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체포 불발 소식에 박근혜를 재평가하는 밈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밈'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하나의 콘텐츠로, 윤석열이 체포영장 집행에 저항하는 가운데 누리꾼들 사이에서 박근혜 탄핵정국 당시와 현 사태를 비교한 조롱성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그냥 거부하면 되는 거였구나'라는 제목과 함께 박근혜가 눈물 흘리는 모습의 사진 한 장이 게재됐다. 사진 아래에는 '진작 말해주지 시X'이라는 짧은 문장이 덧붙여 작성돼 있다. '박근혜가 모범 대통령으로 보일 정도라니'라거나 '그나마 박근혜는 법을 만만하게 보진 않았던 것인가', '박근혜, 최서원을 재평가할 일이 생기네', '박근혜도 참 불쌍하다' 등 댓글들도 눈에 띄었다. 이같은 밈은 지난해 연말을 뜨겁게 달궜던 현직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국회 투표 때도 인터넷에 떠돌았다.
당시 누리꾼들은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과 마주 보고 앉아 있는 사진을 공유했다. 사진 속 박 전 대통령은 "나도 (계엄은) 생각만 했어"라는 대사가 적혀 있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윤 대통령에게 "저기가 서울 구치소예요"라고 알려주는 풍자물도 게시됐었다.
박근혜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파면되기 전 검찰 수사와 헌법재판소 출석은 모두 거부했으나,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이후에는 법원에서 발부된 영장 집행에 응했다. 앞서 노태우·전두환·이명박 역시 퇴임 이후 구속됐고, 발부된 영장 집행에는 저항하지 않았다.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가 오히려 착해보이는 시기를 만났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광주시민들의 아픔이 묻어나는 '비상계엄'을 아무렇지 않게 선포한 것도 모자라 입법권을 말살하려한 자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행정부 수반이라는 것이 창피하기까지 하다.
대통령 선거가 얼마나 중요한지 국민 모두가 연이어 터진 이번 사건들로 깨달았을 것이다. 정치적으로 내편 네편으로 나눠 싸우는 것보다 후보자가 가진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생각과 추진력, 한 개인으로서의 인성 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말이다.
우리는 지금 통한의 시기를 살아내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될지, 기각될지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다음 대통령선거에서는 당리당략이 아닌 인물만을 보고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김종찬 취재3본부 차장대우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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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광주, '디지털 노마드 도시'로 안 갈 이유 없다 생성현 인공지능 대화 서비스 ChatGPT가 상상한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가 된 광주의 모습. /OpenAI '디지털 노마드'는 통신 기술을 매개로 특정 지역에 정착하지 않고 머물고 싶은 도시를 이동하면서 일과 여행을 함께하는 사람을 말한다. 초연결망 시대를 맞아 원격 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디지털 노마드는 더이상 특별하지도, 낯설지도 않다. 특히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생산성 혁명은 디지털 노마드를 한층 더 보편적 현상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그러면서 전세계 각 도시는 '디지털 노마드' 친화적 도시를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다. 디지털 노마드들이 숙박과 음식, 생활 등에서 많은 소비하는 건 기본이다. 더 중요한 건 국내와 세계 각지에서 모인 젊은이들의 다양한 DNA가 도시를 더 역동적으로 만든다. 또 디지털 노마드가 모이는 도시는 자연스럽게 전세계에 입소문(바이럴 마케팅) 되고 더 많은 여행자가 찾는 도시가 된다.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로 불리는 태국 치앙마이가 대표적이다. 태국의 제 2도시라고는 하지만 광역인구가 겨우 100만명에 불과한 치앙마이는 전세계의 젊은이들을 끌어모은다. 내륙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적 자원과 수려한 자연 환경과 저렴한 물가, 안정적 인터넷 환경 등이 이유다. 그러다 보니 디지털 노마드뿐만 아니라, '한 달 살기' 등 장기간 머물며 태국 전역을 여행하는 근거지가 되기도 한다. 지난해 치앙마이를 방문한 한국인은 28만명에 달한다.이 같은 맥락에서 광주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디지털 노마드 도시'로 선포하는 건 어떨까. 광주는 디지털 노마드 친화 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민주주의 역사를 경험한 한국에서도 그 중심에 있는 도시다. '자유'를 중요시하는 글로벌 디지털 노마드들에게 광주라는 도시가 단순히 '일하는 도시'가 아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인식될 수 있는 요소다.광주 동구를 중심으로 한 민주화운동 사적지와 양림동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 문화유산 등 풍부한 역사 자원을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하는 '맛의 도시'라는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다.무엇보다 호남 제1의 도시로서 선진화된 생활 인프라를 갖춘 반면 전국 대도시 중 가장 저렴한 숙박비가 최대 강점이다. 이에 더해 광주는 AI 중심도시로 거듭나는 중이다. 서울이나 부산이 대기업 중심의 IT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면, 광주는 스타트업과 프리랜서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AI 기반 도시로의 잠재력이 충분하다.디지털 노마드를 끌어모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한 소비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광주에서 체류하며 만들어낼 상상할 수도 없는 문화적 다양성과 역동성은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이들이 광주에 머무르며 전세계에 광주에 대해 알린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도시 브랜딩보다도 효과적일 테다.어차피 지금 광주의 조건으로는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힘들다. 이대로는 서울과 부산, 제주 정도를 제외하고 국제적인 관광 경쟁력 확보는 쉽지 않다.광주는 이들 도시와 아예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해 차별적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광주가 현실적으로 민주화운동의 도시라는 데서 나아가 '매력 있는 도시',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일 테다.그간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고 돈을 써왔지만, 누가 과연 거기에 수긍할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하나 있다고 아시아 문화의 허브 도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진정한 아시아문화중심 도시가 되려면 아시아와 전세계의 DNA가 모여야 한다.광주가 그간 쌓아온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문화예술 인프라는 디지털 크리에이터, 예술가형 노마드들이 머물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AI 기술과 문화 콘텐츠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노마드 도시 모델을 광주가 선도할 수 있다. 넘쳐나는 빈집과 오피스 공간을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공간, 예컨대 코워킹 스페이스나 숙박시설로 내어줄 수도 있다. 광주의 무수한 기업들과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재밌는 작업들을 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광주는 동아시아의 디지털 노마드 허브가 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광주가 디지털 노마드 도시로 도약할 기회다. 어차피 막기도 힘든 청년 유출을 걱정하기보다, 국내와 전세계의 젊은이들을 끌어모으는 게 더 역동적 도시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되레 국내 청년들이 모여들 가능성이 높다.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실험을 시작할 때다.이삼섭 취재1본부 차장대우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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