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5·18 아픔 가시지 않는 광주에는 더 큰 상처"
시민사회·518단체·교수·변호사 등 각계 "대통령 퇴진" 성명
1979년 10월 이후 45년 만의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후폭풍이 거세게 일며 5·18민주화운동의 아픔이 여전한 광주에서는 계엄을 규탄하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분노의 물결이 전국 어느 곳보다 크게 일었다.
특히 광주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물론이고 5·18민주화운동 유공자 단체, 법조·교육 등 각계의 기관·단체는 일제히 '위헌적 계엄', '헌정 파괴', '내란 사태' 등으로 규정하며 5·18민주광장에 집결하는 등 '어게인 1980' 광주의 모습이 재현되는 듯 했다.
◆뜬눈 지샌 지역민들…동 트자 광장으로
대통령의 기습 비상계엄 포고에 계엄군의 국회 진출,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까지. 밤사이 6시간여만에 끝난 '계엄 파문'을 지켜본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샜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정국을 지켜보던 광주시민들은 4일 새벽 "일단 모이자"며 5·18 당시 시민군 최후 항전지인 5·18민주광장에 모이기도 했다.
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 진보당, 종교계 등 40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 민주광장에서 '헌정 유린,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구속 촉구 광주시민비상시국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강기정 광주시장도 눈에 띄었다.
강 시장은 "짧은 계엄의 밤이 가고 심판의 시간이 왔다. 80년 5월의 아픔을 경험한 우리들은 이같은 상황을 절대 용납할 수 없고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봉식 광주전남 진보연대 대표는 "국회라는 헌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장면을 보며 광주는 물론 온 국민이 80년 5월 그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계엄을 해제했다고 해서 이같은 행위를 용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 신혜선(25·여)씨는 "어제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잠을 설치고 자리에 함께했다. 서울은 국회에서 시민들이 모이고, 광주는 이곳 5·18민주광장에서 연대한다고 해 참여했다"며 "이런 영화보다 더한 끔찍한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이 하루빨리 하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5·18 아픔 간직한 오월단체도 즉각 규탄
5·18기념재단과 5·18 공법 3단체도 오전 9시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긴급 비상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비상 계엄 선포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지난 밤 윤 대통령의 느닷없는 비상 계엄 선포는 5·18 당시를 연상케 했다"며 "권한을 남용해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세웠다. 비상 계엄 선포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재혁 유족회장도 "윤 대통령에게 더 이상 정국정운영을 맡겨선 안 된다. 44년 전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꼬집었다.
광주변호사회와 민변 광주전남지부도 성명을 내고 "1980년 광주가 군홧발에 짓밟혔던 것과 같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군홧발에 짓밟히는 것을 보았다"며 "비상계엄 선포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한 명백한 위헌행위다. 윤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수사 및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5·18 광주정신으로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 지난 밤의 비상계엄은 우리 모두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밝혔으며,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조선대 지회는 "윤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무력으로 장악해서라도 권력을 유지하려던 내란 책동했다"며 "이제 탄핵과 함께 내란 책동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할 범죄자일 뿐이다"고 밝혔다.
◆하루 종일 거센 계엄 선포 규탄, 탄핵 촉구
이날 오전부터 목소리를 내던 시민사회단체들은 오후 2시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시민마루에서 대표자 회의를 열고 "계엄이 해제됐다고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니다"며 윤 대통령 비상 계엄령 선포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들은 오후 7시 광주시민들과 5·18민주광장에 모여 한목소리로 대통령 즉각 탄핵을 촉구했다.
촛불이 미처 준비되지 않아 휴대전화 플래시를 켠 시민들은 "헌정질서를 유리한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구속하라"고 힘껏 외쳤다.
박미경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지난밤 오히려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며 "자질 부족이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끌어 내릴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어젯밤 뉴스에서 계엄군이 국회를 침입하는 장면을 보고 1980년 5월 계엄군 8명에게 구타를 당한 오빠(고 김형영 열사) 생각 나 트라우마가 컸다"며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윤 대통령과 비상 계엄에 동조한 일부 세력 모두가 정당한 처벌을 받을 때까지 오월어머니들도 앞장설 것이다"고 말했다.
