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컴퓨팅센터 탈락’ 광주시 출구···‘AI연구소’ 설립?

입력 2025.10.28. 19:31 이삼섭 기자
김용범 실장·하정우 수석 대학 방문서 '실마리'
솔라시도-광주 잇는 ‘AI 메가벨트’ 밑그림 윤곽
AI컴퓨팅센터 건립에 최소 4~5년 소요 우려
"AI 상황 급변…현 국가AI데이터센터 확충 필요"
광주 북구 오룡동 광주AI데이터센터 AI 집적 단지(연구개발특구 첨단 3지구).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27일 국가 인공지능(AI) 컴퓨팅센터 유치 불발 이후 이재명 대통령의 최고위급 참모 2명이 동시에 전남대학교를 찾은 것은 광주 민심 수습 방안을 놓고 대통령실과 미묘한 긴장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광주시에 출구전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를 찾은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연구 개발(R&D)의 핵심인 대학을 찾은 것 자체가 '광주 AI 수도'에 대한 대통령실의 메시지가 담겼다는 해석이 가능해서다. 국가AI컴퓨팅센터가 구축되는 전라남도 해남 산이면 일대(일명 '솔라시도')와 나주 혁신도시 등 전남 서부권과 광주를 잇는 'AI 수도' 확장 전략 위한 구체적 밑그림에 대한 힌트도 될 수 있다.

광주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AI 생태계'에 가장 앞장서 추진해 온 인프라와 경험, 인재를 바탕으로 거점 도시 역할을 맡고, 전남 해남의 솔라시도는 '에너지 수급'과 용수, 넓은 부지라는 압도적 입지 장점을 살린 데이터센터 집적화로 국가AI컴퓨팅센터를 매개로 한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거다. 이는 광주시가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 실패 이후에도 여전히 공을 들이고 있는 '컴퓨팅 자원(그래픽처리장치·GPU) 집적' 전략에 대한 궤도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김 실장은 이날 전남대에서 열린 연구·개발 생태계 혁신방안 간담회에서 "공과대학 역량이 훌륭한 전남대·조선대-연구중심 GIST(광주과학기술원)-한국에너지공과대학(전남 나주) 등 3개 권역을 하나의 트라이앵글로 보고 있다"고 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7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대학본부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개발 생태계 혁신방안 수립을 위한 현장간담회에 참여하고 있다. 2025.10.27. leeyj2578@newsis.com

그는 "세계 기업들이 한국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만큼 지역의 가장 우수한 연구개발(R&D) 대학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지역에 중요한 혁신센터는 R&D 센터를 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하며, 그 지역에서 가장 앞선 대학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쪽 전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센터로 삼고자 하는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의 의지는 광주시가 아닌 대학에서 확인됐다. 이날 전남대 간담회를 찾은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은 "대통령 특별 지시가 있어서 내부적으로 광주를 챙기는 중이며 조만간 광주에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광주시장과의 면담 자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처럼 대통령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최근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 대통령의 공약과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던 사업에서 탈락한데 대해 "안타까워 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한 "광주를 AI 선도도시로 만들겠다는 이 대통령의 '광주 약속'은 변함이 없고, AI컴퓨팅센터 문제와 별개로 광주를 미래산업 도시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직접 지시하셨다"고 강조했다.

앞서 우 수석을 만난 광주지역 국회의원들도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자 국정 5개년 계획 광주 1호 사업인 국가AI컴퓨팅센터 유치 불발에 대한 지역 사회의 충격과 실망감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광주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또한 현실적인 대안을 먼저 마련해 대통령실에 제시하고 전남과의 상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송은성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는 "광주는 이미 AI 중심산업단지와 주요 대학을 비롯해 인재, 연구, 응용산업이 모여 있는 AI 생태계의 중심이다"며 "전남의 컴퓨팅센터가 '데이터 전력소'라면 광주는 'AI 응용 생태계와 창의적 실험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은 ▲국가 데이터센터 대폭 확장 ▲국가(국립) AI연구소 설립 ▲AI 실증센터 구축 ▲AI 모빌리티 시범도시 조성 등을 대안으로 공식 제안했다. 정준호 의원은 "국가AI컴퓨팅센터의 전남 입지를 계기로 광주에는 가칭 '서남권 산업투자청'을 설립해 광주·전남을 서남권 광역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광주와 전남의 분업 구조를 갖추는 것과 별개로 광주의 국가AI데이터센터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손경종 한국지능형사물인터넷협회 상근부회장은 "전남에 AI데이터센터를 아무리 빨리 짓는다 하더라도 2029년이고, AI는 급속도로 발전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전남에 건립하기까지 현재 광주 국가AI데이터센터를 서둘러 고도화하고 확충해서 핵심적인 데이터 추론들은 광주에서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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