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여객기 참사까지···지역 여행업계 '후폭풍'

입력 2025.01.12. 17:51 강승희 기자
지역 판매 여행상품들 취소 잇따라
문의 끊기고 외국 여행객 유입 막혀
무안공항 폐쇄 장기화땐 ‘폐업’ 우려
“정부·지자체 지원 대책 서둘러야”
무안공항. 무등일보DB

긴 설 연휴와 겨울방학 등 여행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에 이은 비상계엄 선포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로 광주·전남지역 여행업계가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특히 여객기 참사 이후 무안공항이 폐쇄되면서 관광상품 취소가 속출하고, 외국인 관광객도 급감하는 등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광주시와 전남도, 지역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에 이어 같은달 29일 여객기 참사로 무안공항이 14일까지 폐쇄되면서 무안공항발 여행상품 예약이 취소되거나 상품이 사라졌다.

광주관광협회에 등록된 여행사 110여곳에서 판매한 여행상품의 취소 건수는 1천200여건에 달한다. 해당 상품들은 무안공항과 인천공항 등을 통해 올해 3월까지 일본, 동남아 등으로 가는 패키지 상품이었다.

광주 동구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A씨는 "참사 직후 무안공항발 여행상품을 취소하는 고객들이 늘더니 이제는 문의 마저 끊겼다"며 "여행 취소수수료가 큰 경우 출발지를 바꾸는 식으로 가긴하지만, 지역 여행사들이 무안공항 이용 상품을 주력으로 했던 터라 타격이 상당히 크다"고 호소했다.

전남의 경우 올 1월 한 달간 670개 지역 여행사가 판매했던 927건(여행객 수 8천167명)의 여행상품 중 96%(891건·7천703명)가 취소됐다.

겨울방학 기간인 데다 올해 긴 설 연휴까지 겹쳐 예년 같았다면 관광 수요가 증가할 시기임에도 지역 여행업계에는 문의가 뚝 끊긴 상황이다.

더욱이 무안공항 폐쇄가 당초 지난 1일에서 사고 조사 등을 이유로 14일까지 연장되면서, 무안공항을 통한 외국인 관광객 유입 또한 막히게 됐다.

현재 항공기 착륙에 필요한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이 파손돼 있는 등 공항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사업체 폐업 등 지역 여행업계 피해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역 여행업계의 피해 상황을 파악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광주시는 광주관광공사를 통해 여행상품 예약 취소 등 피해 상황을 접수하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전남도의 경우 여행사 홍보 마케팅비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총 20억(도비 10억·시군비 10억)원을 들여 여행사 1곳당 300만원의 홍보 마케팅비를 지원한다. 마케팅비는 홈페이지, SNS 제작, 광고물·홍보 물품 제작 등에 쓰일 예정이다. 또 전남도와 시군이 함께 조성한 관광 진흥기금 지원액을 연 120억원에서 16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1%이자로 지원하는 운영자금이 업체당 3억원에서 4억원으로 확대된다.

한국관광연구학회장인 박창규 전남도립대 교수는 "코로나 때 업체 피해 보조금을 지급했듯이, 지역 관광업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당장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어렵다면 전남지역의 국내 여행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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