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검열관실, 한강 작가 등 의견 일부 반영했지만
공간이 갖는 의미 못 살렸다는 우려 목소리 여전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옛 전남도청 내부를 채울 전시콘텐츠 구상이 마무리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시콘텐츠 대부분이 여전히 옛 전남도청이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 복원추진단은 18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다목적강당에서 '옛 전남도청 복원 전시콘텐츠 관련 대시민설명회'를 열고 오는 20일 전시콘텐츠 기본설계를 끝낸다고 밝혔다.
6개 공간별로 각각 설계된 전시콘텐츠의 전반적인 콘셉트는 옛 전남도청을 5·18 정신을 계승·확산하고, 5·18 정신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가장 많은 콘텐츠가 들어가는 도청 본관에는 부당한 국가폭력에 저항했던 열흘간의 항쟁 과정을 총 3개의 대형 화면을 통해 영상으로 소개한다.
또 외벽에서 발견된 9개의 탄흔과 아직 벽에 박혀있는 6개의 탄두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AR)' 영상 등으로 생생하게 설명하며, 시민군을 모집하고 헌혈을 호소했던 방송실 영상과 음성으로 재현한다.
본관에서 도청 회의실로 이어지는 통로도 사진과 영상으로 당시 5·18 당시 임시분향소로 사용되던 모습을 전시하며, 5월27일 새벽 사망자가 발견된 위치에 이름과 신분 등이 담긴 별도의 표지판을 설치한다.
회의실 지하에는 시민군 무기고를 복원해 자체 회수한 무기를 모형으로 연출하고, 도경찰국 본관에는 전두환 신군부의 탄생인 12·12군사반란부터 열흘간의 항쟁, 민주화를 이뤄낸 1987년 6월까지의 역사와 최후항쟁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전시한다.
아울러 희생자들의 주검이 임시로 안치됐던 상무관은 시신 관리와 추모 과정을 대형 슬라이드 영상으로 구성했으며, 도청 별관에는 별관 철거를 왜 반대했는지 등 도청 복원을 위한 17년간의 과정을 설명한다.
앞서 지난달 20일 전시콘텐츠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의견도 일부 반영했다.
추진단은 본관 2층과 회의실 지하에 무기와 폭탄을 전시하는 것은 5·18 왜곡·폄훼세력에게 시민군 무장폭동설을 악의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 전시물 옆에 국가폭력의 만행을 알리는 자료를 추가하기로 했다.
광주전남언론인협회에서 요구한 보도검열관실은 별관 2층 유휴 공간에 조성하기로 했다. 협회로부터 보도검열관실이 있었던 위치를 진술로 확인했지만, 해당 위치가 과거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지으면서 철거된 곳이라 완벽한 원형복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도청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으로 다시 한번 주목을 받는 만큼 전시콘텐츠로 활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와 출판사, 광주시 등을 통해 연락을 취하는 중이다.
추진단은 현재 소년이 온다의 주 배경인 상무관에 들어서는 영상에 소년이 온다의 내용 일부를 인용하거나 한강 작가의 나레이션을 넣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추진단의 이 같은 전시콘텐츠 설계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나온다.
류봉식 광주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청이라는 공간을 문화전당으로만 알고 있다"며 "이곳이 최후항쟁지라는 5·18의 상징적인 장소임을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허연식 전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2과장은 "최후항쟁에 이르기까지의 기승전결이 없다. 광주를 철저하게 고립시키기 위해 진실을 전달하려는 언론을 통제하고 광주 외곽 지역에서 자행한 민간인 집단학살에 대한 내용이 있어야 왜 도청에서 최후 항쟁을 하게 됐는지 방문객들이 이해할 수 있다"며 "5·18은 광주시민 모두의 항쟁이었다. 전시콘텐츠의 전체적인 흐름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추진단 관계자는 "기본설계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내용이 발견되면 얼마든지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추진단은 오는 2025년 10월31일 준공을 목표로 전시콘텐츠를 제작·설치할 계획이다. 이날 기준 시설 복원공사 공정률은 39.2%다. 전시콘텐츠 설계가 끝나면 3개월가량 리허설을 거친 뒤 2026년 1월 정식 개관할 예정이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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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사업법 제정 앞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먼저"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등 7개 기관·단체는 13일 오후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5·18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을 마치며 정부에 제시한 권고 중 하나인 '5·18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광주시와 광주시의회 등 7개 기관·단체는 13일 오후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5·18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에는 김남진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전임연구원, 정다은 시의회 운영위원장,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강행옥 변호사, 김순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발제자로 나선 김 연구원은 5·18 기념사업 기본법에 5·18 정신의 전국화·세계화를 위해 5·18 기념사업의 주체와 내용, 절차, 방법 등을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기존 5·18 관련 법률에서 5·18 기념사업의 주체를 정부로 명시하고 있느나 구체적인 계획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국립5·18민주묘지와 5·18 사적지 등 5·18 관련 유형자산과 5·18 국가기념식 및 전야제 등 무형자산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주체도 국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발포명령자, 암매장, 행방불명자를 비롯한 추가 진상조사와 5·18 기념사업 등을 의결하기 위해 위원장을 국무총리로 하는 5·18 기념사업위원회와 이를 실행하기 위한 5·18 기념사업실무위원회를 광주시장 소속으로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이외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5·18기념재단에 5·18 기념 및 추모, 5·18 민주유공자 및 유가족 복지, 5·18 관련 교육·학술·문화예술·국제교류, 5·18 진상규명 및 왜곡대응 사업 등을 위탁하고 필요한 경비를 출연하거나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이와 관련 토론자로 나선 정 위원장은 독자적 기본법 제정에 의문을 표했다.정 위원장은 "5·18 기념사업의 주체 등을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 등에 동의하지만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입법 활동을 전개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해야 한다. 다른 민주화운동과는 달리 5·18만 독자적으로 법을 제정해야 할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할 논리가 먼저 개발돼야 할 것이다"며 "별도의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 대신 5·18 관련 기존 법률을 정비해 통폐합하는 작업을 통해 기념사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제안했다.지역사회와 충분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김 위원장은 "법률 제정의 필요성부터 시민사회단체와 충분히 합의한 뒤 로드맵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수백억의 혈세가 투입된 5·18 조사위의 활동에 대한 평가 없이 5·18 기념사업위원회와 같은 새로운 국가 조직의 설립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5·18기념재단만 5·18 기념사업 등을 맡기기 보다 다른 단체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꼬집었다.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실행하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와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허연식 전 5·18 조사위 조사2과장은 "5·18 조사위에서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거나 암매장과 같이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위한 조사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며 "5·18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 과정에서 희생된 민족민주열사들의 명예회복과 그 유가족의 치유를 위한 대책도 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광주는 5·18에 대해 이벤트성이 강하다는 점이 문제다"며 "법이 제정되더라도 정부와 지자체의 실행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명시적 규율에 불과해진다"고 덧붙였다.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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