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단죄가 필요한 이유: 우리는 왜 부끄러운가?

@강동준 입력 2025.09.03. 10:52
강동준(총괄상무·마케팅기획국장)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나를 죽이려 한 자들에게 사과 한마디도 받지 않고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서로 웃으면서 대화하라고 강요하는 언론이 있다. 내란 세력에게 왜 그리 너그러운가?"(정청래)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이라고 해야할 지, 망언이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걱정스럽다. 기본적 예의, 인성이 부족한 분에게 악수를 구걸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적절치 않다."(송언석)

악수하는 것을 두고 여야의 대표주자가 이렇게 오랜시간 서로 비난하고 헐뜯는 것도 보기드문 모습같다. 그렇다면 정청래 대표가 말한 '사람'은 무엇이고, 그 말의 저의(底意)는 무엇일까?

미움받을 용기와 결단

타고난 마음씨 '심성'(心性)을 두고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논변으로 유명한 그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의 사단이 떠오른다.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이 네 가지 도덕적 감정으로 살았으면 '사람'에 속하고, 대충 섞이거나 개인의 이익을 더러 택했으면 사회적 관계 속 '인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정청래 대표는 윤석열 탄핵심판 소추위 단장으로, 종횡무진 활약한 주인공이다. 시계추를 잠깐만 뒤로 돌리면, 2024년 12월 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 이후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를 위한 1차 표결인 12월 7일. 재적의원 300명중 195명 참석, 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국민의힘은 당시 의원총회를 통해 '탄핵 반대'를 공식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았던가?

지금도 당의 새 대표는 내란을 내란이라 부르지 못한 채 '윤 어게인' 세력과 손잡고 '민주당 정권 끝장내겠다'며 여권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는데 혈안이다. 그러니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다'는 정청래 대표의 말은 사과없는 협치는 없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 '위헌정당은 해산해야 마땅하다'는 그 속뜻이 엿보인다. 단순한 악수 거부 차원이 아니라, '행동하지 않은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DJ 말처럼 '미움받을 용기와 결단'으로 보인다.

그래서 '사람이 된다'는 그 사단 중 부끄러운 마음, 수오지심(羞惡之心)에 초점을 맞춰본다. 이는 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불의를 미워하는 마음을 말한다. '체면 차리면서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 염치(廉恥)의 그 부끄러울 치(恥)는 '마음 속으로 생각하여 얼굴이 붉어진다'는 뜻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낯부끄러운 일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손바닥에 왕(王)자를 써서 TV화면에 내비친 후보가 우리 대통령이었단 사실이 부끄럽고, '총선 전후 소폭 20잔씩 새벽 먼동이 틀 때까지 폭음하고, 술자리에서 계엄을 자주 언급했다'는 일본 아사히 신문의 보도도, 내용을 넘어 한국언론이 아닌 것에 한번 더 부끄럽다.

특검에서 쏟아지는 비리와 의혹들, 건진법사 천공 등 역술인들의 등장만으로도 역겹고, 김건희 특검의 수천만원 짜리 명품 뇌물상납과 매관매직이 횡행하는 현실이 부끄럽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은 어떤가?. 차고 넘치는 물증에도 '증거가 없다'며 김건희에 무혐의 처분한 검찰. 4년 넘은 검찰 수사가 봐주기였다면, 특검은 41일만에 구속으로 이어졌다. 후안무치(厚顔無恥)다. '10원 한 장 피해준 적 없다', '오히려 손해만 봤다'는 윤석열의 수많은 거짓말과 개소리들, 부끄러움을 넘어 분노가 치민다.

'날'이 아닌 '시간'기준으로 구속기간을 따져 '윤석열 구속 취소'라는 희귀하고도 창조적(?) 판단을 한 지귀연 판사. 수백만원 술자리 향응 접대의혹에, 업무배제 요구가 봇물치지만 여전히 윤석열 내란사건 재판장이다. 이재명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에 대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유죄취지 파기환송은 어떤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긴급 회부에 유례가 없는 9일만에 선고. 6만 페이지 이틀 열람 변명(?)에, 로그 기록 공개 100만명 서명운동으로 겨우 급한 불을 껐다. '왜 이런 판결?'에 아직까지 납득할만한 설명은 없다. 뭐니뭐니 해도 부끄러움의 끝판왕은 체포영장 집행과정에서 수의를 거부한 채 속옷차림으로 바닥에 누워 체포에 저항하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이 아닐까? 여기에 '내란 105적'으로 불리우는 국회 탄핵 표결에 불참한 국회의원 105명도 영원히 기억될 부끄러운 얼굴들이다.

'가을 서릿발'의 엄정함 절실한 때

"5·18에 대한 단죄가 완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난해 12월 3일 밤처럼 어처구니 없는 친위 군사쿠데타를 다시 시도하는 일이 벌어졌다."

5·18 45주년에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가 한 말이다. 박근혜 탄핵 때도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은 당장 해체되어야 한다.…이 사태의 몸통은 최순실도, 박근혜도 아닌… 새누리당이다"(2016년 12월 3일 효자동 집회 연설에서)

아직도 '윤 어게인' 세력과 손잡고 정치보복이니, 야당탄압이니, 독재 따위 운운하는 정당이니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꼴'이다. 여야 균형을 빗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데, 아닌 듯 하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애매한 타협이나 균형 유지보다는 분열을 압도하는 비전으로 미래를 향해 전진하면 된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수치스러운 역사를 다시 산다고 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징계를 마칩니다'란 책에서 인용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한 대목이다. "이순신의 논공행상은 차갑고 무서웠다. 잘못은 책임져야 했다. 겨울날 칼바람 같았다. 부하도 잘못하면 죽어야 했다. 예외는 없었고, 피할 수 없었다. 그 결정과 시행은 추상(秋霜)같았다."

손가락을 타인에게 향하는 것은 쉽지만, 자기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 모두에겐 가을서릿발 같은 엄정함, 추상(秋霜)의 교훈이 절실한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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