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세종시 초광역 혁신 실험
생활권 반영 시·군 넘나드는
'행정구역 확장 혜택' 이례적
'월 정액권' 이응패스 도입해
한달만 버스 등 이용 12%↑
2만원 다 못 쓰면 환급해주고
더 쓰면 최대 5만원까지 보전
공영자전거 '어울링'도 무료
세종시의 '대중교통 혁신실험'이 이채롭다. 지난해 광역단체 최초로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선언한 세종시는 뜨거운 찬반 논란 속에서도 대중교통 공공화에 불을 지폈다. 예산 장벽을 넘지 못해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는 유보됐지만, 자체 설계한 교통패스를 선보이며 대중교통 중심도시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시민들의 생활권까지 고려해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 인근 시·군으로 확장한 교통패스의 혜택이 이례적이다.
◆자동차 도시 오명 벗자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는 대중교통 분담률 70%를 목표로 설계된 도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정부 부처가 속속 입주하면서 인구는 증가한 반면 도로 구조 한계로 극심한 교통 체증을 빚어왔다. 불편한 버스노선에 자동차는 필수품이 됐고, 버스수송분담률은 전국 최하위권이었다.
세종시 시내버스 수송분담률은 7대 특·광역시 중 가장 낮다. 통근·통학시 이용하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승용차가 72.5%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시내(마을)버스 7.9%, 철도 1.8%, 택시 2.5% 등이다. 승용차 수송 분담률은 46.9%(2019년 기준)로 가장 높다. 도시 특성상 대전·청주 등 인근 지자체로 출퇴근 수요가 많아서다.
승용차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자가용족이 도로를 점령해 세종 도심은 출퇴근 때마다 극심한 지·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제 세종시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2007년 2만9천583대에서 2018년 14만7천862대로 연평균 16%의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세종시는 '자동차 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도심 교통체증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지난해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추진을 선언했다. 교통정책을 넘어 탄소배출 감소를 통해 기후·환경 문제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인구 40만명에 육박하는 광역단체로서 '파격'에 가까운 실험이었다. 당시 연간 예산은 235억원으로 산출됐다. 하지만 발표 직후부터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됐고, 의회의 압박도 거세졌다.
결국 세종시는 막대한 예산 장벽을 넘지 못한 채 무료 버스 대신 '월 정액권'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세종시는 버스 전면 무료화에 소요되는 예산에 비해 정액권은 60억원으로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세종시가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를 고수하지 못한 이유에는 낮은 버스 이용률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세종시 조사 결과 6세 이상 시민 36만명 가운데 버스를 한 번이라도 이용한 경우가 15만명에 불과했다.
◆대중교통권 개발 '이응패스' 출시
세종시는 결국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가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맞춤형 대중교통패스 개발에 돌입했다.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보다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민들에게 보다 많이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혜택을 담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K-패스와도 연계해 예산운영의 효율성도 기했다.
바로 세종시가 지난달 10일 공식 출시한 '이응패스'다.
'이응'은 '이동에 응답하다'의 줄임말이다. 공간과 공간을 언제나 연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Zero)는 의미도 담고 있다.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내놓은 정액권은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
매달 2만원을 충전하면 추가 요금 없이 5만원 한도로 갖가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한 달에 대중교통 요금으로 2만원 넘게 쓰면 5만원까지 세종시에서 보전해 준다. 또 세종시에 거주하는 어린이와 만 18세까지 청소년, 70세 이상 노인, 장애인 등은 무료다.
세종시의 경우 2023년 12월 말 기준 70세 이상 고령자는 2만6천249명, 6세부터 18세까지 청소년은 6만8천660명(6~12세 교통카드, 13~18세 이응패스) 등 총 9만4천909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등록장애인수는 1만2천863명이다.
이용 대상은 시내버스, 간선급행버스(BRT), 마을버스, 부르면 달려오는 '이응버스'와 '두루타', 공영자전거 '어울링'까지 대중교통을 총망라한다.
세종시 이응패스가 특별한 이유는 시도간 경계를 넘어선 혜택이다. 세종은 물론 인접한 대전·청주·천안·공주·계룡시를 오가는 대중교통까지 이용(환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세종시민이라면 인근 지역 대전 지하철까지 대상에 포함된다. 사실상 대전이나 천안, 계룡 등 인근 지역과 생활권이 묶여 있는 현실을 반영한 혜택이다. 세종시 공용자전거 '어울링'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응패스는 환급방식이다. 월 충전금액인 2만원보다 적게 쓰면 차액을 돌려받는다. 사용자가 환불을 요청하면 전액(2만원)을 환불해 준 뒤 이용 금액만큼 재결제하는 방식이다. 다만 매월 5만원 미만을 쓰더라도 남은 금액은 이월되지 않고 소멸된다. 5만원이 넘는 경우에도 K-패스 혜택은 유지된다.
