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정신간호사회 총무이사
광주시 자살예방위원회 위원

도박장은 멀리 있어도 도박 광고는 청소년의 손안에 있다. 영상을 보거나 메시지를 확인하는 평범한 시간에도 휴대전화 화면에서 도박을 접할 수 있다. 호기심으로 지나쳤던 화면이 누군가에게는 돈을 걸어 보는 시작이 될 수 있다. 아이가 그 일을 숨긴 채 혼자 어려움을 겪기 전에 우리는 어디에서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도울지 준비해야 한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2025년 조사에서 초등학교 4~6학년과 중·고등학생의 54%는 도박 광고나 홍보물에 노출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도박을 한 번이라도 경험한 비율은 4%였다. 경험한 이유로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가 가장 많았고, 친구와 함께 놀거나 친구의 추천을 받았다는 응답도 뒤를 이었다. 청소년에게 도박은 심각한 문제라는 이름보다 놀이의 모습으로 먼저 다가올 수 있다.
광주에서도 도움을 요청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광주전남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센터를 이용한 청소년 45명 중 광주 청소년은 27명이었다. 센터 이용자 수를 광주 청소년 전체의 실태로 볼 수는 없다. 다만 우리 지역에서도 도박 문제로 전문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도박이 반복되는 이유를 의지 부족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돈을 따거나 결과를 기다릴 때 뇌의 보상체계가 작동하며,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이 과정에 관여한다. ‘이번에는 딸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다시 도박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도박을 경험한 아이 모두를 ‘중독된 아이’로 불러서는 안 된다. “대체 왜 그랬니”라고 추궁하기보다 언제 시작했는지, 멈추려 할 때 무엇이 어려운지 들어야 한다. 돈 문제뿐 아니라 잠, 학교생활, 친구 관계와 불안한 마음도 함께 살펴야 한다.
국가도 대응에 나섰다. 올해 5월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을 대상으로 연 2회 이상 도박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교육부와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은 학교의 예방교육을 지원하고, 도박 위험이 확인된 학생을 지역 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의 상담과 치유 프로그램으로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반가운 변화지만, 교육 횟수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가 도움을 요청할 곳을 알며 실제 상담과 치료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 연결을 이어 갈 사람도 필요하다. 전국에서 도박 문제로 치유서비스를 이용한 19세 이하 청소년은 2023년 2,093명에서 2025년 5,838명으로 늘었다. 반면 2026년 9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전국 15개 지역센터에 배치된 청소년 전담 상담사는 모두 합쳐 6명이다. 예방교육을 통해 문제를 알아차린 아이가 상담을 시작하고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전문인력을 갖춰야 한다.
상담과 더불어 병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심각한 우울이나 불안 등이 함께 나타나 입원치료까지 검토해야 한다면 전문적인 평가에 따라 결정하고, 청소년을 진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신속히 연결해야 한다. 학교와 지역 전문기관, 의료기관이 평소부터 의뢰 경로를 확인해 두어야 하는 이유다.
퇴원은 회복의 끝이 아니다. 병원 문을 나선 뒤 다시 학교와 일상으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아이와 가족에게는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외래 진료를 이어 가면서 광주전남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에서 도박 문제를 상담하고, 지역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도 이용할 수 있는 지원을 문의할 수 있다. 병원에서 받은 치료가 일상에서도 이어지도록 퇴원 전부터 가족과 의료진이 함께 이후의 진료와 지역사회 상담 계획을 세워야 한다.
청소년은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아이들이다. 지금의 도박 경험이 아이의 미래를 규정해서는 안 된다. 위험을 일찍 알아차리고, 필요한 치료를 받고,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으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기회가 필요하다. 정신간호학을 가르치는 필자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행동만이 아니라 그 행동 뒤에 있는 사람의 상황을 보라는 것이다.
10월 10일은 정신건강의 날이다. 이날 청소년에게 힘들면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한다면, 우리 지역사회는 그 목소리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아이가 어렵게 입을 열었을 때 이야기를 들어 주고, 필요한 치료로 연결하며, 퇴원한 뒤에도 다시 학교와 일상에 적응할 때까지 곁을 지켜야 한다. 한 번의 실수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아이들이다. “괜찮아,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는 말이 실제 도움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도박 광고가 먼저 도착하는 세상에서 도움만 늦게 도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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