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덩치만 키운 통합 ‘민주적 안전장치’가 먼저다

@백성동 광주풍영초등학교 교사 입력 2026.02.03. 18:10
백성동 (풍영초등학교 교사)

지난 한 달, 광주와 전남의 교육계는 ‘통합’이라는 거대한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시·도민의 삶과 직결된 백년대계를 논하면서도, 정작 학교 현장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된 채 정치공학적 셈법만이 난무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제시되고 있는 법안에서 가장 걱정되는 지점은 바로 ‘견제받지 않는 거대 권력’의 탄생이다.

최근 발의된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은 광주와 전남을 아우르는 단 한 명의 ‘통합시장’과 ‘통합교육감’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통합이 되면 예산 규모만 수조 원에 달하고, 인사와 조직권은 비대해진다. 바야흐로 ‘제왕적 교육감’, ‘슈퍼 교육감’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문제는 이 거대한 권력을 감시할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별법안 72조는 교육감에게 특별시의 사무 교육, 학예에 관한 및 조직·인사·재정,감사 등에 관하여 ‘독립적인 지위와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자칫 교육감이 ‘독립성’을 방패 삼아 외부의 감사나 의회의 견제를 무력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뼈아픈 현실을 기억해야 한다. 매년 발표되는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우리 지역(광주, 전남) 교육청들은 그리 자랑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곤 했다. 권력이 나뉘어 있을 때도 낮은 청렴도의 고리를 끊어내기 힘들었는데, 광주·전남 전체를 아우르는 강력한 권력이 탄생한다면 과연 청렴도가 높아질 수 있을까? 감시의 사각지대가 넓어질수록, 인사 청탁과 이권 개입의 유혹이 더욱 커질 것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거대 권력이 ‘특권 교육’과 결탁할 때다. 법안에는 특수목적고 운영비 국비 지원 의무화 등 소수 엘리트 교육을 위한 독소조항들이 여전히 살아있다. 교육감이 견제 없이 전횡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에서, 이러한 조항들은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할 공산이 크다.

진정한 통합은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어야 한다. 1조 원의 예산 지원보다 시급한 것은 독주를 막을 안전장치다. 시장 소속이 아닌 독립적인 감사기구를 설치하고, 주요 교육 정책 수립 시 교원노조, 단체 등 교육 주체와의 합의를 의무화해야 한다.

의회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또다른 방법이다. 과거 시·도 교육위원회가 폐지되면서 교육 행정에 대한 감시 기능이 약화되었다는 지적이 있다. 통합특별시 의회 내에 교육 경력을 가진 ‘교육의원’ 제도를 부활시키거나, ‘교육위원회’의 권한과 전문성을 대폭 강화하여 선출된 교육 권력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주민소환 요건을 현실화하는 것 또한 필수적이다.

학교에서 우리는 학생들에게 “규칙을 지키고, 서로를 존중하며,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정작 어른들이 만드는 통합 과정이 비민주적이고, 그 결과물이 통제 불능의 권력이라면 우리는 학생들을 볼 낯이 없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고, 권한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이다. 국회와 정치권은 ‘통합 만능주의’ 환상에서 벗어나, 권력을 나누고 서로 견제하게 하는 민주적 시스템부터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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