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시간 써 온 시 57편 엮어
"담백한 깊이, 독자에 사랑 넣어"

"소박한 시집이에요. 요즘 들어 우리 사회가 참 삭막한데 읽는 분들이 시집을 통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첫 시집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그 아무것들'(천년의시 刊)을 펴낸 김민하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한 소망을 이처럼 밝혔다.
이 시집은 김 시인이 지난 2011년 등단한 이후부터 조금씩 꾸준히 써왔던 시들을 엮어냈다. 오랜 시간 서랍에 차곡차곡 모아온 지난날의 감정이자 감상이 담긴 시집이다. '봄' '나무 도마2' '안개꽃' '배추김치 읽기' '크리스마스 카드' 등 57편의 시가 실렸다.
'푸름 많은 몸짓으로/푸름 맑은 열정으로/두근두근 그리면 내게 올까/누추한 생에 세례수 한 방울만 한 네 잎'('네잎클로버' 중)
그의 작품은 일상 속의 존재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뜯어본다.
이해인 수녀는 해설에서 "자연과 사물에 대한 예민한 통찰과 애정을 저자 특유의 언어로 표현하는 시들은 솔직하고 아름답고 따듯하다"며 "담백한 깊이로 독자의 마음속에 슬며시 사랑을 넣어 준다"고 설명한다.
이 수녀의 해설처럼 김 시인의 이번 시집은 "켜켜이 쌓인 배추 포기를 책으로 읽어 내는 예민한 시선에 감탄"하게 만들고 "우리 또한 생활 속의 시인이 되고 싶"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작은 존재를 쉽사리 지나치지 않고 세심히 살피는 시인의 따뜻한 목소리와 시선이 깊은 울림이 된다.
작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그의 소박한 언어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상의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김 시인은 "시를 잘 쓰는 사람도 아니고 쓰기가 어려워 마음대로 조금씩 써서 보관해왔던 것들을 기록이자 추억으로 엮어냈다"며 "항상 글을 쓸 때마다 읽는 사람들이 인정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말 소박한 시집이지만 이 시집 또한 독자들에게 그런 시집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민하 시인은 2001년 '아동문예'에서 동시, 2012년 '심상'에서 시로 등단했다. 2011년에는 '바른손' 일러스트 작가로 등록,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동시집 '기침하는 꽃들' '군침 도는 하루의 시간'이 있으며 2014년 격주간지 '아트플러스'에 영화평을 연재했으며 2020~2022년 무등일보에 '생각 한 방울' 연재, 2024년에는 월간지 '아트플러스'에 '생각 한 방울'과 시 칼럼 일러스트를 연재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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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가난의 길을 걷는 순명의 삶
시는 때로 그리움과 회한, 눈물을 머금고 피어난다.무등일보 신춘문예 출신 함진원 시인의 시에는 살아온 시간과 삶의 불안, 우울을 이겨낸 삶의 편린이 녹아 있다.시력 30년을 맞은 함진원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문학들刊)을 펴냈다. 60편의 시를 총 4부에 담았다.이번 시집은 개인적이고 실존적인 여러 고통을 사회의식과 종교적 신앙으로 승화시키려는 의지의 산물이다.이는 시인이 얼마나 강한 의지로 이 고단한 인생의 강을 건너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그의 실존의식은 철학적인 깊이에까지 천착, 감동적 사유를 완성했고 개인의 문제를 사회문제에까지 결부시켜 삶의 고독을 이웃에 대한 연대로 극복해 내려는 안간힘을 경이로운 시적 성취로 풀어냈다."너무 오래 머물렀습니다/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이 있어서/ 다행인 요즘/ 섬기는 일도, 사랑할 일도/ 잠깐, 쉬었다 가는 길/ 혼자면 어떻습니까// 요모조모 힘들면 힘든 대로/ 자발적 가난을 실천 중입니다// 이제 마지막 퍼즐 한 조각만/ 맞추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사람들과 인연도, 가족에게 헌신한 시간도/ 무탈하게 지나가면 감사하지요// 조금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남루하면 남루한 대로/ 홍매화 피었는데,/ 곧 사과꽃 소식 기다리는 중입니다"(시 '누구신지요' 전문)겸허하고 청빈한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삶 속에서 꽃소식을 들으며 살겠다는 다짐이다.고재종 시인은 그것을 "섬기고 사랑하고 자발적 가난의 길을 가는 순명의 삶"이라고 명명했다.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실존적 불안과 우울 그리고 타나토스(그리스 로마 신화의 죽음의 신)를 사회정치학적 상상력으로 거뜬히 이겨내며 삶을 다진다. 그런데 그 다진 삶이 어떤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세속적 방식이라기보다, 섬기고 사랑하고 자발적 가난의 길을 가는 자체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인연도, 가족에게 헌신하는 시간도 힘들면 힘든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가꾸며 홍매화 피고 사과꽃 기다리는 자연의 이법을 따르고자 한다. 바로 그것이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의 그분에게 '섬기는 일' '사랑하는 일'이다.함진원 시인은 "오랜 겨울을 보내면서 마음은 의지할 데 없이 쓸쓸했지만, 고요가 깃들면서 캄캄한 밤은 지나고 아침이 왔다"며 "아침이 오는 길목에 꽃씨를 심으려고 한다. 힘들고 지친 순한 사람들과 환하게 웃고 싶다"고 말했다.그는 함평에서 태어나 조선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시 '그해 여름의 사투리 調'가 당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인적 드문 숲길은 시작되었네', '푸성귀 한 잎 집으로 가고 있다',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를 펴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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