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까지 실시설계 진행 예정
기존 5·18 시설과 차별성 부재 여전
언론검열관실 복원 필요 목소리도

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 '옛 전남도청'을 채울 내부 콘텐츠 등 복원 사업 계획이 공개된 가운데 기존 5·18 기념·추모시설과 차별화를 느낄 수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5월 단체 등은 공간마다 중요한 의미와 서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등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옛 전남도청복원범시도민대책위원회는 26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 다목적강당에서 '옛 전남도청 전시콘텐츠안 공개설명·의견수렴회'를 열었다.
전반적인 콘셉트는 지난 2월 전시설계 및 제작·설치 착수보고회 때 설명한 대로 옛 도청을 5·18 시민군 최후 항쟁지라는 장소적 의미의 '랜드마크(Land mark)'를 넘어서 5·18 정신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곳으로 조성하는 '마인드마크(Mind mark)'다.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은 추진단은 5·18 정신 계승을 위해 '도청 본관', '도경찰국 본관', '상무관', '도청 회의실·도경 민원실', '도청 별관' 등 건물별로 전시콘텐츠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도청 본관은 도청 사수를 위한 열흘간의 항쟁이 중점으로 꾸며졌다. 최후 항쟁의 시작과 끝을 지켰던 방송실도 재현했다. 5·18 당시 임시분향소로 사용하던 도청 회의실과 연결된 통로에도 서사를 담았다.
옥외에는 본관 은행나무를 비롯해 계엄군의 탄두가 발견된 곳과 사망자가 발견된 곳을 별도로 표기했으며, 희생자들의 주검이 임시로 안치됐던 상무관 내부는 80년 5월23일부터 5월27일까지 이뤄진 시신 관리와 추모 과정을 대형 슬라이드 영상으로 구성했다.
복원추진단은 오는 11월까지 실시설계를 진행한 뒤 12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전시콘텐츠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시설 복원공사 공정률은 26.9%다.
복원추진단 관계자는 "아직 모든 게 완벽하게 결정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서사가 발견되면 보완 가능하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리고 5·18 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 모인 의견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5월 단체 회원들을 비롯해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다수의 시민은 여전히 각 공간이 갖는 중요한 의미와 서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도청이라는 상징적 공간의 복원이 왜 필요한지부터 당시 시민들이 왜 도청에 모였는지, 왜 죽음을 무릅쓰고 끝까지 항쟁할 수밖에 없었는지 등에 대한 서사가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항쟁지도부 또는 안병하 경찰국장 등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상한 점과 민주화의 의지를 더욱 불태웠던 시민들이 분노와 비장함을 담아내지 못한 상무관도 문제로 꼽았다.
자문을 맡았던 김승원 광주전남민중항쟁동지회 상임대표는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5·18기록관이나 전일빌딩과의 차별성이 없다"며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역사적으로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은 광주뿐이다. 이대로 전시콘텐츠가 꾸며진다면 광주 이외의 지역에서 찾은 방문객들이 느껴가는 게 전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경찰국장실을 굳이 안병하 경찰국장실로 표기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별관도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활동한 일반 시민들의 서사가 전혀 없어 걱정이다"며 "착수보고회 때도 의견을 검토한다고 했는데 달라진게 없다. 검토하겠단 말이 안 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별관 2층에 있던 언론검열관실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성 광주전남언론인회 회장은 "사실 보도를 막은 언론 검열은 총을 쏘지 않았을 뿐 민주주의를 저해한 가장 강제적이고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다"며 "언론검열관실을 복원해 세계에서 유일했던 언론 통제 현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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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사업법 제정 앞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먼저"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등 7개 기관·단체는 13일 오후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5·18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을 마치며 정부에 제시한 권고 중 하나인 '5·18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광주시와 광주시의회 등 7개 기관·단체는 13일 오후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5·18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에는 김남진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전임연구원, 정다은 시의회 운영위원장,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강행옥 변호사, 김순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발제자로 나선 김 연구원은 5·18 기념사업 기본법에 5·18 정신의 전국화·세계화를 위해 5·18 기념사업의 주체와 내용, 절차, 방법 등을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기존 5·18 관련 법률에서 5·18 기념사업의 주체를 정부로 명시하고 있느나 구체적인 계획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국립5·18민주묘지와 5·18 사적지 등 5·18 관련 유형자산과 5·18 국가기념식 및 전야제 등 무형자산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주체도 국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발포명령자, 암매장, 행방불명자를 비롯한 추가 진상조사와 5·18 기념사업 등을 의결하기 위해 위원장을 국무총리로 하는 5·18 기념사업위원회와 이를 실행하기 위한 5·18 기념사업실무위원회를 광주시장 소속으로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이외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5·18기념재단에 5·18 기념 및 추모, 5·18 민주유공자 및 유가족 복지, 5·18 관련 교육·학술·문화예술·국제교류, 5·18 진상규명 및 왜곡대응 사업 등을 위탁하고 필요한 경비를 출연하거나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이와 관련 토론자로 나선 정 위원장은 독자적 기본법 제정에 의문을 표했다.정 위원장은 "5·18 기념사업의 주체 등을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 등에 동의하지만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입법 활동을 전개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해야 한다. 다른 민주화운동과는 달리 5·18만 독자적으로 법을 제정해야 할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할 논리가 먼저 개발돼야 할 것이다"며 "별도의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 대신 5·18 관련 기존 법률을 정비해 통폐합하는 작업을 통해 기념사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제안했다.지역사회와 충분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김 위원장은 "법률 제정의 필요성부터 시민사회단체와 충분히 합의한 뒤 로드맵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수백억의 혈세가 투입된 5·18 조사위의 활동에 대한 평가 없이 5·18 기념사업위원회와 같은 새로운 국가 조직의 설립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5·18기념재단만 5·18 기념사업 등을 맡기기 보다 다른 단체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꼬집었다.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실행하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와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허연식 전 5·18 조사위 조사2과장은 "5·18 조사위에서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거나 암매장과 같이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위한 조사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며 "5·18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 과정에서 희생된 민족민주열사들의 명예회복과 그 유가족의 치유를 위한 대책도 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광주는 5·18에 대해 이벤트성이 강하다는 점이 문제다"며 "법이 제정되더라도 정부와 지자체의 실행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명시적 규율에 불과해진다"고 덧붙였다.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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