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방림초등학교 교장
매일 아침,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교문으로 나서는 발걸음으로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등교하는 아이들과 인사하고 짧은 이야기도 나누며 때론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은 작은 기쁨이자 활력소이다. 가끔 내가 나오지 않은 날에는 어김없이 나의 안부를 묻는 아이들에게서 한없는 사랑과 고마움을 받는다. 이 짧은 아침시간은 교장으로서 역할을 잊지않고 충실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이 아침맞이도 며칠 남지 않았다. 지난 4년간의 교장역할이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4학년 아이들까지는 교장선생님도 바뀌냐며 물어본다. 학교가 교장선생님 것인데 왜 다른 곳으로 가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1학년 아이들은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 있다. 그리고 꼬맹이 같은 아이들이 벌써 졸업을 앞두고 있는 것을 보며 어른들의 시간과 아이들의 시간은 다르다는 것도 새삼 느낀다. 그런 점에서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행복한 일이었음을 고백한다. 학교라는 공간이 아이들에게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 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은 여전하나 내가 고민하고 있는 중에도 시간이 스승이듯 아이들은 학교라는 공간속에서 그렇게 훌쩍 자라있었다.
돌아보면 교장으로서 아이들이 학교를 좋아하고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학교생활하면서 잘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게 쉬운 일인가 싶었지만 최대한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이 노력은 나만이 아닌 모든 구성원들의 노력이 함께해야 가능하다는 것도 당연하다. 그 속에는 아이들의 노력도 포함이다. 이러한 비전을 앞에서 잘 지휘하고 때론 직접 실천하고 부대끼는 것은 교장으로서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고 역할인 듯 했다. 말과 글이 아닌 실천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이제 다시 교사로서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교장에서 교사로 가는 것은 드문 일이다보니 요즘 여러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평교사가 교장이 된다는 것은 매우 특별하고 낯선 일이다. 한때 평교사가 교장을 잘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심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착각일 수는 있지만 이제는 적어도 광주에서만큼은 그런 시선은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이는 지난한 과정속에서 훌륭한 교육적성과를 보였던 평교사 교장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하며 나 또한 그를 위해 노력했다.
교장과 교사의 삶과 역할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교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의 교장들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 속에서 학교혁신과 새로운 교장상을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교장들도 많다는 것도 알았다.
마지막으로 법에 명시된 교장의 역할을 제시하며 지난 4년간의 교장역할을 돌아보고자 한다.
남아있는 교장선생님들의 건투를 빌면서….교장은 교무를 총괄하고, 민원처리를 책임지며,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고 학생을 교육한다.(초중등교육법 제20조 교장의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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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칼럼] 아들과 치킨 먹다가 상식을 논하다 Common Sense, 상식, 공통의 지반, 공통의 감각. 아이가 닭고기를 먹다가 이 닭이 어디서 오는지를 물었다. 어떻게 죽여서 오는지를 물었다. 치킨 가게(소매상)-유통(운송 업체)-도매상-도축 공장- 양계장의 과정을 이야기로 함께 여행한다. 아이는 꽤 놀라는 표정이다. 낯빛이 어둡다. 닭이 많이 아프겠단 이야기를 한다. 제 수명을 다 살지 못하겠단 이야길 한다. 아이에게서 생명 존엄성에 대한 존중, 그 가치를 섬세하게 읽는 코먼 센스를 발견하였다. 대견하였다.아이는 치킨은 맛있는데 닭이 생명을 잃고 아파하는 것은 불쌍하고 양자의 충돌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치킨을 먹는 쪽, 먹지 않는 쪽 어느 쪽도 완벽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음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 맛있는 것 먹고 싶어 하는 마음과 생명의 고통과 희생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계속 신경 쓰고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내가 먹는 것들의 고통을 계속 생각하고 아파하고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아이와 나 자신이 먹고 살아감에 얽힌 생명의 고통을 민감하게 느끼는 그 감각, 생명 감수성에 기초한 감각을 잊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생명 존엄성 존중에 대한 코먼 센스가 무뎌지지 않고 섬세하며 예리할 수 있게 만들어야겠다 다짐을 해본다.TV를 켰다. 서부지법 침탈하는 장면이 보인다. 증오가 넘치고 폭력이 가득한 파괴 현장이 보인다. 생명의 존엄함을 알고 그 경이로움을 이해하며 생명을 사랑한다면 저리 분노를 폭력으로 표현하지 못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행동에 상처 입고 죽음으로 내몰릴 이웃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명 감수성 감각을 가지고 있다면 저러지 못할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많은 이들의 생명 감수성에 대한 코먼센스가 무뎌지고 망가졌다. 부익부빈익 승자독식 각자도생의 사회구조 안에서 학교 교육 또한 입시경쟁으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경쟁의 열패감을 보다 더 많이 보다 더 생생하게 심어주고 있다. 명문대 과잠, 의대 과잠부터 쭈욱 서열화시키고 극소수 상위권을 제외하고 대다수를 피 말리는 경쟁 아래 극도로 스트레스받게 하고 패배자라는 상실의 열패감을 겪게 하고 있다. 경쟁에서 아래로 밀리거나 이탈된 많은 학생들은 그 상실의 열패감 속에서 자신보다 더 약한 존재를 찾아 화풀이를 하고 승자가 된 소수의 학생들은 선민의식, 비뚤어진 엘리트 의식 속에 대다수의 사람들을 개·소·돼지 취급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가스라이팅 된다. 폭력에 중독된다. 폭력에 중독된 가운데 모두 존엄한 생명체라는 것을 느끼는 코먼 센스가 무뎌지고 고장 나게 된다.교실에 아이들, 경쟁 교육에서 낙오자 취급에 자존심 상해하고 분노하며 열패감에 찌들어 배움을 멀리하고 약자에게 분노를 분출하는 아이들, 타인의 고통에 '알바노'를 시전하는 아이들.자신과 이웃, 생명의 고통을 더불어 민감하고 섬세하게 느끼고 이를 함께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코먼 센스를 어떻게 하면 무뎌지지 않게 하고 회복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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