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제대로 된 민주시민교육이 학생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잘 알고 있는 교사로서 지역 사회의 굵직한 현안을 마주할 때마다 마음이 가볍지 않다. 교실에서 다루는 민주주의는 개념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우리는 민주주의가 토론과 숙의, 그리고 서로 다른 입장을 존중하는 과정이라고 가르친다. 그렇기에 지역 사회 현안의 실제 결정 과정은 교실 수업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그 중심에 시민으로서의 학생이 존재해야 한다.
최근 공식 선언을 통해 통합의 단계를 밟고 있는 광주·전남 행정통합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사안은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삶과 교육, 나아가 지방자치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선택이다. 교단의 한 사람으로서 통합의 찬반을 먼저 말하기보다, 이 논의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고민은 논의의 언어가 지나치게 행정 중심이라는 점이다. 통합이 가져올 효율성과 경쟁력, 행정 구조 개편의 필요성은 분명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체감하는 민주주의는 효율보다 참여에 가깝다. 결정의 속도보다, 그 결정에 이르기까지 누가 얼마나 말할 수 있고, 결정의 주체가 누구냐가 더 중요하다.
교육 현장은 광주와 전남이 결코 같은 조건에 놓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도심의 과밀학급과 농어촌 소규모 학교의 존립 문제는 동일한 기준으로 다루기 어렵다. 교육과정 운영, 교원 배치, 교육재정의 사용 방식 역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이런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통합이 추진될 경우, 교육자치가 행정 논리에 종속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교단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사로서 특히 고민되는 지점은 학생들에게 이 과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이다. 학생들 입장에서 살펴보자면, "왜 이렇게 빨리 결정하려고 하나요?", "우리 의견은 어디에서 말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예상할 수 있다. 이 질문들 앞에서 교사는 교과서 속 민주주의와 현실 사이의 간극을 느낀다. 이 간극이 커질수록 민주시민교육은 설득력을 잃는다.
교사들은 통합을 무조건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입장을 취하기보다, 최소한 충분한 숙의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민 공론장, 교육 주체의 참여, 학교와 지역을 연결한 토론 구조가 마련될 때 비로소 이 논의는 교육적으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민주주의는 불편하고 시간이 걸리는 과정임을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교단의 시선에서 볼 때, 행정통합 논의는 민주시민교육의 중요한 시험대다. 통합이 성사되느냐의 문제보다, 그 결정 과정이 민주적이었는지가 더 오래 기억될 것이다. 교육 현장은 그 과정을 고스란히 학생들과 함께 목격하고, 해석하고, 토론하게 된다.
교실에서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바라는 것은 거창하지 않다. 행정의 필요와 교육의 가치를 분리해 생각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통합 논의가 교육자치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지역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럴 때 교사는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말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지역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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