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 작가가 11일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토굴 정자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 작가는 한강을 아버지를 뛰어넘는 자식인 '승어부(勝於父)'라고 부르며 "자신의 생존치를 뛰어넘기도 힘든데 생존치를 뛰어넘은 부모를 뛰어넘는 자식"이라고 치켜세웠다.
1939년 전남 장흥 태생인 한승원 작가는 1968년 등단해 장편소설 '아제아제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시집 '열애일기', '달 긷는 집' 등을 펴냈다.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을 받기도 했다.
-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접한 소감은?
▲한승원 작가
소감을 제대로 들으려면 잘못 찾아왔어요. 저는 껍질입니다. 알맹이를 찾아가야 제대로 이야기를 듣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에 선정될 수 있던 이유는?
▲한승원 작가
우리 딸은 그 문장이 아주 섬세하고, 아름답고, 슬퍼요. 그 슬픈 그 문장을 어떻게 외국어로 번역을 하느냐에 따라 수상 여부가 결정이 될 텐데,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사람이) 젊은 평론가인데, 그 사람(데보라 스미스)은 영국에서 전통적인 가정에서 자라나서 7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했대요. 한국어의 맛깔스러운 감각을 번역해 내는 아주 적임자였던가 봐요. 작가들은 자기 작품을 세계적으로 알리려면 번역자를 잘 만나야 됩니다.
사실주의 소설들의 특징은, 민주화 운동이 한참 일어날 때의 저항적인 요소가 담겨 있어요. 그 소설에 특히 노동운동이라든지 이런 쪽의 소설들이 판을 쳤던 세대입니다. 그런데 1980년대 그 무렵에 남미 문학권의 <백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환상적인 리얼리즘의 의미에서 쓰여진 그 소설이 들어오면서 젊은 소설가들이 “환상을 해야 한다, 리얼리즘만 대세가 아니다”, “환상적인 리얼리즘도 대단한 것이다” 그래서 그 환상적인 리얼리즘, 신화적인 요소, 환상적인 리얼리즘의 요소 그것들과 가미되어서 그 강이라는 작가는 굉장히 문학을 더 아름답게 쓰는 거예요. 강이가 쓴 소설, 신춘문예 등단한 <붉은 닻>이라는 소설을 보면, 그 제목부터가, 그리고 첫 문장부터 굉장히 환상적인, 그런 아름다움의 세계를 그리고 있어요. 그리고 <소년이 온다>도 여러분들이 깊이 읽었겠지만, <소년이 온다>라고 하는 소설도 굉장히 시적이고 환상적인 그런 세계를 다루고 있어요. 역사적인 트라우마와, 그러니까 이건 소설의 주제죠. 트라우마와 여린 인간의 사랑 얘기를 그렇게 잘 그려낼 수가 없다. 그런데 그걸 그려내는데, 지금 그 강이의 문체가, 문장이 ‘아주 딱 알맞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강 작가는 어떤 딸인지?
▲한승원 작가
(강이는) 어떤 딸이냐면, 효도를 많이 한 딸이죠. 왜냐하면 아버지나 어머니를, 뛰어넘는 사람. 스승을 뛰어넘는 것을 ‘청출어람’이라 그러고, ‘출람한다’ 그러고. 그러니까 푸른색에서 나왔지만, 쪽빛이 더 푸르잖아요? 그러니까 스승 밑에서 나와도 제자가 뛰어날 때 ‘출람’이라고 합니다. ‘청출어람’.
