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콘텐츠 등에 구절 인용 생각 중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 배경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옛 전남도청'의 전시콘텐츠 재편이 필요하다는 무등일보 지적(11월 13일자 1·3면 기사) 이후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이 사적지 활용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추진단은 20일 전일빌딩245에서 열린 '옛 전남도청 복원 전시콘텐츠 기자간담회'에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의 내용을 전시콘텐츠에 어떻게 반영할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소년이 온다는 5·18 당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희생자들의 주검이 임시로 안치된 상무관에서 시신 수습을 도운 '동호'를 비롯해 개개인의 시점에서 국가폭력의 무자비함과 참혹함을 드러낸 작품이다.
대표적으로 "총 맞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병원 영안실엔 자리가 없단다", "누가 가족을 찾으러 오면 얼굴들이 많이 상해서 옷하고 몸까지 봐야 확인이 될거야",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게 아니라는 듯이",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등과 같은 국가폭력이 안긴 상처에 대한 구절이 담겨 있다.
위험하니 집으로 가자는 모친의 만류에도 친구 걱정에 모친의 손을 뿌리치고 현장에 남아있기를 선택했던 동호의 모티브가 고 문재학(광주상고 1학년) 열사라고 알려지며 재조명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작품의 배경을 찾아나서는 열풍이 뜨거운 만큼 엣 전남도청 복원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시콘텐츠에 소년이 온다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소년이 온다를 읽은 독자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옛 전남도청을 5·18 정신을 계승하고 세계로 확산시키는 곳으로 조성하겠다는 추진단의 목표와도 일치한다는 것이다.
실제 제주4·3평화기념관의 경우 제주4·3사건을 다룬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접한 독자들이 많이 찾으면서 방문객이 급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추진단 관계자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옛 전남도청 복원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인지하고 있다. 한강 작가의 허락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특정 인물을 영웅화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부딪힐 수도 있다 보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현재 내부적으로 소년이 온다의 내용을 어떻게 전시에 반영할 지 검토하는 단계라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영상 콘텐츠 등에 소년의 온다의 구절을 일부 인용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추진단은 사진과 영상, 문서, 구술을 비롯한 검증된 자료를 토대로 전시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건물 벽에서 발견된 탄흔과 탄두도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을 활용해 설명하며, 언론검열관실 복원이 필요하다는 광주전남언론인회의 의견도 수렴하고 있다.
추진단은 내달 15일까지 실시설계를 마무리한 뒤 오는 2025년 10월31일 준공을 목표로 전시콘텐츠를 제작·설치할 계획이다. 이날 기준 시설 복원공사 공정률은 34%다. 전시콘텐츠 설계가 끝나면 3개월 가량 리허설을 거친 뒤 2026년 1월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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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사업법 제정 앞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먼저"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등 7개 기관·단체는 13일 오후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5·18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을 마치며 정부에 제시한 권고 중 하나인 '5·18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광주시와 광주시의회 등 7개 기관·단체는 13일 오후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5·18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에는 김남진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전임연구원, 정다은 시의회 운영위원장,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강행옥 변호사, 김순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발제자로 나선 김 연구원은 5·18 기념사업 기본법에 5·18 정신의 전국화·세계화를 위해 5·18 기념사업의 주체와 내용, 절차, 방법 등을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기존 5·18 관련 법률에서 5·18 기념사업의 주체를 정부로 명시하고 있느나 구체적인 계획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국립5·18민주묘지와 5·18 사적지 등 5·18 관련 유형자산과 5·18 국가기념식 및 전야제 등 무형자산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주체도 국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발포명령자, 암매장, 행방불명자를 비롯한 추가 진상조사와 5·18 기념사업 등을 의결하기 위해 위원장을 국무총리로 하는 5·18 기념사업위원회와 이를 실행하기 위한 5·18 기념사업실무위원회를 광주시장 소속으로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이외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5·18기념재단에 5·18 기념 및 추모, 5·18 민주유공자 및 유가족 복지, 5·18 관련 교육·학술·문화예술·국제교류, 5·18 진상규명 및 왜곡대응 사업 등을 위탁하고 필요한 경비를 출연하거나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이와 관련 토론자로 나선 정 위원장은 독자적 기본법 제정에 의문을 표했다.정 위원장은 "5·18 기념사업의 주체 등을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 등에 동의하지만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입법 활동을 전개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해야 한다. 다른 민주화운동과는 달리 5·18만 독자적으로 법을 제정해야 할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할 논리가 먼저 개발돼야 할 것이다"며 "별도의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 대신 5·18 관련 기존 법률을 정비해 통폐합하는 작업을 통해 기념사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제안했다.지역사회와 충분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김 위원장은 "법률 제정의 필요성부터 시민사회단체와 충분히 합의한 뒤 로드맵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수백억의 혈세가 투입된 5·18 조사위의 활동에 대한 평가 없이 5·18 기념사업위원회와 같은 새로운 국가 조직의 설립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5·18기념재단만 5·18 기념사업 등을 맡기기 보다 다른 단체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꼬집었다.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실행하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와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허연식 전 5·18 조사위 조사2과장은 "5·18 조사위에서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거나 암매장과 같이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위한 조사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며 "5·18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 과정에서 희생된 민족민주열사들의 명예회복과 그 유가족의 치유를 위한 대책도 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광주는 5·18에 대해 이벤트성이 강하다는 점이 문제다"며 "법이 제정되더라도 정부와 지자체의 실행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명시적 규율에 불과해진다"고 덧붙였다.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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