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초등교원미술작품전의 전시장 돌아보면 교사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또 하나의 이야기, '그림을 좋아하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매일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교사들이지만, 이곳에 걸린 작품들 앞에서는 모두가 한 사람의 창작자이자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는 화가가 된다. 이 전시는 단순한 취미 활동이나 여가의 산물이 아니라, 교사가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삶의 숨을 고르는 소중한 순간이 담겨 있는 자리이다.
전남초등교원미술작품전의 역사는 2008년 11월,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열렸던 창립전에서 출발한다. 당시 영광교육장으로 계셨던 신경채 교육장은 초등미술을 공부하던 여러 선생님들과 뜻을 모아 전남의 초등교원들이 작품을 통해 서로의 삶과 감성을 나눌 수 있는 장을 열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모였던 선생님들의 작은 움직임이, 어느덧 전남교육의 대표적인 초등교원들의 예술 행사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퇴직하신 최정란 교장선생님, 손차영 선생님, 이근희 교장선생님, 김미숙 교장선생님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헌신으로 전시의 토대를 단단히 다졌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그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전시를 이어갔고, 그 열정 덕분에 2008년부터 2026년 지금까지 총 19회의 전시회가 쉼 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전남교육청 역시 제1회 전시부터 교원들이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도록 꾸준히 지원해 왔으며, 교육감님을 비롯한 많은 교육가족의 관심과 격려 속에서 지금은 전남의 초등교사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전통 있는 전시로 성장했다.
필자는 13회 전시부터 참여하게 되었다. 교사 시절 아이들에게 "50살이 되면 화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라고 큰소리치며 시작한 수채화 공부가 어느새 13년을 넘었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 일은 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마음처럼 그림 실력은 늘지도 않고, 전시회를 앞두고는 마음만 급해져서 나 자신과의 고요한 대결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해마다 늦가을이 가까워지면 '전시에 작품을 낸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그림 앞에 다시 서게 한다. 전시는 내게 책무성이자 성장의 계기이며, 한 해 동안 흔들렸던 마음을 다잡는 작은 약속이기도 하다.
초등미술작품전에 참가하는 많은 선생님들은 전문 미술가가 아니다. 초등교사가 된 이후에도 그림을 사랑해 꾸준히 배우고, 틈틈이 작업을 이어 간 분들이다. 그래서 이 전시는 거창한 예술제라기보다 각자가 일상에서 가꿔 온 예술의 씨앗을 나누는 아기자기한 잔치에 가깝다. 때로는 장기자랑 같은 즐거움이 있고, 때로는 서로의 작품을 응원하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교사들의 축제이기도 하다.
이 전시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기까지는 선배 선생님들의 헌신, 동료 교사들의 협력,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후배들의 노력까지 함께 어우러져야만 가능했다. 연초에 전시 안내를 하고, 두 달 가까이 작품을 모으며 도록을 제작하고, 작품을 진열하고 개전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마치 봄에 꽃씨를 심고 가꿔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까지의 시간과도 닮아있다. 그 정성 어린 손길들이 모여 해마다 전시장을 밝히는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것이다.
전남초등교원미술작품전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교사들이 일상 속에서 잃지 않고 싶었던 감성과 꿈을 확인하는 자리이며, 서로의 예술적 성장을 따뜻하게 응원하는 소중한 만남의 공간이다. 그리고 이 공간은 앞으로도 전남 교육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오래도록 이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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