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서 모임까지 ‘한강 투어’ 열기
독립서점 찾아 도서·원서 구매도
작가 창작열…문예지 특집 계획
북카페 가족단위 찾아 북적북적
도서 판매·대출서 상위 독차지
지난달 10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발표된 지 한 달여 지났으나 '한강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한강 투어'로 광주를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작가들의 창작열이 높아졌으며 문예지들이 특집호를 잇따라 준비하는 등 지역 문단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한강 투어' 인기…전국서 광주 찾아
한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소년이 온다'의 배경인 광주를 찾는 방문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한강 투어'에 나선 방문객은 개인에서부터 소규모 모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옛 전남도청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상무대, 전일빌딩을 찾아보는가 하면 독립서점 등을 방문해 직접 도서와 영어 원서를 구매하고 있다.
내달 1일까지 진행되는 광주비엔날레를 관람하기 위해 광주를 찾은 외국인들도 자연스럽게 한 작가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작가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의 3개 섹션 '부딪침 소리', '겹침 소리', '처음 소리'를 작명하면서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하고 광주비엔날레 포럼에 초청된 한 작가는 5·18민주화운동이 모티프가 된 소설 '소년이 온다' 일부를 낭독하기도 했다.
광주 동구에 위치한 독립서점 '소년의서' 임인자 대표는 "'소년이 온다'의 배경인 중흥동, 전일빌딩과 옛 도청을 방문한 후 한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저희 독립서점까지 오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며 "방문하신 분들께서 '한강 투어'라고 칭하시는데, 단순히 책만 구매하는 게 아니라 광주의 흔적까지 짚어보고 가시더라"고 말했다.
◆지역 문인 창작열 고조…계간지 등 특집 코너 마련
한 작가의 수상은 광주·전남 문인들의 창작 의욕을 자극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백애송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처장은 "한 작가의 수상은 이 지역 작가들, 특히 소설가들에게는 큰 의욕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다"며 "이미 구상했던 창작물을 쓰거나 탈고하는 시기를 앞당기는 작가들이 점차 늘고 있어 향후 잇따라 성과물들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답했다.
광주문인협회와 전남문인협회는 계간지 내년 봄호에 한 작가의 수상을 기념하는 특집호를 마련하거나 관련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근모 광주문협 회장은 "광주 출신의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대단히 경사스러운 일"이라며 "현재 겨울호 편집이 마감된 상황이라, 내년 봄호에 특집 코너를 마련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한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의 터 장흥이 속한 전남문인협회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관웅 전남문협 회장은 "한강 작가의 수상은 한국의 문학을 세계에 알리는 꿈을 이룬 것"이라며 "한 작가와 한승원 작가의 문학 세계는 남도 문학의 뿌리에서 자라났으니 이러한 전남 문학을 재조명하기 위한 행사를 내년 중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한승원 작가의 터인 장흥군을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세미나 등 학술대회를 통해 부녀의 작품을 탐구해보는 장을 펼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광주문학관, 방문객 증가…지역 작가 상설전시장 관심
근·현대의 광주문인과 문학사를 만나볼 수 있는 광주문학관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잇따르고 있다.
광주문학관이 전일빌딩245 1층 미니북카페에 마련한 '카페, 소년이 온다'에는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한 작가의 주요 작품을 전시한 광주문학관 2층 미니북카페에도 가족단위의 독자들이 찾아 독서를 즐기고 있다. 광주문학관을 찾은 방문객들은 박용철, 김현승, 정소파, 문병란 등 '광주 4대 문인'의 생애와 문학을 만날 수 있는 상설전시장에도 들러 '예향 광주'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광주문학관 관계자는 "한강 작가에 대한 방문객들의 관심이 상설 전시장으로도 이어져 문학관에 활기가 돌고 있다"며 "시민들의 발걸음이 크게 늘어, 이에 맞춰 문학평론가 등을 초청하는 다채로운 특강 프로그램도 계획 중에 있다"고 전했다.
