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응원봉·'하야 부채' 등장
디지털시대 80년 5월 주먹밥 정
김밥·커피 선결제 나눔으로 재현
"2030 다양한 정치 참여 고무적"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집회, 시위 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엄숙한' 문화로 받아들여지던 집회가 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으로 변화하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주말부터 5·18 민주광장을 비롯한 광주 도심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젊은 층의 참여가 두드러지며 아이돌과 야구 팬덤을 중심으로 촛불 대신 응원봉이나 굿즈를 흔드는 등 새로운 집회 문화가 눈길을 끈다.
지난 8일 5·18 민주광장에서 진행된 시위에 참여한 한 X(엑스, 구 트위터)이용자는 자신을 그룹 스트레이키즈의 팬이라고 밝히며 "시위 참여 당일 새벽 좋아하는 아이돌이 보낸 응원 메시지를 보고 시위에 참여할 팬들을 X로 모집해 함께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응원봉은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고, 집에 있는 물품이라 새로 사지 않아도 돼 환경 보호도 되겠다는 생각에 들고 나갔다"며 "같은 응원봉을 든 팬덤끼리는 인사도 하고 간식이나 건전지 등을 나누기도 했으며 시위 종료 후에는 다른 아이돌의 팬덤과도 함께 모여 사진을 찍고 다음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등의 연대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집회 현장에는 프로야구팀 KIA타이거즈의 팬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8일 한 X 사용자는 "누가 하야 부채를 만들었다"는 게시물과 함께 KIA타이거즈의 부채 굿즈를 변형해 시위에 가지고 온 시민의 모습을 게시하기도 했다. 'AH YA!(아야)'라고 쓰인 기존 견제 구호를 'HA YA!(하야)'로 바꾼 것이다.
선결제 응원도 이어졌다. 집회 인근 커피숍이나 분식집에 선결제를 해두고 SNS를 통해 공유해 집회 참석자라면 누구나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80년 5월 주먹밥으로 대표되는 정이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방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8일 5·18 민주광장으로 집회를 나가는 시민들을 위해 충장로의 분식집에 김밥 50줄을 선결제해둔 한 X 이용자는 자신이 서울 시민이라고 밝혔다.
그는 "좋아하는 아이돌이 광주 출신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지금 당연하게 민주주의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광주시민 덕분이라고 생각했다"며 "날씨도 추운데 참여하시는 분들이 김밥 한 줄이라도 간단하게 챙겨드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했다"고 답했다.
상무지구에 위치한 픽업 전용 케이크 가게 사장이 집회에 참여한 광주 시민들을 위해 직접 케이크를 배달한 훈훈한 사연도 전해졌다.
한 시민이 케이크 가게에 “시위장을 못 떠날 것 같으니 퀵으로 케이크를 보내달라. 퀵 비용은 당연히 사비로 지불하겠다”고 문의하자 가게 사장은 “퀵비 입금하지 말아달라. 오늘 같이 추운 날에 고생하시는데 한마음 한뜻으로 응원하겠다”고 답하며 직접 케이크 배달에 나선 사연을 공개해 3만여 회 공유가 되는 등 많은 이들에게 훈훈함을 전해주었다. 누리꾼들은 ‘돈쭐내줘야 한다’, ‘생일 케이크는 앞으로 여기서 맡길 것’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해당 케이크 가게 사장 정다솜씨는 “원래 케이크 배달이 따로 안 되는 가게다”며 “퀵비가 2만원 가까이 한다. 그날 시위에 함께 참여하고 싶었는데 가게 근무 때문에 참여를 못해 감사한 마음에 가져다드린 것이고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 화제가 될 줄 전혀 몰랐다. 어떤 걸 바라고 드린 것도 아니고 시민분들이 모여서 목소리를 내주는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시위 문화 변화에 대해 집회 주최 측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보고 있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SNS를 통해 서로 연대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말한다.
지역 99개 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정권퇴진 광주비상행동(이하 광주비상행동)의 홍성칠 상황실장은 "젊은 층이 스스로 시위 현장에 참여해 그들의 문화와 방식대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현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며 "시위 문화에도 새로운 시대의 흐름이 온 것으로 보며 다들 반가워하고 있으며 젊은 층이 이번에 광장으로 나온 것을 계기로 자가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젊은 층과 호흡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김혜진기자
- "침체된 지역 문화 회복 계기 되길" 지난해 12월 4일 탄핵 집회 참여한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원들 계엄 이후 43일 동안 두문불출하며 검찰 조사 출석을 거부하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집행된 가운데 지역 문화계는 이에 대한 반가움을 나타내며 희망찬 미래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랐다.공수처가 15일 오전 10시 33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내란 우두머리 등 혐의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8일과 25일, 29일 세 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바 있다.이에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속 시원한 반가움을 드러내고 있다.김병택 광주민족미술협의회 회장은 새벽부터 지켜봤다며 체포 소식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광주민미협 회원들과 매일 밤 금남로 집회에 참여해 함께 목소리를 내고 피켓 만들기 자원봉사에 참여해왔다.그는 "너무나 환영하지만 씁쓸하기도 하다. 어느정도 법과 원칙, 질서가 설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며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경제나 민생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문화계는 이미 초토화됐다. 침체된 문화계 행사들이 앞으로는 되살아나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상황을 지켜보느라 잠 한숨 못잤다는 임해정 토박이 대표는 체포영장이 집행되어 기분이 좋다가도 헌정 사상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처음이라 역사적으로 안타깝기도 하다고.임 대표는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 같은데 국민의힘 일부 국회의원들이 한남동 저택 앞에 나온 모습, 끝까지 뻔뻔한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 등을 보면서 구속이 되고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때까지 아직 끝난건 아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도 있다"며 "그동안 '오월극'을 많이 해오면서 비상계엄과 계엄군의 폭력 등의 단어를 일상 속에 가지고 살아왔는데 지난해 12월 3일은 너무나 무서운 날이었다. 윤 대통령의 체포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달했다.고난영 광주연극협회 회장은 '속이 시원하다'는 말로 심정을 설명했다.고 회장은 "영장 집행 전 녹화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 영상은 어이가 없다. 국민 대다수가 계엄선포는 잘못됐다고 이야기 하는데 혼자서만 자기를 옹호하는 그 모습을 보고 망상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며 "공수처가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 같은데 법대로 해서 구속이 됐으면 좋겠다. 내란을 일으켰으면 구속이 돼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정양주 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정 회장은 "광주전남 작가들끼리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도 '즐겁고 기쁜 일'이라는 반응이 속속들이 올라왔다. 며칠동안 비상계엄령과 탄핵 이슈로 인한 불면증을 앓기도하고 글을 쓸 때도 집중력이 떨어졌는데, 당분간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오늘 일을 계기로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법을 새로이 모색해야 되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와 정치의 지형에 변화가 일어나는 데에 문인들이 더욱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재섭 광주영화영상인연대 사무처장은 다양성 영화의 활성화를 기대했다.한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영진위의 지역영화활성화 사업이 지난해 완전히 폐지되고, 영진위 위원 선임 문제에서도 각종 논란이 끊이질 않는 등 독립·지역 영화의 생태계가 파괴된다고 느끼는 일들이 빈번했다"며 "체포 이후 정권이 교체될 시, 이러한 문제들이 개선되고 원상복귀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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