-한강 작가와 통화로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한승원 작가
세상은 전쟁으로 사람들이 많이 죽어가는데, 이 자리에서 잔치를 벌여서 동네 사람들한테 한턱 내려고 했는데, 그것도 하지 마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그런 비극적인 일들을 좀 보고 즐기지 마라”고 “그러니깐, 스웨덴 한림원에서 상을 준 것은” “즐기라는 것이 아니라, 더 냉철해지라고 한 거니깐”
-5·18민주화운동이 한강 작가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한승원 작가
그때 광주에 가면 은밀하게 돌아다니는 사진첩이 있어요. 그 독일 모 기자(위르겐 힌츠페터)가 찍어서 만든 사진첩, 또 동영상
그런 것들이 있었는데, 그것을 구입하죠. 그래서 은밀히 숨겨서 가지고 와서 내 책상 위에 놓고, 그것을 어느 날 좀 부잡스런 우리 딸이 훔쳐봤나봐요. 그러니까 딸의 정서로써는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비극적인 사진들을 보고 충격을 받았대요. 그것이 하나의 동기가 돼서 <소년이 온다>를 쓰지 않았나···
안태균 수습기자 gyun@mdilbo.com
영상 제공=장흥군청
- 노벨상 한강 "계엄 상황에 큰 충격"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0월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한강 작가가 지난 6일과 7일(현지시각) 스웨덴 한림원에서 기자회견과 강연을 진행했다. 이틀간 공식 석상에 오른 한 작가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는 소회와 함께 무력이나 강압으로 통제를 하던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6일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 작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고향 광주에 대해 언급했다.이날 한림원 기자회견장에 도착한 한 작가는 입장 후 환영에 감사한다는 인사와 함께 "지난 며칠 동안 아마 많은 한국 분들이 그랬을 텐데 충격도 많이 받았고 아직도 굉장히 많은 상황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 뉴스를 보내며 지내고 있다"고 운을 뗐다.한 작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전, 12·3 비상계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그는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1979년 말부터 진행됐던 계엄 상황에 대해 공부를 했는데, 2024년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된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앞선 계엄과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가 돼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며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멈추려고 애쓰셨던 분,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들을 껴안으며 제지하려는 모습 등을 보며 시민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졌고 젊은 경찰과 군인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또 "명령을 내린 사람들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것이었겠지만 보편적인 가치의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적극적인 행위였다고 생각이 된다"며 "바라건대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그런 방식으로 통제를 하던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계엄령 등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한 작가는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어떤 일이 있다고 해도 계속 말해지는 진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언어의 힘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이날 한 작가는 고향인 광주에 대해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도 밝혔다.그는 "9년 2개월 정도를 광주에서 살고 나머지 40여 년은 서울에서 살았으니 광주 사람이기도 하고, 서울 사람이기도 하다"며 "정체성을 규정하기 어려운데 광주는 '소년이 온다'를 통해 다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장소이자 이름이다"고 말했다.한 작가는 이튿날인 7일엔 스웨덴 한림원에서 진행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 참여했다.이날 '빛과 실'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강연에서 그는 작품세계를 비롯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그는 "서가에 거꾸로 꽂힌 '광주 사진첩'을 우연히 발견해 어른들 몰래 읽었을 때는 열두살이었다"며 "어렸던 나는 그 사진들의 정치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으므로, 그 훼손된 얼굴들은 오직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으로 내 안에 새겨졌다"고 말했다.한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기 위해 2012년 광주에 방문했던 경험을 풀어놓기도 했다.그는 "12월, 망월동 묘지에 찾아가 걸어 나오면서 '광주가 하나의 겹이 되는 소설이 아니라, (광주를)정면으로 다루는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했다"며 "900여 명의 증언을 모은 책을 구해 매일 아홉 시간씩 읽어 완독했다"는 집필 과정을 설명했다.열다섯살 소년 동호의 이야기를 담은 '소년이 온다'는 상무관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한 작가는 "소설의 처음과 끝에 촛불을 밝히고 싶었기에 첫 장면을 그렇게 시작한 것"이라며 "망자들, 유족들과 생존자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내 몸의 감각과 감정과 생명을 빌려드리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한 작가는 소설의 배경인 광주의 의미에 대해 짚어보기도 했다.그는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며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날 그는 현재 집필 중인 작품과 앞으로에 계획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한 작가는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3년이 흐른 지금, 아직 다음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엇으로도 결코 파괴될 수 없는 우리 안의 어떤 부분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이라고 답했다.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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