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방학을 일주일 앞두고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융합주제탐구 발표대회를 개최했다. 학생들은 QR코드와 구글 폼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참가 신청을 하고, 두 달 남짓한 준비 기간 동안 디지털 협업 플랫폼인 'Padlet(패들렛)'을 활용해 탐구 과정을 서로 공유했다. 실험 재료 신청과 세부 사항 조율, 중간 보고서에 대한 멘토 교사의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졌으며, 이 모든 구체적인 과정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다. 이처럼 학교에서의 학습은 더 이상 정해진 수업 시간과 교실 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의 학습 환경은 이미 학교 현장의 일상이 되고 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본교는 지난해부터 1학년 전 교실에 전자칠판을 설치하여 수업 시간에 디지털 기반 학습 도구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교육청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노트북과 태블릿을 보급하면서 각종 안내장이나 학습지를 배부하는 일도 크게 줄었다. 점점 종이로 된 정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겨울 방학 동안 'AI팩토리(미래교실)' 공사도 완료되어 교사와 학생들 모두 AI 융합 교육 공간이라는 새로운 학습 환경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흔히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대전환을 가속화했다고 말한다. 2020년 당시 고등학교 1학년 담임이었던 나는 신입생들을 6월이 되어서야 만났다. 3월 첫 주 정상적인 개학은 불가능했지만 교육의 공백은 허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사들은 수업 영상을 녹화하고 유튜브 등을 활용하여 온라인으로 수업을 공개했다. SNS나 온라인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매일 아침 조회를 하며 학생 및 학부모와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했다.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학교 현장은 위기 속에서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후 진화를 거듭한 디지털 기술은 교육 현장을 더욱 빠르고 폭넓게 변화시키고 있다. 변화의 속도뿐 아니라 방향과 정도 모두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다. 새로운 기술을 반영한 교육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디지털 소외로 인한 교육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시대가 변화했다고 해서 수많은 디지털 기술을 교육 현장에 섣부르게 도입시키기보다 우선 지역, 학교급, 가정 환경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하여 디지털 기술의 소외가 또 다른 교육 기회 불평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학생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본래 문해력을 뜻하는 '리터러시(literacy)'는 이제 단순히 읽고 쓰는 능력이 아닌, 디지털 기술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함을 뜻하며 이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디지털⋅미디어 역량'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잘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제대로 판단하고 선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단어나 문장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은 기본이다. 학생들에게 국어 수업 중 생성형 AI를 활용해 관련 자료를 탐색하도록 할 때 가장 우려되는 점 중 하나가 바로 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 없이 AI가 제시하는 답을 맹신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대화를 제대로 하는 방법을 알아야 ChatGPT와도 소통할 수 있다. 이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프롬프트'다. 방대하게 쏟아지는 정보를 상대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사고하며 판단하는 능력, 이를 토대로 새로운 해결책을 탐색하려는 비판적 창의적 사고 역량이 미래 사회에 더 강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디지털 리터러시는 반드시 올바른 디지털 윤리 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디지털 시민성이라는 개념으로도 알 수 있듯,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미래의 디지털 시대를 살아갈 자녀들이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시민 의식을 갖출 수 있도록 세심한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 이는 시대가 변화하고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체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학습과 노력을 통해 길러야 할 역량이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화면 너머에도 사람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공감과 존중의 도덕적 감수성을 지니는 것, 곧 인간다움을 지향하는 태도야말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미래 사회를 살아갈 우리에게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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