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1월 29일, 금남로 일대에서 제4회 광주퀴어문화축제 '무등: 무지갯빛 절대평등'이 개최된다. 코로나19로 인해 2022년 잠정적으로 중단된 이후 3년 만이다.
광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민주주의의 심장, 인권의 도시, 5·18정신이 빛나는 광주에서, 성소수자도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요구한다"며 축제의 의미를 밝혔다. 같은 날 보수 성향 종교단체 또한 반대 집회를 신고했다. 축제 참여자를 향한 혐오 발언과 아웃팅(성소수자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타인이 폭로하는 행위) 범죄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축제를 앞두고, 학교는 과연 무지갯빛으로 평등한 곳인지 돌아본다. 성소수자를 향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학교에서는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게이', '레즈'라는 말이 욕이나 조롱으로 쓰이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동성의 친구들끼리 사이가 각별한 모습을 보이기만 해도 놀림과 괴롭힘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지금 광주의 초중고등학교에서, 퀴어 어린이·청소년이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을 스스로 타인에게 밝히는 것)을 하고 당당하고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하는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다.
이토록 폭력적인 분위기가, 단지 학생들의 인권 감수성이 부족하기 때문일까? 생각해 보자. 광주의 학교들은 성소수자 학생 보호와 혐오 발언 제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교칙 또는 학생생활규정에 포함한 학교가 있는가? 교육청은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과 안전을 위한 대책을 가지고 있는가? 성소수자 학생이 고민을 상담하고 도움을 요청할 공식적인 창구가 있는가? 그리고... 교사와 교직원들도 성소수자 학생들을 혐오하지는 않는가?
그렇다. 문제는 같은 학생들만이 아니다.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선생님, 학생들을 앞장서 지켜주어야 할 학교와 교육청 역시 성소수자 학생들에게는 방관자, 또는 가해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학생만의 문제도 아니다. 광주의 학교들에서 당당한 오픈리(자신의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사람) 퀴어 어린이·청소년을 상상하기 어려운 만큼, 당당한 오픈리 퀴어 교사·교직원 역시 상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교사도 퀴어일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광주에서 퀴어로 학교에 다닌다는 것은 그가 학생이든 교사든, 그저 정체성을 숨긴 채 혐오와 모욕을 감내해야만 한다는 것을 뜻한다.
퀴어문화축제는 일년에 단 하루, 억압받는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평등을 요구하는 행사다. 3년 만에 광주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그러나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광주의 퀴어 어린이·청소년들과 퀴어 교사들이 마음놓고 축제에 참여할 수 있을까? 축제를 방해하기 위해 몰려온 혐오 세력 가운데서 아는 얼굴을 마주칠까 봐, 친구들을, 동료들을, 그리고 최악의 상황에는 학부모를 마주칠까 봐 또다시 숨어야 하지는 않을까? 이 축제가 광주의 퀴어 학생·교사들에게 또 다른 폭력의 시작이 되지는 않을까?
나 또한 퀴어 의제에 대해 잘 안다고, 혐오와 차별로부터 완전히 무고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노력하는 앨라이(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고 차별에 반대하는 데 연대하는 사람)의 한 명으로서 광주교육청과 광주의 선생님들에게 제안한다. 광주퀴어문화축제를 찾아주기를. 설레는 마음, 또는 두려운 마음으로 축제에 참여하는 퀴어 어린이·청소년을 보호하고 연대해 주기를. 축제 참여자를 향한 공격에 함께 맞서주기를. 그리고 머릿속의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무지갯빛 축제를 진심으로 한번 즐겨보기를. 그리하여 광장의 무지개 물결이 마침내 평등하고 안전한 무지개 교실로 이어지기를.
광주 선생님들이 잘 못하는 게 하나 있다. 내 학생이 아니라 해도 어디서 괴롭힘당하고 있다고 하면 가만히 두고 보지를 못한다. 11월 29일, 5·18정신이 살아나는 금남로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외치고 싶다. "얘들아, 선생님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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