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석의 '발견과 되새김'] 아픔은 어떤 색깔과 모양으로 기억되는가?

@이하석 시인(대구문학관장) 입력 2023.06.13. 09:48

아무런 준비 없이 맞닥뜨린

코로나19의 시대가 떠오른다

다 그랬지만, 특히 힘없고 이름

알릴길 없는 젊은 시각 예술가들은

고통이 더했다. 공포에 질려 막무가내로

'버텨'온 3년이었다.격리와 배제의

시대는 얼마나 우리 삶을 황폐하게

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없을 수 없다

지금의 해방감과 흥청댐이 그 아팠던

기억을 잊지 않은 채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제는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오만과 욕망으로 자행했던

자연 파괴를 반성하면서, 새롭게

올지도 모를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대비하는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할 것이다

#기억

아픔은 어떤 색깔과 모양으로 기억되는가? 6월 들어 찾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에서 문득 해보는 생각이다.

여행 중 주제에 끌려 들린 한 갤러리. '에코토피아'라는 주제의 전시. 전시장을 가득 채운 아픔의 기억들을 본다. 에콜로지와 유토피아의 합성어 에코토피아는 생태주의적 이상세계를 뜻한다. 이 말은 생태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삶이 고통을 받고 있는 만큼, 그걸 역으로 생태 회복의 상태로 만들어 보다 원할한 삶을 회복하자는 꿈을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이 전시에서는 자연과 인류의 관계와 공존의 방식들을 다양하게 풀어낸 작가들의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아픔의 기억은 바로 전에 겪었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것이다. 코로나19는 3년여의 기간 동안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왔는데, 6월 들어, 가까스로, 그로 인한 규제들이 해제됐다. 그래서 이제 비로소 작가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심하게 겪었던 역병으로 인한 고통의 기억들을 나름대로 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한 작가는 털실을 통해 자연이 전하는 온기를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자연의 에너지로 내면의 힘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게다.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서 듣는 미세한 소리, 식물과 공존하는 미래를 상상하는 신생태계에의 꿈도 보인다. 그런가하면 비닐과 빨대 등 플라스틱을 재해석하여 쓰레기가 되고 껍데기만 남은 상태를 통해 물화되고 소외된 현대인의

위기 상황을 은유하기도 한다. 플라스틱이 자연의 풍화작용에 의해 암석화한 것들의 채집도 보인다. 현 문명의 단면들을 박물관의 유물처럼 박제한 것도 있다. 이런 작업들은 끊임없는 자연의 파괴로 결국 코로나의 역습을 초래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걸 반성하면서, 새삼 인류의 미래를 불안하게 내다보는 시선들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기억을 통해 아무런 준비 없이 맞닥뜨린 코로나19의 시대가 떠오른다. 다 그랬지만, 특히 힘없고 이름 알릴길 없는 젊은 시각 예술가들은 고통이 더했다. 공포에 질려 막무가내로 '버텨'온 3년이었다. 백신이 나올 때까지,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가보자는 오기로. 그러다 보면 역병이 사그라들 것이고, 그러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전시관의 휴관으로 온라인 전시, VR 전시 등 다양한 시도들을 해왔지만 그것은 이미 있는 전시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늘리는 정도였다. 젊은 작가들은 그러한 아픔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동적 태도를 넘어서 언택트 시대에도 예술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중과 소통, 접점을 늘리기 위한 적극적 태도와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도 해가면서. 그러나 코로나19가 지나가더라도 새로운 바이러스는 또 창궐할 것이라는 불안은 여전히 강력하게 남는다. 팬데믹은 앞으로 인류가 함께 살아가야 할 기본 조건이라는 체념과 수용의 마음도 인다.

어쨌든 이런 기억과 반성의 전시는 물론, 인류 멸망의 예견들을 그린 문학 작품의 발표들이 전국에서 이달 전후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들 작품들은 인류가 겪은 기막힌 경험의 기억이며, 공포의 기억이며, 때로는 끝내 승리로 이끈 고투의 기억들을 드러낸다. 한 편으로 여전히 미래에 대한 불안에 노출된 자신들의 모습을 통해 나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는 것이다.

#해제

그래, 마침내, 6월의 해제다!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격리 의무와 동네 의원과 약국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이달부터 해제됐다.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7일 격리 의무'는 '5일 격리 권고'로 바뀌었다.

입국자들에게 입국 3일차 이내에 권고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도 종료됐다. PCR 검사를 위한 선별진료소 운영은 유지하되, 임시선별검사소 운영도 중단됐다. 무료 백신 접종, 치료제 무상 공급, 입원환자 치료비 지원,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 등은 운영된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이후 3년 4개월여 만에 사실상의 일상회복을 맞은 것이다. 한국도 비로소 코로나19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화) 전환에 진입한 것이다. 여전히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서 섣부른 해제가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격세지감이 인다. 코로나19로 일상은 중단되고, 사람 간의 사이는 일정한 거리 유지로 바뀌어버렸으며,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가지 않는 기이한 현상들이 계속되어온 지난 일들이 몸서리쳐지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마스크를 낀 채 말하고, 강연하고, 대화하는 생활을 오래 했다. 바이러스와의 이 기이하기 짝이 없는 전쟁은 전 세계적 전쟁으로 확대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참상이었다. 우리에게는 그 싸움이 한국 전쟁만큼 길었다.

#보복

코로나 상황의 해제로 사람들을 반사적으로 밖으로 발길이 쏠리는 듯하다. 한동안 조심스럽게 국내 여행에 골몰하던 이들이 서둘러 해외여행으로 몰린다. 각 지역의 축제와 행사 등 모임들이 봇물 터지듯 흥청거린다. 코로나 종식 분위기에 맞춰 벌어지는 이런 현상들을 두고 보복여행이니, 보복 축제니 말을 한다. 그동안 못했던 모임과 여행을 그야말로 코로나에 대한 복수심으로 더욱 강화한다는 뜻일까? 세상은 언제 그런 아픔이 있었냐는 듯이, 다시 북적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격리와 배제의 시대는 얼마나 우리 삶을 황폐하게 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없을 수 없다. 지금의 해방감과 흥청댐이 그 아팠던 기억을 잊지 않은 채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제는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오만과 욕망으로 자행했던 자연 파괴를 반성하면서, 새롭게 올지도 모를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대비하는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치열한 작업에 열중하는 젊은 작가들의 아픔에 대한 기억들은 그런 점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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