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인형극 ‘연희도깨비’ 무대
'흥부와 놀부' 등 동화 엮어 구성
남사당놀이·애니메이션 등 다채

'옛날 옛적, 욕심쟁이 형 '놀새'와 마음씨 착한 동생 '흥덕이'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형 놀새의 심부름으로 산에 나무를 하러간 흥덕이는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몸을 숨겼고, 그때 어디선가 무서운 소리와 함께 나타난 도깨비들. 이들이 신명나게 놀고 음식을 먹으려는 순간 마침 배가 고팠던 흥덕이가 개암나무 열매를 깨물었다. 이때 난 소리에 깜짝 놀란 도깨비들이 음식과 요술빗자루도 두고 도망갔다. 이로 인해 부자가 된 흥덕이. 하지만 질투심이 강한 놀새도 부자가 되기 위해 숲속으로 들어가는데….'
흥많은 도깨비와 흥겨운 전통연희가 만났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ACC재단)이 오는 7일과 8일 ACC 어린이문화원 어린이극장에서 2024 ACC 공동기획 렛츠플레이 마지막 작품인 '국악 인형극 연희도깨비'를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흥부와 놀부'와 '도깨비와 개암나무' 등 익숙한 전래동화를 엮어 내용을 새롭게 구성했다. 욕심 많은 형 놀새와 마음씨 착한 동생 흥덕이가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갑작스럽게 도깨비와 마주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풀어진다.
이번 연극은 국악 무형 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 덜미를 기반으로 한 창작 인형극으로, 애니메이션과 아이들의 시각에 맞춘 조명을 더해 극의 사실감을 더함과 동시에 한국 전통 도깨비와 일본 도깨비가 다르다는 가르침도 줄 수 있는 유익한 시간도 준비했다. 도깨비에게 소원을 빌어 이뤄 질수 있도록 해 아이들이 꿈을 가질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도 함께 전달한다.

여기에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함께 전통연희 등 다양한 장치가 더해지며 관객들의 흥을 돋운다. 무대에서는 막대를 조정해 움직이는 우리나라 유일의 전통 인형극인 '덜미'와 대접 돌리기 '버나', 탈놀음 '덧뵈기' 등 신명나는 남사당놀이가 펼쳐진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놀이 '덜미'는 '꼭두각시놀음'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또 이번 공연에서는 이야기꾼 박첨지의 만담을 통해 권선징악이라는 동화 속 교훈과 흥 많은 우리나라 도깨비만의 재미난 유희도 선보인다.
'연희도깨비'는 오는 7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8일 오후 2시 등 총 3회 공연되며, 관람료는 1만 5천원이다. 4세 이상이면 누구나 관람 가능하며, ACC재단 누리집에서 예매하면 된다.
한편 ACC 렛츠 플레이는 국내 및 지역 예술단체와의 상생을 통해 극장과 어린이공연을 활성화하기 위한 공연 프로그램 공모사업이다. 올해는 종로 아이들극장과 협력, 총 5편의 공연을 선정해 무대에 올렸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
모든 창조물이 사라진 후···'우리'가 남았다 ACC '어디로나 흐르는 광주' 4막에서 관객들이 관측도구를 통해 가상의 일식을 체험하고 있다. 야산의 구덩이에서 빛이 나고, 발 밑으로 검은 물이 밀려들며 하늘에는 거대한 태양이 뜬다. 세상이 창조되는 7일의 시간, 관객은 무대 위에서 재현된 신화를 직접 목도하지만 창조된 모든 것이 사라진 후 암전에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예술극장 극장 1에서 오브제 연극 '어디로나 흐르는 광주'를 선보였다. 대사 없이 오브제와 퍼포머의 움직임만으로 오월 광주의 본질을 조명하려 한 작품으로 7일간의 천지창조와 7일간의 종말을 극의 구조로 활용했다. 연출은 연출가 적극, 음악감독은 신원영과 해미 클레멘세비츠가 맡았다.극장에 들어서면 관객들은 객석 없는 무대로 바로 올라선다. 무대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원형 관측도구가 줄지어 서 있고 멀리 정면으로는 거대한 원형 나무 스크린과 빛을 상징하는 구조물이 공중에 매달려 있다. 