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서울의 교통체증은 요일 불문.
지역 불문 언제 어디에서나 전천후,
전방위로 일어난다. 도로가 차로
가득 차 완전 주차장이 되는
현상이 일상이 되었다
한마디로 서울은 교통지옥
어떻게 하면 교통지옥에서
구출할 수 있을까. 답은 두 가지
하나는 균형발전, 또 하나는 세금
선진국치고 한국만큼 1인
운전자가 차를 몰고
출퇴근을 하는 나라는 없다
요즘 나는 서울을 자주 가긴 가는데, 실은 정말 가고 싶지 않다. 그 이유는 교통체증이다. 서울의 교통체증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고, 인간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지 오래다. 한마디로 말해서, 서울은 다른 것 다 제쳐놓고 교통문제 하나만 해도 이미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런 곳에서 살아가는 서울 사람들이 때로는 신기하게, 때로는 불쌍하게 보인다.
고향이 대구인 나는 평생의 대부분을 대구에서 살았고 지금도 살고 있다. 대구는 과거에 비해 괄목할만한 외형적 성장을 했지만 그래도 아직 인간적, 목가적 측면이 더러 남아 있고, 역시 교통체증이 있긴 하지만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서울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평생 몇 년 동안 서울에서 살았는데, 그것은 대학생 때와 그 뒤 몇 년간의 공부하던 시절,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실장으로 일하던 2003-2005년 시기였다. 내가 대학에 입학해서 상경한 것이 1968년이었는데, 그때는 남대문에서 동대문까지 전차가 달리고 있었다. 종을 땡땡 울리며 종로 한복판을 달리는 전차는 꽤나 신기하고 낭만적으로 보여 몇 번 타보기도 했는데, 아깝게도 얼마 안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그때는 교통체증이라는 걸 모르고 살았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등록대수가 최근 2천500만대를 돌파해 인구 2명당 1대 꼴이다. 자동차 천만대를 돌파한 것이 1997년이고, 백만대를 돌파한 것이 1985년이라고 하니 1970년대까지는 교통체증 문제는 별로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두 번째로 서울에서 생활한 2003-2005년은 달랐다. 이때는 자동차가 이미 천만대를 넘은 시기라 교통체증이 빈발했다. 특히 금요일 오후, 강남은 안 가는 게 좋다는 말을 사람들이 공공연히 하고 있었다. 실제로 우연히 하는 수 없이 금요일 오후에 강남을 가는 경우에는 영락없이 차가 꽉 막혀 꼼짝달싹 못하곤 했다. 차 속에 앉아 나는 이런 곳에 살지 않으니 천만다행이다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지금은 어떤가. 20년 전 교통체증은 지금 생각하면 체증도 아니다. 그때 교통체증이 금요일 오후 강남에서 일어났다면 지금 서울의 교통체증은 요일 불문. 지역 불문 언제 어디에서나 전천후, 전방위로 일어난다. 도로가 차로 가득 차 완전 주차장이 되는 현상이 일상이 되었다. 20년 전에는 퇴근시간에 광화문에서 신림동까지 40분이면 갈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80분, 90분, 심지어 120분이 넘게 걸린 적도 있다.
차를 몰아보면서 느끼는 것인데. 대구에 비해 서울에는 확실히 얌체 운전자가 많다. 차선을 바꾸려고 깜박이를 켜고 차선을 바꾸기 시작하면 대개의 경우 옆 차선의 차들이 양보하는 것이 원칙인데 서울에서는 웬걸 '내 사전에 양보란 없다'는 자세로 꿋꿋이 달리거나 오히려 더 속도를 내는 막무가내 운전자를 자주 본다. 아니 그냥 충돌하자는 건가.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다. 이런 일은 내가 운전을 처음 배웠던 미국에서는 아예 있을 수 없고, 대구에서도 거의 없는 일인데. 서울에서는 거의 매일 겪을 정도로 흔한 현상이다. 인간이 어디라고 크게 다르진 않을텐데, 환경이 인간을 그렇게 각박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서울은 아이들 키우기에 퍽 권장할만한 곳이 못 된다.
한마디로 서울은 교통지옥이다. 지옥에 빠져 허우적대는 서울 시민들을 보면 측은하기 짝이 없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지옥에서 구출할 수 있을까. 내가 볼 때 답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균형발전, 또 하나는 세금이다. 균형발전을 통해 서울의 천만 인구를 대폭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180여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아직 미완성이지만 크게 보면 서울의 과밀을 감소시키고 낙후된 지방에 활기를 불어넣는 좋은 정책이다. 참여정부는 여러모로 많은 업적을 쌓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균형발전 노력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전한 공공기관으로 이루어진 지방의 혁신도시들이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아직 규모가 작고 지역에 대한 유발효과가 작아서 그렇다. 그럴수록 균형발전의 고삐를 당겨 예를 들어 '제2의 공공기관 이전' 같은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 꼭 수도권에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공공기관이 아직 많이 있고, 특히 연구소, 대학 같은 것은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오히려 풀벌레 소리 들리는 시골이 더 좋은 연구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서울만큼 많은 대학이 모여 있는 수도는 지구상에 없다.
둘째 서울 도심을 통과하는 자가용에 대한 교통부과금이다. 런던은 한때 교통지옥으로 악명 높았는데, 이를 해결한 것은 '빨갱이 켄'(Red Ken)이란 별명을 가진 노동당 좌파 켄 리빙스턴시장이었다. 리빙스턴은 2003년 재계, 주민들, 심지어 노동당 내부의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런던의 지하철 요금을 인하해서 대중교통을 장려하고, 18세 미만 청소년들에게 버스, 지하철을 무료로 타게 하고, 도심을 통과하는 자동차에 대해 하루 5파운드(약 9천원)의 통과세를 부과했다. 이 조처는 엄청난 반대가 있었고, 이것 때문에 리빙스턴의 정치적 생명이 끝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지만 결과는 아주 좋았다. 결과적으로 런던의 교통체증은 2007년까지 20% 감소했고, 영국 정치학회에서는 리빙스턴에게 '올해의 정치인' 상을 수여했다.
전에 교통 전문가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선진국치고 한국만큼 1인 운전자가 차를 몰고 출퇴근을 하는 나라는 없다고.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니 다들 지하철역 옆에 차를 주차해놓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서 시내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너무나 근시안적 교통체계를 갖고 그로 인해 모두 고통을 당하고 있다. 며칠 뒤엔 지방선거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어떤 후보도 교통지옥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장밋빛 개발 공약이니 주택공급 확대니 다 허상일 뿐이다. 천만 시민을 매일같이 옥죄고 짜증나게 만드는 교통지옥을 해결할 '빨갱이 켄'은 언제 나타날까. 이정우(경북대 명예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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