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고민과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이러한 역할에 도움을 주는 이들이 바로 총괄건축가제도다. 그러나 광주광역시의 총괄건축가 자리는 현재 공석이고, 앞으로도 이 제도를 운영하지 않겠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그리고 우리는 총괄건축가 제도를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총괄건축가는 어떤 사람인가? 도시·건축의 미래를 고민하고 실행할수 있는 전문가다. 이들은 시장과 공무원들을 돕고, 도시 디자인과 공간정책을 설계하며, 중요한 사업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광주에서는 2019년에 처음 총괄건축가를 도입했지만, 지금은 제도가 중단되어 있고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제도의 위기,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광주에서 총괄건축가 자리가 비어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첫째, 성과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제도가 운영되는 동안 시장과 공무원들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지 못했다고 느꼈을 수 있다.
둘째, 지역 전문가 못 찾을 수 있다. 동의할 수없지만 광주에서 이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인물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셋째, 효과에 대한 의문을 크게 가질 수 있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총괄건축가가 꼭 필요한가에 대한 불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제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이를 운영하는 방식과 참여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더 큰 문제인 경우가 많다. 총괄건축가가 필요한 이유를 몇가지만 생각해 보자
첫째, 총괄건축가는 시장의 든든한 조력자다. 시장은 도시를 운영하는 데 다양한 의견과 도움을 받아야 한다. 모든 일을 스스로 다 할 수는 없기에, 도시 전문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도시.건축 철학을 스스럼 없이 논의할 상대이면 더 좋다.
둘째, 총괄건축가는 공무원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낼수 있다. 행정 조직은 뛰어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조직 내에서 소극적으로 변하기 쉽다. 총괄건축가는 외부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공무원들과 함께 일하며 긍정적인 긴장감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셋째, 총괄건축가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게 할수 있다. 익숙한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도시를 더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움을 준다. 틀린 생각이 아닌 다른 생각으로 더 나은 도시·건축공간을 만들 수 있게 힘을 보태준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 총괄건축가 제도는 시행 초기부터 완벽할 수 없다. 새로운 제도는 언제나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은 더 키우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한다면 도시는 더욱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생각의 전환도 필요하다.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시작은 생각을 바꾸는 것에서 출발한다. 눈앞의 실적이나 다음 선거만을 생각하는 정치가 아닌, 미래를 내다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총괄건축가는 현재를 토대로 미래를 고민하고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분명히 한다. 잘 뽑고, 잘 협력한다면.
광주의 총괄건축가 제도가 단순히 사라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도시·건축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기회가 다시 찾아오길 기대해 본다.
총괄건축가제도는 공간정책 및 전략수립에 대한 자문, 주요사업에 대한 총괄·조정 등 건축·도시 디자인의 경쟁력 강화와 관련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민간전문가(이하 "총괄건축가"라 한다)를 위촉·운영하는 제도다. 이는 「건축기본법」과 그 시행령, 「건축기본조례」에 근거하여 운영된다. 없는 제도도 만들어 잘해야 할 판에 있는 것을 버리는 어리석음을 남기지 말자.박홍근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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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주 동구가 고향사랑기부제로 이뤄낸 '기적' 2023년 1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에 나선 고향사랑기부제가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지방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인이 자발적으로 고향에 기부하면 세액공제를 해주고 답례품을 주는 이 제도의 시발점은 일본이다.우리나라보다 15년 앞선 2008년부터 '고향납세(후루사토 납세)'를 도입한 일본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성과를 냈던 건 아니었다. 고향납세 첫해 기부금은 81억 엔(약 820억 원)에 불과했으나 정부와 민간의 협업, 역할 분담을 거쳐 2021년 8천320억 엔(약 8조 원)까지 늘어나며 일본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주요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고 해서 벤치마킹에 나선 우리나라에서도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 소멸 위기의 자구책이 될지, 아니면 단순 이벤트로 끝날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그런데 시험대에 오른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2년 만에 '기적'을 이뤄냈다. 인문도시 광주 동구에서 말이다. 무엇보다 동구는 타향살이하는 이들에게 '고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었고, 지리적 특성상 타 지자체와 달리 특산물과 공산품이 부족해 이를 타개할 답례품 발굴도 절실했다. 직원들이 전통시장을 누비며 업체를 찾아냈고, 일손이 부족할 땐 택배 포장까지 소상공인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였다. 초기부터 민간 플랫폼 도입, 고향사랑 지정기부사업 등 차별화된 전략과 '가치 있는 기부 경험이 지역을 변화시킨다'는 믿음과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 덕분에 2024년 한 해 동안만 24억여 원의 기부금을 모아 전국 243개 지자체 중 2위(기초 지자체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동구의 대표적인 고향사랑 지정기부 사업인 '광주극장 100년 프로젝트', '발달장애 청소년 E.T 야구단 지원 프로젝트', '유기 동물 구조 보호'에 활용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숨김없이 보여준 믿음과 신뢰들이 쌓여 다수의 결실을 맺고 있다.최근 개관 90주년을 맞은 광주극장의 노후화된 영사기와 음향시설, 스크린 등을 전면 교체한 뒤 마련한 '4K 특별상영회'를 비롯해 경기도 김포시에서 열린 '제3회 이만수배 발달 장애인 티볼 야구대회'에서 E.T 야구단이 전국 9개 팀과 겨뤄 첫 출전에도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7월 30일 정식 개소를 앞둔 '유기견 입양센터' 역시 반려동물 1천만 시대를 맞아 입양 중심의 회복 공간이자 생명을 존중하는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가 높다.더욱이 기존 광주광역시에서 운영하는 단 1곳의 동물보호소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정기부사업을 통해 운영되는 최초의 유기 동물 보호·입양 연계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운영은 민간 단체 피스윈즈코리아가 맡아 입양 전 임시 돌봄부터 건강검진, 반려 교육, 입양 연계 등을 통합적으로 전담할 예정이다.이와 함께 시작은 고향사랑기부제로 했지만, 지자체와 기부자의 관계가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계가 맺어지길 희망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지속적인 인구 유입은 어렵기 때문에 이제는 지역에 찾아오는 '생활 인구'를 머무르게 하는 것이 관건이다. 실제 기부자 거주지역을 보면 서울·경기가 57.9%로 가장 높고, 광주가 8.6% 수준이다. 그래서 관련 정책을 구상 중인데, 바로 기부자를 위한 '동구 사이버 주민증' 발급이다. 기부자가 동구를 방문하고 머무는 동안 문화·숙박 시설, 음식점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광주극장, E.T 야구단 경기 현장 관람, 유기견 입양센터 봉사 참여 등 체류형 프로그램을 통해 기부로 맺은 인연을 계기로 동구를 '제2의 고향'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평생에 단 한 번의 만남과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一期一會(일기일회)'를 비유하듯, 고향사랑기부제로 광주 동구와 인연을 맺은 기부자들 모두 같은 존재라 생각한다.지난 2년간 고향사랑기부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애써온 직원들, 그리고 광주 동구만의 고향사랑 지정기부사업에 마음을 보태준 기부자들 덕분에 단순히 '기부'에서 멈추지 않고, 수많은 이야기와 마음으로 채워지는 명장면들이 빼곡하다. 어쩌면 고향사랑기부제는 행정이 주축이 돼 있지만, 그 방향성은 기부자가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고, 결과는 지역사회와 지역민이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실천했기에 지금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다. 앞으로 광주 동구가 만들어 내는 '제2의 기적'에도 무한한 관심과 참여,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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