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광주교육청, 다양한 실력이라고?

@김지연 평동초등학교 교사 입력 2026.01.27. 18:45

민선 4기 이정선 교육감의 임기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이 교육감은 취임 당시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실력이 미래다”라는 슬로건 아래 “실력 광주”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서 실력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학력주의라는 비판에 대한 일종의 면피용으로 앞에 ‘다양한’이라는 수사를 달아두었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학력을 의미하고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교육감이 학력 신장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은 불이 뜨겁다는 것만큼이나 자명하고, 여기에 반대할 교사나 시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교육감의 지난 4년을 돌아보면, 그가 강조한 실력이 무엇이었나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 실력은 모든 광주 학생들이 의미 있고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하는 실력인가? 아니면 이미 공부를 제법 하는 학생들이 더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가게 하는 실력인가?

지난해 12월 16일 있었던 ‘광주교육 100인 100분 토론회’에서 이 교육감은 본인의 성과 중 하나로 ‘글로벌 리더 세계 한 바퀴’ 사업을 꼽았다. 광주 학생들 중 일부를 뽑아 독일 등 세계 각지로 여행을 보내주는 것이다. 물론 해외여행은 그 학생들의 지식과 견문 성장에, 그리고 아마도 입시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짜 해외여행을 간 학생들이 광주 전체 학생들의 몇 퍼센트나 되는가? 극소수 학생들에게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가는데, 그 혜택을 광주 전체 학생에게 돌릴 수는 없었을까? 게다가 공짜 해외여행의 대상이 된 학생들은 보통 각 학교에서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다. 토론회장에서 한 학생이 이 사실을 지적하자 이 교육감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는데, 그 자리에 있던 내가 다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실력 광주’의 민낯은 전 수능 성적이 발표되었을 때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10년 만에 광주에서 수능 만점자가 배출되자, 이 교육감은 개인 SNS에 축하 메시지를 남기는 것으로 모자라 ‘수능 만점자 초청 강연회’를 열고 현수막을 내거는 등 자랑이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한 학생이 수능 만점을 받은 것이 그 학생 본인을 제외하고는 대체 누구에게 좋을 일이며, 더군다나 그것이 어떻게 그 학생이 아닌 광주교육의 성과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이 요란한 잔치 속에서 수능 만점을 맞지 못한 나머지 모든 학생들은 만점자의 들러리가 되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수능을 보지 않았거나 보지 못한 학생들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이 교육감이 추구하는 ‘실력 광주’는 (이미 사회경제적 배경과 사교육의 지원 아래 있을 확률이 높은) 일부 상위권 학생들의 실력임이 점차 분명해진다. 그렇다면 앞에 ‘다양한’은 대체 왜 붙였단 말인가? 학업 엘리트와 예체능 엘리트, 이 정도의 다양성인가?

최근 논의되고 있는 통합된 광주-전남 행정통합 과정에서도 보통 학생들은 꾸준히 소외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특별법안은 광주전남특별시(가칭)가 자사고, 특목고, 외국인학교 등을 더 많이 유치, 신설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과밀학급에 시달리는 도심학교와 폐교 위기에 놓인 농어촌학교의 현실은 모두 외면하고, 소수 특권학교를 위한 혜택만 늘리는 것이다. 이 교육감은 올해 교육감선거에도 재선 의지를 보였는데, 수많은 광주(어쩌면 전남까지도)의 보통 학생들은 과연 다음 임기 때는 교육현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다양한 실력이 미래다”는 슬로건을 다시 생각한다. 학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특히 학생들의 기초 문해력이 저하되고 다문화학생이 증가하는 요즘, 기초학력 보장은 감히 말하자면 광주교육 사활의 과제다. 그러나 줄세우기식, 수월성 위주 정책으로는 결코 광주 전체의 학력을 끌어올릴 수 없다.

조금 더 생각을 전개해 보자. 성적 줄세우기식 사고는 자연스럽게 서울과 지방의 줄세우기 사고와 연결된다. 학력에 따라 줄세워서 애지중지 각종 혜택을 받은 상위권 학생들은, 정확히 같은 줄세우기 논리로 광주전남보다 “우월한” 수도권을 향할 것이다. 수도권 중심주의와 지방소멸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단일한 척도의 실력주의에 맞서야 한다. 성적과 관계 없이 다양한 빛깔의 학생들이 다양한 빛깔의 광주·전남을 가꾸어 나가야 한다.

광주교육청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슬로건은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광주교육”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 많은 학생들이 포기되고 있는 중이다. 2026년의 광주교육은 ‘수능 만점 광주’가 아닌 ‘함께 가는 광주’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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