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범죄 방지 목적…한계로 작용
'단체보험 허용' 개정안 국회 계류
시의회 "상법 개정 정부에 촉구"

예기치 못한 재난·사고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 일상 복귀를 돕는 시민안전보험 제도가 '만 15세 미만'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중에서도 연령 제한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시급히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광주시·전남도 등에 따르면 광주시와 5개 자치구, 전남도와 22개 시군은 시민안전보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시민안전보험은 자연재난, 사회재난, 화재·붕괴·폭발, 대중교통 이용 중 사망 또는 후유장애 발생 시 사고 발생 지역이나 타 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해당 지자체에 주민등록을 둔 시·도민은 별도 절차 없이 자동 가입되며, 보험금은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으나 항목별 최대 2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도 시민안전보험 지급 대상에 해당한다. 광주시의 경우, 사회재난으로 인한 사망 2천만원과 대중교통 이용 중 사망 1천만원 등 총 3천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다. 또 보장항목이 없는 서구·광산구를 제외한 3개 자치구에서도 별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전남 22개 시·군도 비슷한 수준의 보장금액을 제공한다.
단, 만 15세 미만 희생자는 보험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상법 제732조에 따라 만 15세 미만은 사망담보 보험계약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험금을 노리고 아동을 해치는 '보험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는 이 규정이 한계로 작용한다.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이 오히려 안전 공백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실제 제주항공 참사에서 만 15세 미만 희생자는 8명으로 확인됐는데, 이들은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 같은 문제는 과거에도 반복됐다. 지난 2022년 태풍 '힌남노'와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미성년 희생자가 시민안전보험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공분을 샀다. 이후 국회에서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졌으나, 진전 없이 중단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지자체나 학교가 가입한 단체보험에 한해 만 15세 미만자도 사망보험금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지역 정치권은 시민안전보험이 실질적인 안전망으로 기능하려면 법 개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광주시의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습지원단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만 15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을 시민안전보험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단순히 보장 범위를 확장하는 문제가 아니다. 재난으로부터 모든 사회 구성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다"며 "재난처럼 인위적 사고 위험이 낮은 단체보험에 한정해 만 15세 미만자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을 정부와 제22대 국회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특별법을 제정해 만 15세 미만 희생자들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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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없이 편히 잠들길···" 제주항공 참사 49일, 합동위령제 엄수 15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49재 합동위령제가 진행된 가운데 공항 내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의 희생자들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강주비 기자 "더 이상 고통과 아픔 없이 평온한 곳으로 가길…"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49재 합동위령제가 15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렸다. 유가족을 비롯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록 전남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시민 700여 명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위령제에 앞서 공항 내 합동분향소에는 헌화와 분향을 하기 위한 유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위패를 발견한 유족들은 "저기 있다"며 반가운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눈시울을 붉히며 깊은 슬픔에 잠겼다. 영정이 놓인 단상 앞에 국화를 올려놓은 이들은 희생자의 이름을 부르며 흐느끼거나,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15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49재 합동위령제가 진행된 가운데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주비 기자오전 10시께께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과 함께 위령제가 시작됐다. 한 유족은 끝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멍한 눈으로 바닥을 응시했다. 곳곳에서 흐느낌이 새어나왔고, 소방공무원과 봉사자들도 함께 묵념하며 유족들에게 휴지를 건네는 등 애도를 표했다.이어 유족과 정부, 지자체 대표들의 헌화·분향이 진행됐으며, 조문객과 유가족의 추모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희생자 179명의 이름이 화면에 떠오르자 장내는 유족들의 오열로 가득 찼다. "보고 싶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는 절규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던 이들도 결국 고개를 떨구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유족은 휴대전화 속 희생자의 사진을 쓰다듬으며 "너무 미안하다"고 조용히 읊조리기도 했다.15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49재 합동위령제가 진행되고 있다. 강주비 기자유족들은 희생자들의 고통 없는 영면을 기원하며, 이러한 참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박한신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49일이 지났지만 우리의 마음에 슬픔과 분노는 선명하다"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깊은 상처이며 다시는 반복되선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박 대표는 "사랑하는 이들이 왜 어떻게 떠나야 했는지 우리는 반드시 그 진실을 밝혀야 한다. 사고의 원인은 철저히 규명돼야 하며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한민국 항공안전을 비롯한 안전 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간절히 호소했다.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들도 유가족 지원과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며 안전을 강화하겠다"며 "남은 가족들이 겪고 계신 말로 다하지 못할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릴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하겠다. 부디 희생자 여러분 극락왕생하시길 바란다"고 애도를 표했다.권영진 국회 12·29 참사 특별위원장은 "참사 이후 국회는 사고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책 마련과 유가족 지원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추모 사업을 지원하기에 국회 차원의 12·29 특별 위원회도 설치됐다"며 "참사 원인을 낱낱이 밝혀 유가족과 국민께 소상히 알리고 비극적 참사가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 피해자와 유가족을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에도 힘쏟겠다"고 약속했다.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특별법 제정을 통한 피해자 배상, 의료 지원, 자녀 교육비 및 생계비 지원, 철저한 진상 규명까지 끝까지 최선 다하겠다"고 말했다.강기정 광주시장도 "사고 원인을 밝히고 남은 가족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 모든 이들이 안심하고 살아가는 '안심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위령제는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종교별 추모식과 함께 희생자들의 한을 달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씻김굿으로 마무리됐다.한편,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3분께 무안공항에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 2216편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한 뒤 추락해 로컬라이저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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