이응패스는 출시 한달여만인 지난 18일 기준 카드 신청자가 7만여명을 넘어섰다. 시는 당초 이응패스 카드 발급 목표를 인구 대비 10%인 4만장으로 잡았으나 신청이 폭주하며 올 연말까지 최대 10만장 발급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시행 한 달만 효과 뚜렷… 해법 주목
세종시가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도입한 대중교통 정액권 '이응패스'가 한달여만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는 이응패스 시행 전후 대중교통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시민들의 일일 평균 대중교통 이용이 12%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에 따르면 이응패스가 시행된 지난달 10일부터 30일까지 대중교통 이용 건수와 운송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모두 늘었다.
이응패스 도입 이후 평일 대중교통 평균 이용 건수는 7만3천40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만6천76건과 비교해 11.1% 많았다. 공휴일이 포함된 주말의 평균 이용 건수는 3만6천91건으로 전년 동기 3만2천172건 대비 12.2% 높아졌다.
대중교통 운송 수익도 개선됐다.
지난달 한 달간 대중교통 평일 평균 운송 수익은 8천480만3천35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천818만7천450원보다 661만5천902원(8.5%) 늘었다. 공휴일이 포함된 주말에는 4천69만263원으로 전년 동기 3천906만2021원보다 162만8천242원(4.2%) 증가했다.
공용자전거 '어울링'을 이용하는 시민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응패스를 개시한 시점부터 지난 9일까지 한 달간 어울링 주행거리 등을 분석한 결과, 전체 어울링 주행거리가 전년동기 대비 8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전체 이용자가 어울링을 타고 주행한 거리는 96만 7천801㎞로 집계됐다.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를 가정해 온실가스 감축량을 산출하면 242t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얻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어울링 주행거리 54만 623㎞와 온실가스 감축량 135t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에 이를 정도로 급격한 변화다. 시는 이응패스 시행 이후 시민의 어울링 이용률이 자연스럽게 높아졌고, 어울링이 세종시의 친환경적인 대중교통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이응패스 시행과 버스노선 확대·개편 등 대중교통 혁신정책 시행이 평일 출퇴근과 주말 여가를 위한 대중교통 이용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며 "대중교통 중심도시로 설계된 만큼 대중교통을 이용할수록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 넘쳐나는 인구·車에 '무료화'··· 어디든 자유롭게 이동 독일과 벨기에, 프랑스 사이에 자리한 룩셈부르크는 모든 대중교통이 무료다. 도시에 밀집된 인구와 인근 국가에서 출퇴근하는 차량까지 교통난이 심화되자 정부 주도로 추진된 정책이다. 탄소배출에 민감한 유럽의 정서도 한 몫했다. 대중교통 무료화를 통해 교통체증을 해소하고 기후변화에도 대응하겠다는 목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급증하는 인구·車 혼잡한 도시중부 유럽 서쪽에 자리한 룩셈부르크는 2천586㎢ 면적에 인구 66만2천명이 살아가는 작은 나라다. 국제 금융 중심지인 이곳은 1인당 GDP 13만1천384달러로 세계 1위의 부국이다.좁은 국토 면적에 산간지대가 많은 룩셈부르크는 인구 92%가 도시에 밀집해 살고 있으며, 압도적인 인구증가율을 보이고 있다.실제 인구증가율(1997~2017)은 40%를 넘어섰으며, 최근 8년간 10만명이 증가하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는 인구증가율이 5%를 조금 웃도는 유럽 평균에 비해 8배 가량 많은 수치며, 제자리걸음인 독일이나 10%대에 불과한 이웃 프랑스·벨기에와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여기에 국경을 접하고 있는 프랑스, 벨기에, 독일 등지에서 출퇴근하는 인구가 21만명에 달해 도심은 교통체증으로 늘 혼잡한 상황이다.특히 높은 경제력으로 자동차 보유율이 30여년 간 유럽내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골칫거리다. 2020년 기준 인구 1천명당 696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10가구 중 9가구가 자동차를, 10가구 중 1가구는 3대 이상 소유하고 있다.낮은 유류세와 자동차 위주의 도로 인프라 등도 도로 혼잡을 야기시키는데 한몫했다.룩셈부르크에서는 작은 마을에도 페라리와 마세라티 대리점을 찾을 수 있을 정도이며, 수도인 룩셈부르크시는 전역이 주차장을 방불케한다. 오는 2030년에는 인구가 69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돼 교통대책이 요구됐다.◆정부 차원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룩셈부르크가 꺼내든 카드는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였다.2010년대 초반부터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에 관심을 가져온 룩셈부르크는 'M ODU 2.0(mobilite durable, 지속 가능한 이동성 전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20년 3월 1일부터 대중교통의 전면 무료화를 단행했다. 