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노인일자리 참여자 부당 대우 ‘심각’...대책 절실

입력 2025.01.06. 16:05 박승환 기자
수요처로부터 부당 대우 빈번
실질적인 업무 지시하기 때문
불이익 생길까 봐 목소리 못 내
광주 서구 노인 일자리 사업 중 하나인 맨발로 관리. 광주 서구 제공

#1. 지난해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광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근무한 70대 여성 A씨는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틈만 나면 다른 일을 지시받았다. 한 번은 김장을 시켜 1일 근로시간인 3시간을 넘어서 퇴근하기도 했다. A씨는 "배정된 업무가 아닌 전혀 상관없는 업무를 자주 지시받았으나 불이익이 생길까 봐 말하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2. 광주의 또 다른 어린이집에서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근무한 80대 B씨도 애초 수행기관으로부터 설명 들은 업무인 청소는 기본이고 설거지와 텃밭 가꾸기 등 배정받은 업무와 동떨어진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 무릎이 좋지 않아 걸음이 불편했지만 행동이 느리다고 무시당하기도 일쑤였다. B씨는 "어린이집 원장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수행기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돌아온 대답은 잠시 쉬고 있으면 다른 수요처로 옮겨주겠다는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인들이 수요처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6일 광주시와 광주 5개 자치구에 따르면 노인 일자리 사업은 크게 공익활동사업, 역량활용사업, 공동체형사업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모집 대상은 유형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만 60세 이상 또는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이면서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다.

각 자치구가 연초마다 참여 노인을 선발한 뒤 수행기관인 시니어클럽, 노인복지관, 노인회 등에 배정하면, 수행기관이 수요처로 파견하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쓰레기 줍기 등 실외환경개선사업,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안전지킴이, 어린이집·유치원·지역아동센터 등 돌봄시설 보조 등이 있다.

문제는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참여 노인들이 수요처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선발과 파견은 각 자치구와 수행기관에서 맡지만 실질적인 업무는 수요처에서 지시하기 때문이다.

실제 노인 일자리 사업 수요처 행동강령을 보면 참여 노인이 원치 않았음에도 활동을 강요하거나 수요처의 개인적인 용도를 위한 행위를 강요하는 등 '수요처는 참여 노인의 의사에 반하는 어떠한 활동도 시켜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있다.

또 수요처는 어떠한 이유로도 참여 노인에 대한 신체적·정서적·성적·경제적 학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참여 노인들 대부분 자신 또는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수요처와 수행기관과 함께 참여 노인의 불평을 수렴하기 위한 간담회나 모니터링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겠다. 혹여 불평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차별 등 불이익을 받은 경우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피겠다"며 "참여 노인, 수요처, 수행기관 등 모두가 만족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위해 최선을 다해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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