무등) 보고 기자들이 하는 건 단순히 사회 현상에 대한 기록일뿐만 아니라, 미술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미술로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음악,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과 같은 데서 무궁무진한 소재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술의 전 영역이 사실 기록물이 아닌 것이 없는데, 얼마든지 여러 형태로 구현될 수 있다"며 "기자의 움직임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현장을 중계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자체가 쌓이면 역사가 되고 예술의 전 영역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점에서 대단한 일"이라고 호평했다.
안미희 광주 파빌리온 감독(전 경기도시립미술관장) 또한 결과물 자체보다 지역 언론과 비엔날레가 협업했다는 시도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안 감독은 "보통 전시회에서 기자와 함께 협업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광주 파빌리온의 중요한 부분은 지역 언론과 협업했다는 것"이라며 "첫 주제 구상 때부터 기자와 함께 할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주는 언론 미디어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많은데, 할 말이 많은 데도 말 못 했던 (과거의) 구조 때문에 (현재) 말하고 싶은 목소리가 큰 것 같다"며 "이것을 광주의 특수한 정체성으로 보고 있고 그래서 더욱 언론과 함께했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당신의 무등'은 시립미술관 파빌리온 광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인다. 온통 '무등'인 전시관에서 광주시민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게 '자신'인 셈이다. 이번 전시가 그간 수많은 저항과 희생정신으로 민주주의 역사를 써 내려온 광주에 대한 헌사에 가깝다면, '당신의 무등'은 이번 전시가 온전히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번 '당신의 무등' 인터뷰에 참여한 임수범 미술 작가는 "작가나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항상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입장을 무시할 수 없는데, 전시장에 막상 설치된 작품과 글을 읽으면 관람객 입장에서는 평소 생각하지 않던 이야기들이 작가만의 방식대로 재구성된 것에 조금의 문턱이 생긴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는 전공자가 아닌 일반 관람객들이 자주 보는 지역 언론과 전시가 함께 진행되면서 미술관에서 관람객이 느끼는 다소 난해 할 수 있는 지점을 연결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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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도 띄운 국제선···"광주공항, 안 될 이유 없다" 울산공항 전경. /뉴시스광주공항의 국제선 임시 운영과 관련, 울산공항이 벤치마킹 사례로 주목받는다. 국내선만 운항하는 울산공항은 올해 지역 최대 축제를 위해 정부의 협조 속에 국제선 취항에 성공했기 때문이다.특히 광주공항은 국제선 운영을 위한 인프라가 훨씬 뛰어난 데다 굵직한 국제 행사들이 예정돼 있어 명분도 갖추고 있다. 전남도가 전향적으로 나서주면 무안국제공항 장기간 폐쇄에 따른 지역민들의 피해와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6일 울산시에 따르면, 올해 국제선 부정기 노선 취항을 추진한다. 올해 10월 열리는 '2025 울산공업축제'와 같은 달 경주에서 열리는 '2025 APEC 정상회의'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이다.울산공항은 2019년 대만 부정기편 여객기가 취항한 적이 있지만, 현재는 국내선으로만 운항 중이다. 같은 권역에 이미 김해국제공항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굵직한 국제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접근성이 훨씬 좋은 울산공항에서 국제선이 취항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히 지역 관광업계가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러한 국제선 부정기편 취항 추진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울산공항공사, 세관·출입국관리·검역(CIQ) 기관, 울산관광협회 등 여러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국토부의 허가·승인까지 4개월가량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국제선 부정기편 취항을 위해서는 국토부의 허가·승인이 필요하다. 국토부 허가 지침에 따르면, 인근 국제공항에 정기노선이 없어야 하고, '국제경기대회 지원법'에서 규정하거나 국제행사심의위원회에서 인정한 국제행사·대회를 갖춰야 한다.울산시는 국제선을 띄우는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김해국제공항과 노선이 겹치지 않는다는 조건을 받아 국제선 취항을 끌어냈다. 지난달 울산세관과 울산출입국관리소, 농림축산검역본부, 국립울산검역소, 울산관광협회 등과 '울산공항 국제선 취항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광주시는 울산공항 사례에 비춰봤을 때, 광주공항에서 국제선 부정기편을 취항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분석했다.우선 무안국제공항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로 올 연말까지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체 공항이 권역 내에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당위성으로 꼽힌다. 또 무안국제공항에서 9개국 18개 노선에 이르는 전세 정기편과 전세기가 취항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높다. 올해 5월 세계인권도시포럼, 9월 세계양궁선수권대회 등 국제적인 행사가 예정돼 있다. 다만, 세계양궁선수권대회는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조건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광주공항은 지난 2008년 무안국제공항으로 국제선을 이전하기 전 일본, 동남아, 중국 등에 대한 정기편을 운행한 적이 있다. 활주로 길이도 2천835m에 달한다.관건은 전남도의 태도다. 광주공항에서 국제선 부정기편을 띄우는 데 전남도와의 협의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그러나 국토부가 무안국제공항이 위치한 전남도의 협조 없이는 허가의 시작인 '사전 협의'조차도 응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혹시라도 광주공항의 국제선 부정기편 취항 허가가 늦어질 경우 무안국제공항의 재개와 시기가 맞물릴 수도 있다. 당장 추진하지 않으면 취항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국토부 허가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광주시 관계자는 "전남도의 반대에 더해 광주 부정기편 취항이 무안국제공항 재개 시점과 동일하거나 늦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토부도 허가에 적극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광주시와 전남도가 상호 협력해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한 관광업 전문가는 "자칫 광주공항 국제선 임시 취항이 무안공항과 광주공항의 대결로 흘러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무안공항이 서둘러 개항하기보다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공항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광주시와 전남도가 어떤 결정이 지역에 이로울 지를 판단할지를 치열하게 논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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