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어나는 아기를 향한 희망과 더불어
세대 간 공감을 이야기로 풀어가는 문화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아기 출생 축하 현수막은 과거에 볼 수가
없었던 것인데, 지난 연말부터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기 출생 현수막의
등장은 지방소멸 지자체들의 자구책의
실천이며, 미래를 향한 애틋한 희망의
표시라 할 수 있겠다. 이야기의 자리가
지금 새롭게 관심을 모은다고 한다.
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이야기꾼들도
활동하는데, '이야기 할머니'의 등장도
그중의 하나다. 세대 간 공감의 폭을
넓히는 일인데, 그 관심도가 의외로
높아져서 2009년 시작된 이래 전국적인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의 달
정지용의 잘 알려진 시 '향수'의 한 구절.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이 시에 나오는 '늙으신 아버지'는 '한 집안의 가부장'으로서의 권위를 상징한다. 과거의 '가정'은 이런 '아버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다소 수직적인 구조였다. 그러나 오늘 날 '가부장'으로서의 아버지의 권위는 많이 상실됐다. '짚 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그 권위는 시대적인 이유와 가정의 변화로 역사의 뒤로 사라져버렸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이런 변화가 새삼 돌아다 보인다. 가정의 달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이 수놓아지고 있다. 그리하여 다양한 가족 참여 프로그램과 기념식을 통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하고 이를 실천하는 가족, 개인, 부부, 기관, 단체, 기업 등을 발굴 포상함으로써 지역사회 안에서 단란한 가족 문화를 조성하고 가족 중심의 문화를 확산하려는 의욕을 보인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가 희망하는 전통적 가정의 개념은 점차 붕괴하고 있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되고, 결혼해도 아기를 낳지 않는 세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태어나는 아기를 향한 희망과 더불어 세대 간 공감을 이야기로 풀어가는 문화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현수막
달성군 가창면에 아기가 태어났다는 현수막이 면소재지 삼거리에 붙었다. 환한 축하문구가 유난히 도두라진 채 바람에 펄럭인다. 친구와 점심 겸 산책을 하러 청도에 들렀는데, 가는 길에 또 현수막을 본다. 청도 어느 면에서 "○○가 태어난 걸 축하!"한단다.
아기 출생 축하 현수막은 과거에 볼 수가 없었던 것인데, 지난 연말부터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단양군이 먼저 나섰다.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라는 현수막이 군내 여기저기에 붙었다. 군이 제공하고, 해당 읍사무소가 직접 디자인한 것이다. 덩달아 해당 이장은 아기가 태어난 집에 꽃바구니를 전달한다. 아기의 출생신고 때, 기념품을 지급하고, 간담회를 열어서 불편사항과 건의 사항을 듣고 적극 대응하기도 한다. 경기도 부천에도 "소중한 아기가 태어난 걸 축하해"라는 현수막이 펄럭였다. 부천시가 '우리 동네 아기들' 사업을 벌이면서 내건 현수막이다. 단양군에서는 앞으로는 아기가 태어나면, 현수막은 물론, 시내 대형 전광판에도 축하문을 송출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아기 출생의 기적 같은 '울음소리'가 끊겨 적막감이 감도는 농촌지역의 새로운 관심 표출이다. 물론, 이런 관심은 각 군에서 추진하는 인구 증가 시책의 일환이다. 인구 감소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단양군 인구는 2019년 3만 명이 붕괴되어 2만7천여 명에 불과하다. 이에 단양군은 읍면에서 자체적으로 출생률 제고 사업을 발굴해 추진토록 권고하고 있다. 경북도와 전라남도 지역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2년 전, 정부는 지역 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해 고시했는데, 서울을 제외한 89곳 지자체가 이에 해당되었단다.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우려는 곧장 여러 행정·재정적 지원을 통해 해소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지방소멸대응기금도 풀고 있다. 지방소멸기금은 일자리 창출, 청년인구 유입, 생활인구 확대 등 다양한 인구활력 증진사업 시행을 뒷받침하는 데 사용될 계획이란다.
아기 출생 현수막의 등장은 이런 지방소멸 지자체들의 자구책의 실천이며, 미래를 향한 애틋한 희망의 표시라 할 수 있겠다.
-이야기 할매
과거에는 이야기꾼이 동네마다 한 두 명 씩 있었다. '구전시대'의 잔영이지만, 이들의 역할은 특별나기도 했다. 이야기는 특이한 의사소통의 한 형태다. 어떤 정황을 묘사하고 표현하며, 때로는 창과 노래로 엮고, 연극화한 무대를 보여주기도 한다. 질펀한 세간 풍속을 끌어오기도 하고, 농담으로 좌중을 흔들기도 한다. 이들은 시사문제는 물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구전되어오는 설화와 전설 등을 맛깔나게 풀어놓기도 했다.
어쨌든 이야기는 모든 창작물의 근원이라고도 말해질 만큼 중요시되기도 한다. 미술이든 음악이든 문학이든 아티스트라면 적어도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작업의 소재를 구축하며,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풀어내기도 한다. 불과 70년 이전만 해도 그런 이야기 자리들이 동네 사랑방에서 곧잘 지펴지곤 했다. 이야기꾼은 당시로서는 오피니언 리더의 위상을 가진다고 할 만 했다. 한 시대의 소통과 공감의 역할도 했을 터였다.
그런데, 그런 이야기의 자리가 지금 새롭게 관심을 모은다고 한다. 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이야기꾼들도 활동하는데, '이야기 할머니'의 등장도 그중의 하나다. 경북에서 시작한 '이야기 할머니 사업'을 통해 전국에서 3천명의 '이야기 할머니'가 활동한다는 신문기사가 눈길을 끈다. '이야기 할머니 사업'은 80세 이하(만 56~80세) 여성들을 유아교육 기관에 파견, 어린이들에게 우리 고유의 옛이야기와 선현 미담을 들려주는 사업이다. 전국 8천600여 개 기관에서 이들이 활약하고 있단다.
세대 간 공감의 폭을 넓히는 일인데, 그 관심도가 의외로 높아져서 2009년 시작된 이래 전국적인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국비 162억 원, 총사업비 206억 원이 이 사업에 배당될 정도다. 광주 북구가 이달부터 구립도서관인 중흥도서관과 신용도서관에서 '이야기할머니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1일 밝히는 등, 거의 모든 광역자치단체가 참여한다. 연간 52만 여명의 어린이가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는 신·구세대 간 소통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경험을 나누는 새로운 '공감의 동력'으로 경험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해본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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