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5·18 유공자 반대에 부딪혀
현재까지 전시 장소 못 찾은 채 방치
전문가 “특정인 동의해야 하는 건 부적절”

광주시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진압에 사용한 것과 같은 기종의 장비를 국방부로부터 빌려왔지만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광주시가 5·18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다수 시민의 공감보다 소수의 반대 목소리를 우선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27일 무등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광주시는 국방부와 협의를 거쳐 지난해 6월24일 경기도 양평군 모 군부대로부터 폐기 예정이던 장갑차 3대(바퀴형 1대·무한궤도형 2대)와 전차 1대, 헬기 1대 등 총 5대의 장비를 빌려왔다.
해당 장비들은 5·18 당시 광주에 출동했던 장비와 동일한 기종으로 역사적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대여한 것이라고 광주시는 설명했다.
장비 임차 비용은 전액 무료였으며, 장비 운송과 외부 도색에 총 1억원가량의 예산이 사용됐다. 대여 기간은 오는 2028년 4월30일까지이지만 광주시는 그 이후로도 무상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주시는 장비들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있다.
애초 광주시는 장비들을 빌려오기로 결정하면서 서구 치평동 5·18자유공원 내 옛 상무대 영창 앞에 전시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당시 광주시 홈페이지 내 '광주온(광주ON)'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5·18자유공원에 전시하는 것을 동의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3천724명 중 1천364명(36.6%)이 '매우 그렇다', 1천544명(41.5%)가 '그렇다'라는 '긍정적인 반응(2천908명·78.1%)'을 보였다.
그러나 광주시는 5·18자유공원은 5·18 때 장비들이 투입된 장소가 아니므로 적절하지 않다는 일부 5·18 유공자들의 반대에 계획을 철회했다.
사실 명확하게 말하자면 광주에 출동했던 장비와 같은 기종일 뿐 실제 동원된 장비가 아니므로 반대 의견대로라면 전시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맞지만, 광주시는 설득은커녕 스스로 포기했다.
결국 해당 장비들은 현재 5·18자유공원 인근 5·18교육관 주차장 한 켠에 1년째 방치된 상태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5·18교육관 바로 옆 부지에 오는 2026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신축되는 5·18기록관 주변에 장비를 전시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허나 이마저도 무산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심지어 내년 1월 중 설계 용역업체 모집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광주시는 용역업체에게 제시할 장비 전시 내용이 담긴 과업지시서를 작성하지도 않았다.
이에 대해 한 5·18 연구자는 "5·18은 광주시민 모두의 힘으로 만들어 낸 역사다. 5·18 유공자를 비롯해 특정인이 독점하거나 동의해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주먹구구식으로 장비를 빌려오더니 다수 시민들이 공감을 했는데도 일부 반대 목소리에 방치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용역업체에 전시에 관련된 설계를 맡기겠다는 것도 상당히 부적절하다. 향후 있을 수도 있는 반발에 책임을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느껴진다"며 "용역업체에서도 적절한 방안을 찾지 못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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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사업법 제정 앞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먼저"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등 7개 기관·단체는 13일 오후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5·18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을 마치며 정부에 제시한 권고 중 하나인 '5·18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광주시와 광주시의회 등 7개 기관·단체는 13일 오후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5·18 기념사업 기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이 좌장을 맡은 이날 토론회에는 김남진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전임연구원, 정다은 시의회 운영위원장, 박강배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강행옥 변호사, 김순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발제자로 나선 김 연구원은 5·18 기념사업 기본법에 5·18 정신의 전국화·세계화를 위해 5·18 기념사업의 주체와 내용, 절차, 방법 등을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기존 5·18 관련 법률에서 5·18 기념사업의 주체를 정부로 명시하고 있느나 구체적인 계획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국립5·18민주묘지와 5·18 사적지 등 5·18 관련 유형자산과 5·18 국가기념식 및 전야제 등 무형자산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주체도 국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발포명령자, 암매장, 행방불명자를 비롯한 추가 진상조사와 5·18 기념사업 등을 의결하기 위해 위원장을 국무총리로 하는 5·18 기념사업위원회와 이를 실행하기 위한 5·18 기념사업실무위원회를 광주시장 소속으로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이외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5·18기념재단에 5·18 기념 및 추모, 5·18 민주유공자 및 유가족 복지, 5·18 관련 교육·학술·문화예술·국제교류, 5·18 진상규명 및 왜곡대응 사업 등을 위탁하고 필요한 경비를 출연하거나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이와 관련 토론자로 나선 정 위원장은 독자적 기본법 제정에 의문을 표했다.정 위원장은 "5·18 기념사업의 주체 등을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 등에 동의하지만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입법 활동을 전개하는 일이 없도록 신중해야 한다. 다른 민주화운동과는 달리 5·18만 독자적으로 법을 제정해야 할 필요성을 국민에게 설득할 논리가 먼저 개발돼야 할 것이다"며 "별도의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 대신 5·18 관련 기존 법률을 정비해 통폐합하는 작업을 통해 기념사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제안했다.지역사회와 충분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김 위원장은 "법률 제정의 필요성부터 시민사회단체와 충분히 합의한 뒤 로드맵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수백억의 혈세가 투입된 5·18 조사위의 활동에 대한 평가 없이 5·18 기념사업위원회와 같은 새로운 국가 조직의 설립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5·18기념재단만 5·18 기념사업 등을 맡기기 보다 다른 단체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꼬집었다.법 제정도 필요하지만 실행하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와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허연식 전 5·18 조사위 조사2과장은 "5·18 조사위에서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거나 암매장과 같이 지속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위한 조사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며 "5·18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 과정에서 희생된 민족민주열사들의 명예회복과 그 유가족의 치유를 위한 대책도 담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광주는 5·18에 대해 이벤트성이 강하다는 점이 문제다"며 "법이 제정되더라도 정부와 지자체의 실행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명시적 규율에 불과해진다"고 덧붙였다.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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