기차·버스·트램 등 대중교통에 대해 일등석을 제외하고 어디에서나 누구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자동차 소유와 운행을 줄이는 대신 이들을 대중교통으로 흡수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를 통해 도로 혼잡과 대기오염을 해결하고 저소득층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였다.'MODU2.0프로젝트'는 2017년을 기준으로 2025년까지 대중교통 이용률을 20% 이상 끌어올리는 것이 골자다. 자동차에서 대중교통으로의 이동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철도망 체계적 확대와 트램 노선 연장을 비롯해 자전거 인프라, 전기자동차 충전소 확충 등 도로 및 교통 인프라를 보완하는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도시 중심부의 교통체증을 줄이기 위해 우회로를 만들고 주차 공간을 두배로 확장하고, 전국 버스 노선망의 전면적 개편에 나섰다.이를 통해 2025년까지 개별 차량은 61%에서 46%로 감소시키고, 여객 운송(19%→22%), 보행(6%→9%), 자전거이용률(2~4%)은 증가시키는 것이 목표다.현재 룩셈부르크 대중교통 무료화에 연간 투입되는 예산은 5억 유로에 달한다. 이중 유일한 수입권은 일등석 티켓 판매로 거둬들이는 4천100만 유로가 유일하다. 과거 교통시스템 유지관리비 및 요금 징수 및 무임승차 감시인력 등 각종 인건비 절감을 통해 일부 재원을 확충했다.2020년 12월 채택한 기후법에 발맞춰 2022년 4월에는 국가 이동성 계획인 PNM 2035를 발표하며 지속적인 대중교통 정책을 강화해나가고 있다.PNM 2035는 MODU 2.0프로젝트의 보다 강화한 것으로 자동차, 버스, 기차, 전차, 자전거, 보행자 등 모든 종류의 이동성을 고려한다. 일명 'MODU 3.0'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계획은 누구나 쉽게 대중교통에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2035년까지 개별 차량은 51%에서 31%로 감소시키고, 여객 운송(19%→22%), 대중교통(16%→22%) 보행(12%→14%), 자전거이용률(2%→11%)은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의 경우 2017년 하루 33만 2천 번 이용(16%)에서 2035년에는 29만4천번 추가 이용(89% 증가)할 수 있도록 해 전체적으로는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률이 22%에 이르는 것이 목표다.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룩셈부르크 시민들은 일반적으로 무료 교통에 긍정적이지만, 자동차 운행을 줄였다는 결과는 아직 공식화되지 않았다. 다만 대중교통 무료화 후 시민 1인당 연간 500유로 정도의 교통비가 절약되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통근 시간도 자동차 운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국경 넘어 진화하는 무상대중교통룩셈부르크의 대중교통 무료화는 국가간 경계를 넘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인접국에 거주하면서 룩셈부르크로 출퇴근하는 근로자들에게까지 무료화 혜택을 확대하기 위해 인접국 또는 인접국 지방자치단체들과 정책적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프랑스와는 도시 간 고속도로의 인프라 개선 및 철로 개설을 위한 투자, 카풀 정책 등이 호평을 받고 있다. 2022년 국경을 가로지르는 323번 버스에서 룩셈부르크의 무료 대중교통 정책을 확장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국경을 넘어 5㎞까지 무료 교통편을 연장해 티옹빌로 가는 버스를 운영했다. 또 국경 근처 6개의 프랑스 지자체와 협업해 룩셈부르크로 출퇴근하는 프랑스 근로자들 대상으로 무료 셔틀을 시범 운영중이다. 73만 유로가 투입되는 이 사업은 프랑스 6개 지역 통근자를 무료 셔틀로 몬도르프까지 이동시킨 후 도보로 국경을 넘어 룩셈부르크 몽도르프 레 뱅에서 무료 대중교통 네트워크를 이용해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이와 함께 오는 2030년까지 프랑스 메츠시와 룩셈부르크시 사이를 1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기차 서비스를 늘리는 것도 추진된다. 그동안 매일 12만 명 이상의 프랑스 근로자들이 룩셈부르크로 출퇴근해왔지만 두 나라를 잇는 교통편에 대한 비판은 끊이질 않아왔다.독일 트리어 지역에서는 버스와 기차의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통근자들이 대중교통 이용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자를란트주와는 룩셈부르크로 오가는 9천여 명의 근로자들을 위한 직통 철도와 부족한 버스노선 확충을 위한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 또 국경지역을 특별관세구역으로 지정해 교통요금 제도를 서로 나눌 수 있는 방안과 도이칠란트티켓(일명 49유로 티켓)을 국경 간 서비스로 확장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다.룩셈부르크 정부 관계자는 "자동차 소유나 운전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둬 강제하기 보다는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보다 많이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룩셈부르크=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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