광장에 울려 퍼진 목소리와 '임을 위한 행진곡', '광주출정가' 등 노래를 듣고 가던 길을 멈추고 목소리를 보태는 시민들도 있었다.
강원 홍천의 한 육군 부대에서 현역 복무 중인 아들을 둔 강모(55·여)씨는 "비상 계엄이 선포됐다는 뉴스를 보고 믿을 수 없었다. 아직도 손이 떨릴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탄핵도 아깝고, 내란죄로 전두환처럼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한다. 군인 아들을 둔 부모들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영상=손민아수습기자 minah8684@mdilbo.com
- "올해는 아픔 없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래요" 무안군 새마을부녀회가 10만 그루 나무심기 활동을 하고 있다. "큰 슬픔과 고통을 겪는 유가족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제공하고 싶었어요. 올해는 아픔 없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래요"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온정을 베풀고 있는 전남 대표 봉사단체인 무안군 새마을부녀회가 을사년 새해 소망을 이 같이 밝혔다무안군 새마을부녀회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회비를 내면서도 무보수로 활동하는 '봉사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무안군 새마을부녀회가 농번기 농촌일손돕기 활동을 하고 있다.현재 김성희 회장과 무안군 9개 읍면 부녀회장 등 회장단을 주축으로 5천여명의 후원·일반회원이 한마음 한뜻으로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지난 22일 무등일보 취재진과 무안전통시장에서 만난 새마을부녀회 회장단은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과 사고 수습·조사 당국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 일화를 소개했다.부녀회는 여객기 참사 당일인 29일 무안군수로부터 사고 소식을 처음 접했다고 한다.군수의 현장 지원 요청에 부녀회는 생업을 제쳐두고 무안공항으로 곧장 향했다.무안군 새마을부녀회가 소외계층을 위한 삼계탕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당시 무안공항에는 유가족과 사고 현장을 수습하는 소방·경찰·군인 등을 위한 식사 준비가 시급했다.부녀회는 당초 경로당과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기 위해 준비해 둔 설 명절 맞이 떡국을 챙겨 공항에서 매식 300인분의 식사를 지원했다.회장단은 "사고 당일 무안군수가 우연히 공항 근처를 지나가다가 여객기 사고가 난 것을 확인한 뒤 부녀회에 현장 지원을 요청했다. 그 시점이 사고 발생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며 "현장에서 첫날부터 배식 봉사가 가능했던 이유는 설맞이 떡국을 미리 준비해 둔 게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무안군 새마을부녀회가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의 고추장 만들기를 하고 있다.부녀회는 사고 수습 인력이 머물던 활주로 인근에서도 배식 봉사를 했다.회장단은 "봉사자 일부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했던 사고 수습 인력을 위해 현장에서도 배식 봉사를 했다"며 "정해진 식사 시간이란 게 없어서 쉴 틈 없이 떡국이 담긴 식판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군인 등이 팀별로 와서 식사하고 갔는데 대부분 20대 초반의 앳된 청년들이었다. 끔찍한 사고 현장에서 묵묵히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 대견스러우면서도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군인은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너무 피곤해서 차디찬 바닥에 누워 쪽잠을 잤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부녀회는 공항을 비롯해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등지에서도 봉사활동을 이어갔다.무안군 새마을부녀회 회장단은 자넌 22알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과 사고 수습·조사 당국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 일화를 소개했다.회장단은 "공항에서는 삼시세끼 제공, 쓰레기 수거, 화장실 청소 등 봉사에 집중했다. 동시에 합동분향소에도 100명을 보내 추모객을 안내했다"며 "고령의 봉사자 3~4명은 허리를 삐끗해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불평불만 없이 무거운 마음으로 봉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지역에서 대형 인명 피해를 동반한 사고가 났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회장단은 "이번 봉사를 통해 우리나라가 아직 살만한 나라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이라며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봉사자들이 앞다퉈 무한공항으로 달려와 줬다. 이들이 온 마음을 다해 봉사하는 모습에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임창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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