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참사에도 '15세 미만'은 제외···구멍난 시민안전보험

입력 2025.01.06. 16:03 강주비 기자
제주항공 참사 8명 지급 못 받아
보험범죄 방지 목적…한계로 작용
'단체보험 허용' 개정안 국회 계류
시의회 "상법 개정 정부에 촉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인근에 희생자를 애도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 무등일보DB

예기치 못한 재난·사고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 일상 복귀를 돕는 시민안전보험 제도가 '만 15세 미만'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중에서도 연령 제한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시급히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광주시·전남도 등에 따르면 광주시와 5개 자치구, 전남도와 22개 시군은 시민안전보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시민안전보험은 자연재난, 사회재난, 화재·붕괴·폭발, 대중교통 이용 중 사망 또는 후유장애 발생 시 사고 발생 지역이나 타 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해당 지자체에 주민등록을 둔 시·도민은 별도 절차 없이 자동 가입되며, 보험금은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으나 항목별 최대 2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도 시민안전보험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 광주시의 경우, 사회재난으로 인한 사망 2천만원과 대중교통 이용 중 사망 1천만원 등 총 3천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또 보장항목이 없는 서구·광산구를 제외한 3개 자치구에서도 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전남 22개 시·군도 비슷한 수준의 보장금액을 제공한다.

단, 만 15세 미만 희생자는 보험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상법 제732조에 따라 만 15세 미만은 사망담보 보험계약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금을 노리고 아동을 해치는 '보험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이 규정이 한계로 작용한다.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이 오히려 안전 공백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광주시민안전보험 보장내역.

실제 제주항공 참사에서 만 15세 미만 희생자는 8명으로 확인됐는데, 이들은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 같은 문제는 과거에도 반복됐다.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와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미성년 희생자가 시민안전보험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공분을 샀다. 이후 국회에서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졌으나, 진전 없이 중단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지자체나 학교가 가입한 단체보험에 한해 만 15세 미만자도 사망보험금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지역 정치권은 시민안전보험이 실질적인 안전망으로 기능하려면 법 개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습지원단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만 15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을 시민안전보험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단순히 보장 범위를 확장하는 문제가 아니다. 재난으로부터 모든 사회 구성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다"며 "재난처럼 인위적 사고 위험이 낮은 단체보험에 한정해 만 15세 미만자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을 정부와 제22대 국회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 만 15세 미만 희생자들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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