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왜 지금 학교는 사회정서교육을 이야기하는가

@김은지 광주고등학교 교사 입력 2026.07.07. 18:22
김은지 광주고등학교 교사



최근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마음 건강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매년 모든 학교급에서는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교육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또한 교사의 관찰과 상담,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 등을 통해 위기 학생들은 교내의 전문상담교사와 교육청 연계 전문기관에서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지원 체계도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인성 교육과 학교폭력 예방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과 공동체 의식을 기르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의 교육이 놓치고 있는 본질은 무엇일까?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는 교권 침해, 학교폭력과 사이버폭력, 학생들의 불안과 우울, 갈등 상황에서의 극단적 대응 등 복합적인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각각 별개의 현상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 공통된 원인이 있는지 살펴보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OECD는 미래 사회의 특성을 불확실성과 복잡성, 변동성으로 설명하며 인지 역량뿐 아니라 사회·정서적으로 균형 잡힌 인재를 미래 교육의 핵심 목표로 제시하였다. 이에 세계 각국은 지식 중심 교육을 넘어 비인지 영역인 사회정서역량을 미래 핵심 역량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회정서역량이란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여론조사(2025)에 따르면 국민은 학교가 가장 중점적으로 길러야 할 역량으로 ‘사회성·인간관계’를 선택했으며,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으로는 ‘자기관리 역량’을 꼽았다. 이는 우리 사회가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 습득보다 공감과 협력, 자기 조절과 회복탄력성을 더욱 중요한 역량으로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인공지능 기술과 디지털 환경의 발달로 우리는 누구와도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경험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차단하거나 대화방을 나가는 것만으로 관계를 쉽게 끊을 수 있다. 이러한 방식에 익숙해질수록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를 이해하고 조율하기보다 회피하거나 단절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리·정서적 고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비난하고, 다른 의견을 존중하기보다 편을 가르며 혐오와 갈등을 확대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학생들은 결국 이러한 사회 속에서 관계 맺는 방식을 배우며 성장한다. 그렇기에 학생들의 사회정서역량을 기르는 일은 학생의 변화를 넘어 우리 사회의 관계 문화를 바꾸기 위한 교육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심리·정서·행동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학생을 대상으로 주로 문제 해결 중심의 지원이 이루어졌다면, 사회정서교육은 모든 학생이 자신의 감정을 돌보며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와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데 목적이 있다. 학생들이 건강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힘을 키워주는 예방 중심의 교육인 것이다.

작년 말 교육부는 학생 마음 건강을 위한 다층적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고위기 학생뿐 아니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사회정서교육 확대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는 상담과 치료 중심의 사후 지원을 넘어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며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교육으로 정책이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정서교육이 학교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 교육과의 연계성을 면밀히 검토하며 사회정서교육의 정체성과 고유한 역할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교급별 발달 특성을 반영한 사회정서교육과정을 마련하고 계열성 있는 학습 내용과 현장에서 활용할 교수·학습 방법 및 다양한 교육 자료를 체계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창의적 체험활동이나 일회성 프로그램 교육에 머물지 않고 교과 수업과 학교생활 전반에 일관되게 녹아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 모두가 사회정서교육의 필요성과 가치를 함께 공감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학교는 협력과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가르치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과도한 입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실패를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지 못한다면 사회정서교육은 교실 안에만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함께 건강한 관계와 공감의 문화를 만들어 갈 때 사회정서교육은 비로소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정답을 제시할 수 있지만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는 없다. 기술은 발전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기에 오늘날 학교가 사회정서교육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는 가장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며 사회정서교육은 인간다움과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교육적 노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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