관객들은 진행요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스크린 가까이로 걸어간다. 무대 바닥 리프트가 층층이 올라가 있어 마치 산을 오르는 듯하다. 단차를 통해 만들어진 거대한 구덩이 앞에 서면 암전되고 극은 시작된다.1막 '빛이 있으라'는 광주교도소 인근 야산을 재현했다. 구덩이 속에서 퍼포머들은 전선다발로 얽힌 전구를 이리저리 들다가 쓰러진다. 1막은 빛과 통증, 감각에 집중해 다양한 움직임과 도구들을 선보인다. 극의 설정은 메이의 소설 '아프다는 것에 관하여' 속 '사람들이 통증을 느끼는 부위에서 어느 날부터 갑자기 환하게 빛이 나기 시작했다'는 문구에서 인용했다.1막이 마무리되고 관객들은 처음 있던 장소로 다시 '산'을 내려가고, 구덩이가 있던 야산은 무대리프트가 내려가며 평평하게 사라진다.2막 '물과 빈 공간이 있으라'는 금남로와 충장로를 표현했다. 모포를 들고 얼굴을 가리고 있는 퍼포머들에게 다가가면 거대한 검은색 비닐 튜브가 관객들 사이를 비집으며 지나간다. 비닐 튜브는 거대한 물길 같기도, 성난 사람들의 물결 같다가도 퍼포머들이 튜브에 칼질을 하는 순간 바람이 빠지며 힘을 잃고 만다.ACC '어디로나 흐르는 광주' 3막에서 장교복을 입은 퍼포머들이 풍물을 연주하고 있다.3막 '땅과 나무가 있으라'에서는 김복만 안성시립남사당바우덕이풍물단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풍물패가 나선다. 동유럽의 장교복을 입고 풍물을 치는 이들은 마치 군대가 대오를 변경하며 진법을 짜듯 무대 위를 이리저리 밟고 다닌다. 연주가 마무리되는 순간에는 패트병 다발로 엮인 줄이 한데 모아져 거대한 탑을 만든다.4막 '해와 달과 별이 있으라' 에서는 6m 지름의 거대한 원형 스크린이 '태양'이 된다. 관객들은 5·18 희생자의 흑백사진을 관측도구에 설치하고 1.5㎝ 크기의 찰흙 달 모형을 이리저리 움직여 가상의 일식 현상을 확인한다. 관객들은 희생자의 눈 속에서 재현된 일식을 통해 시간과 죽음의 거리를 뛰어 넘는다.5막 '새와 물고기가 있으라'는 전일빌딩의 헬기사격을 재현한다. 육중한 물고기 모형이 기계의 힘을 통해 하늘 위로 올라가고 관객들이 추앙하듯 이를 바라본다. 그러다 어지럽게 울리는 총성과 함께 핀조명이 무대 곳곳을 때리며 점멸한다.ACC '어디로나 흐르는 광주' 6막에서 5·18 희생자들이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를 선보이고 있다.6막 '동물과 사람이 있으라'는 노아의 방주를 패러디해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를 선보인다. 배가 띄워지는 강가는 도청의 분수대가 되고 광주의 희생자들이 극중극에 참가하기 위해 여러 동물로 분장한다. 성악을 전공하고 싶던 여고생 현주는 토끼를 맡고, 이마에 총을 맞아 죽은 임신부 미애와 뱃속의 아이는 캥거루로 출연한다. 자살한 공수부대원은 갑옷처럼 찰랑거리는 망토를 매고 닭처럼 무대를 활보한다. 음악감독인 해미 클레멘세비츠는 직접 관객 사이를 지나다니며 기타를 연주하고, 45년의 시간을 지나 무대를 뛰어다닌 희생자들은 기념촬영을 끝으로 퇴장한다.7막의 인터미션 이후 8막의 종말에서는 극이 진행되며 무대에 설치된 창조물들이 역순으로 철거된다.ACC '어디로나 흐르는 광주''어디로나 흐르는 광주'는 고정된 객석 없이 관객이 직접 공간을 이동하며 관람하는 오브제 연극이다. 관객들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새로운 감각적인 경험을 할 수 있고, 각자의 해석에 따라 작품을 '신화의 재구성'으로 혹은 '광주의 재조명'으로 느낄 수도 있다. 관객이 서 있는 무대 위에서 7일간 천지가 창조됐듯,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광주에서는 45년 전 비극이 써 졌다. 무대 위 구조물이 사라지고 텅 빈 무대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신화를 목격하고 진실을 알고 있는 관객이, 우리가 남아있다.글·사진=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 · "문화를 통한 도시경쟁력 강화 구현, 절체절명의 과제"
- · 美미술 황금기 '뉴욕 추상'의 진수, 광주서 만나다
- · 만들고 뛰다 보니 어느새 하나 된 '특별한 운동회'
- · 45년 전 현장, 광주 전일빌딩서 직접 듣는 5월의 아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