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권주자들 우후죽순 호남행
조직정비·외연확장 수단 전락
지역 민심 불쏘시개로 활용해
역대 후보들 압도적 지지 불구
무관심에 지역 발전엔 '뒷짐'
"정책·비전 제시 행동으로 보여야"

조기 대선이 가시화 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대선 유력주자들의 호남 민심잡기가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지역민의 반응은 부정적이고 싸늘하다. 선거 때만 '호남 몰표'를 요구하고 당선되면 지역발전과 현안에 대해 나 몰라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무등일보는 조기 대선 정국을 맞아 선거 전후가 다른 민주당의 행태와 함께 전문가들로 부터 지역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제언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조기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내 대권주자들이 '호남어천가'에 집중하고 있어 지역민들의 비판이 높다.
야권 잠룡들의 집중적인 광주·전남 방문은 대선을 위한 조직정비와 외연확장 및 본인에 대한 민심청취용으로 전락하고 있다. 호남에서 민주당 대선주자 로서의 정통성을 인정받겠다는 몸부림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광주·전남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와 도전을 위한 불쏘시개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다.
호남민심을 얻기 위한 상징적 행보 보다는 호남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많은 정치인과 대권주자들이 정치적 고비마다 탁월한 선택과 집중으로 한국정치를 리드해 온 호남민심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해 왔다. 하지만 정작 선거 후에는 지역현안과 발전을 도외시하는 반복된 행태에 지역민들의 실망감이 극에 달했다.
12·3 계엄으로 인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으로 조기 대선이 확실시 되고 있는 모양세다.
이로 인해 민주당내 잠룡들의 지역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김부겸 전 총리와 김두관 전 의원,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 등은 광주·전남 방문 일정을 마쳤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13일부터 1박2일 일정을 진행한다. 이들의 일정은 대부분 5·18 민주묘지 참배와 특강, 제주항공 참사 유족 간담회, 경제인 의견수렴 등 대동소이하다. 여야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 되고 있다. 또한 탄핵정국 임에도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에 뒤지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이들 정치인들이 선거철만 되면 정치적 필요에 따라 호남민심에 구애해 왔으나 실질적인 지역발전이나 정책으로 이어진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현대사와 민주화운동의 중심지이고 진보정치의 본산인 호남민심을 선거때만 전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역민들의 불만이 팽배하다.
과거 정권들도 호남민심을 정략적으로 이용했지만 배려는 부족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된 후 2003년 9월 지역 언론인들과의 오찬에서 "호남 사람들이 나를 위해서 찍었나요. 이회창이 보기 싫어 이회창 안찍으려고 나를 찍은 거지"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은 광주에서 95.17%, 전남에서 93.38%를 획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과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호남 홀대'의 당사자로 지목, '반문(反문재인)정서' 로 이어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2015년 초 당 대표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와 맞섰던 박지원 대표는 당시 TV토론에서 "문 후보는 청와대 비서실장 때 호남 인사(인선안)가 올라가면 다 잘라버렸다"고 주장한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19대 대선에서 광주에서 61.14%, 전남에서 59.87%를 득표했으나 전북의 64.84%에 이어 2위와 3위였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20대 대선에서 광주에서 84.82%, 전남에서 86.10%를 득표했다. 그러나 호남에 대한 정책과 인사에 대한 배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 2기 지도부가 수도권과 영남라인으로 채워지고 광주·전남은 지도부에서 찾아볼수 없다. 이 대표체제에서 호남이 민주당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급격하게 전락하고 있다.
광주지역 한 의원은 대선 예비주자들의 '호남어천가'에 대해 "호남민심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몸집 불리기에 불과하다"면서 "유력 정치인들이 동진정책이나 중도확장 전략도 중요하지만 전통적 지지층을 홀대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서울=강병운기자 bwjj2388@mdilbo.com
-
지역 정치권 역할 강화·맹목적 지지 탈피해야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오전 광주 북구 광주역 광장에서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기호 2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유세차량이 마주치고 있다. 2022.02.15. hgryu77@newsis.com 더불어민주당이 조기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가운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호남을 찾아 "지역 발전을 위해 온몸을 바치겠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하지만 반응이 예전 같지 않다. '미워도 민주당' 정서가 점점 식어가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기브 앤 테이크'가 실종된 민주당에 선거 때마다 압도적 지지를 보내온 호남 유권자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어서다.지역 정치권에선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지역민 목소리를 대변하는 지역 정치권의 역할이 미흡한 점을 꼽았다. 지역민들은 맹목적인 민주당 지지를 탈피하고, 실리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용섭 전 광주시장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광주·전남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호남이 중요한 이유는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서 호남 일반·권리당원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라며 "호남 정서를 공유하는 서울과 수도권 등 전국 각지의 출향민까지 따져보면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어 "호남 유권자들은 대선 때마다 민주진영 후보에게 몰표를 줬다"며 "문제는 호남의 선택을 받은 후보가 당선 후에는 지역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컸다는 점이다"고 말했다.그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지역정치의 대변혁이 필요하다"며 "호남은 민주당 독점체제에서 유능함이나 경쟁력보다 공천기구를 장악한 지도부 의중이 반영된 편법과 밀실공천이 비일비재했다"고 지적했다.이어 "정치인들은 오직 당과 실세에만 충성했고, 지역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등을 민주당이 임명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그는 "호남은 역사성 때문에 민주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해 왔지만 이것이 오히려 민주당의 개혁 동력을 떨어뜨린 측면도 적지 않았다"며 "광주에서 과도한 일당 독점체제가 무너지고 인물 위주의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면 광주도 살고 민주당도 살고 한국정치도 산다"고 말했다.그는 "광주 국회의원 선거를 예로 든다면 현재 8개 지역구에서 1명씩 뽑는 소선거구제에서 1개 지역구서 4명씩 뽑는 중선거구제로 개편하게 되면 정당 간에 치열한 인물 경쟁이 펼쳐지고 유능한 인재들이 정치권에 진출하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다. 건강한 제3당의 출현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며 "시대를 선도해 온 광주·전남이 한국 정치변화의 중심에 서야 할 때다"고 말했다.김명진 더연정치연구소 대표는 "지역 민심을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이 메신저 역할을 제대로 해야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중앙까지 전달될 수 있다"며 "광주·전남 지역구 의원들은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를 대비해 지역 민심이 당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민주당은 이미 대선 공약을 준비 중이다"며 "중요한 건 우리 지역 공약이 우선순위 상단에 올라가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대선 공약에 우선적으로 포함된 지역 현안은 불이행하기 힘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도당은 중앙당을 계속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배훈천 광주시민회의 대표는 "민주당 정치인들은 호남을 상징 자산으로 이용하려고만 하지 호남 발전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다"며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고 안 되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나와 우리 이웃, 지역과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치인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그동안 민주당을 초지일관 일편단심으로 바라보기만 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선거에서 실리적 판단에 입각해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 · 민주당과 정치권 그동안 지역 위해 '뭘했나'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