◆서점가, 도서관…한강 책 인기 여전
앞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한 작가의 책들에 대한 인기도 여전하다.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 대형 서점 온라인 사이트 베스트셀러 종합부문 상위권은 한 작가의 작품이 독차지하고 있다. 광주의 한 대형서점 관계자는 "수상 소식 직후 곧장 품절이 된 이후 현재는 물량이 많이 풀렸는데, 지금도 한강 작가의 책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10일 기준 광주시립도서관 누리집 '베스트도서'란에도 한 작가의 대표작 '작별하지 않는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이 선정돼 있다. 한 작가 작품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부친인 한승원 작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작가가 펴낸 장편소설 '아제아제바라아제', '다산', 시집 '꽃에 씌어 산다' 등이 함께 주목을 받으며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 "제주의 사람과 풍경 글과 그림에 담았어요" 384 시인에게 시는 밥줄이자 자신을 지탱하는 버팀목이다.박노식 시인은 등단 후 9년 동안 5권의 시집과 1권의 첫 시화집을 출간, 왕성한 창작활동과 필력으로 자신만의 시탑(詩塔)을 쌓아가고 있다.박노식 시인이 자신의 대학동문인 이민 화가와 두번째 시화집 '제주에봄'(스타북스刊)을 펴냈다.이번 시화집에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유적, 박물관, 카페 등을 여행하며 두 사람이 쓰고 그린 100편의 글과 100편의 그림이 실려 있다.각각의 글과 그림은 제주의 숨겨진 풍경과 매력을 새롭고 다채롭게 펼쳐냈다.지금은 국내 최고의 휴양지이지만 제주는 눈부신 풍광 속에 4·3이라 불리는 역사적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슬픔의 땅이자 사람과 자연, 바다가 치유와 행복을 건네는 '천국'이다.박노식 시인과 이민 화가는 책머리에서 책에 담고자 하는 뜻을 전한다."오직, 시만 쓰고 오직, 그림만 그리는 순한 두 사람이 만나서 세상에 하나뿐인 아름다운 책을 낳았습니다. 제주는 슬픔의 섬이고 예술적 상상력의 바다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픈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그곳의 아포리즘과 그림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다면 당신과 우리는 한 수평선에 누워서 낮의 흰 구름과 밤의 푸른 별을 함께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첫 장 이민 작가의 작품 '밤 11시30분 솔동산로'에 입힌 박노식 시인의 글을 보자."홀로 밤길을 걷는 사람은/ 가로등 아래에서 어떤 슬픔을 찾으며/ 누군가를 오래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요."익숙한 길이건 낯선 거리건 우리는 어두운 밤 홀로 걸을 때 누군가를 만났던 장면과 감정을 떠올린다.생각은 기억을 부르고 그 기억은 흘러버린 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며 그 때의 그 장면들을 되새기게 한다.그것은 때로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혹은 추억과 후회로 가슴을 후벼파기도 한다.박 시인은 이민 작가와 함께 제주 곳곳의 공간과 풍경을 포착한 순간과 그림에 담긴 모습을 오버랩하며 자신만의 언어로 느낌과 서정, 서사를 입혔다.그는 비 내리는 서귀포 명동거리에서 먹먹한 가슴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자신과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기억의 고통을 감내한 인내로 내일을 기약하기도 한다.'신서귀포 메밀꽃밥'에서는 상처 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듯 피어난 꽃을 보며 상처도 삶의 일부임을 말한다.그의 시선은 계속 이어진다. 간밤의 고통을 이겨내고 떠오른 아침햇살을 보며 이별의 아픔도 영원하지 않음을 이야기하며 자신을 붙들지 않고 놓아주지 않는 기억 하나가 있다면 이 또한 자기의 전부였음을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임을 보여준다.이렇듯 각각의 글과 그림에는 사실적 풍경 속에 담긴 화폭에 입힌 작가의 손길과 시인의 눈으로 건져올린 그림 속 언어들이 슬픔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위로와 희망을 건네준다.박노식 시인은 "보석 같은 제주도 곳곳의 풍경과 공간들을 담백한 필치와 색채가 어우러진 이 민 작가의 그림을 매개로 그때 그때의 느낌의 단상들을 간결한 시적 언어로 고백하듯 써 냈다"며 "고단한 삶 속에서 잠시나마 하늘과 구름, 별을 보듯 쉬어가는 마음으로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박노식 시인은 어느 봄날, 꿈속의 그에게 불현듯 나타난 또 다른 그가 했던 말 "한 권 시집도 없이 위로 올라오지 마라!" 그는 이 현몽을 얻고 생업을 접었다. 독한 마음으로 화순군 한천면 가천마을에 둥지를 틀고 오직 시만 썼다. '유심'에 '화순장을 다녀와서' 외 4편으로 신인상을 받고 등단,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조선대 국문과를 나와 현재 광주 동구 '시인 문병란의 집'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이민 화가는 조선대학교 미대 회화과와 일본 동경 다미미술대학 판화과 석사학위 취득 후 국립현대미술관 아카데미와 국내 여러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작가는 자신만의 '판타블로 : 판(판화)+타블로(서양화)'라는 특수한 기법을 고안, 90회가 넘는 개인전을 열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제주도 그림만 1천점을 목표로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사진=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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