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작가 뱀 소재 신작 60여점
회화부터 조각까지 작품 '다채'
희망 전달·재밌는 상상력 눈길
드로잉 체험·작가 떡국 나눔도

"다뤄본 적 없는 뱀으로 작업하려니 쉽지만은 않았죠. 9명 각자 개성만큼이나 모두 다른 뱀 작품이 나왔는데 보기만 해도 재밌네요."
7일 정정임 작가는 오는 9일 대인동 예술이빽그라운드에서 여는 세화전 '을사청사-푸른 뱀을 부적하라'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전시 주제는 새해에 전하는 위로와 희망이다. 세화가 새해 복을 바라고 액을 막는 의미의 그림인만큼 새해와 함께 국가적 재난 등으로 우울감을 느끼는 시민에 푸른 뱀의 기운을 빌어 위로와 위안을 나누겠다는 메시지다.

전시 기획에 참여한 정 작가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은 아니지만 뱀은 예로부터 지혜와 변화, 영생, 치유, 풍요를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졌다"며 "모두가 우울한 이 때 이번 전시가 작게나마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재치 넘치는 드로잉 뿐만 아니라 회화, 도자 작품 등 다양한 작품 60여점이 걸리게 된다. 동화와 같은 아기자기한 작품, 세태를 풍자하는 그림까지 뱀을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보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사유의 기회를 선사한다.
참여 작가는 정정임 작가 뿐만 아니라 박성휘, 박해경, 이호국, 임수영, 정순아, 아순정진허, 최근일, 한갑수 등 9명이다. 이들은 2~3년 전 한 서울 갤러리 초대전을 통해 한자리에 모인 것을 계기로 함께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트그룹 구미호 멤버들이기도 하다.
모임의 연장자인 정 작가는 "2~3년 전에 전시를 통해 만났는데 아홉명 다 개성은 다르지만 작업에 대한 열정이라는 공통 분모로 구미호를 결성하게 됐고 이후로 목포, 영암 등에서 초대전을 가지며 계속해서 예술적 교류를 이어왔다"며 "이번 전시는 예술이빽그라운드 관장이자 연극배우인 이당금 배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발전된 것으로 푸른뱀의 해를 맞아 좋은 에너지를 함께 하고자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혜와 풍요 등을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지기는 하지만 뱀 자체는 우리와 친숙한 존재는 아니다. 무섭게도 느껴지기도 하는 존재이기에 미술 작품에서 많이 다뤄지는 소재는 아니다. 다른 동물에 비해 움직임이 크지도 않을 뿐더러 형상도 단순하기 때문이다. 이번 참여작가들 또한 뱀을 다뤄본 적이 없기에 이번 작업은 낯설었다. 이런 분위기 속 뱀띠해 세화전에 힘을 실은 것은 정 작가의 경험이었다.
정 작가는 "내 경우는 17년째 자연 속 작업실을 이용하다보니 뱀이 너무 많아 힘든 적도 있었다. 그래서 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뱀 드로잉을 시작했다"며 "막상 해보니 재미를 느끼게 됐고 이 드로잉을 가지고 전시를 했는데 의외로 관람객이 뱀을 징그러워하지 않고 재밌어했다. 뱀이 재물을 의미하기도 하니 호감을 갖는 분들도 있어 이번 세화전에 용기를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용기를 갖고 시작한 뱀 작업은 참여 작가 각자 개성이 뚜렷한 만큼 서로 다른 매력의 작품이 됐다. 화려한 색을 입고 신비로움을 뿜어내는 모습부터 우리의 일상에서 이질감 없이 친구처럼 함께 노는 장면, 세상의 위태로움을 끌어안은 것처럼 고슴도치를 품고 있는 형상까지. 다뤄본 적 없던 뱀을 그리며 작가들 또한 새로운 이야기, 확장된 이야기를 담는 지점을 만났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눈길을 끈다. 시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전시에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에서 마련한 자리다. 11일 오후 2시에는 아홉작가의 푸른뱀 부적과 먹거리, 뮤지션 공연이 어우러지는 개막식이 열린다. 14일에는 전시장 오픈 시간 동안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드로잉 체험이 마련된다. 작가들이 직접 준비한 캔버스와 물감, 크레파스 등으로 신청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만의 뱀을 드로잉할 수 있다. 18일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는 '화가 요리사'가 진행된다. 참여작가들이 직접 끓인 오방색 떡국을 선사하는 자리로 에피타이저로는 그림 이야기가 준비된다.

또 전시 기간 동안에는 전시장에 작가가 상주하고 있어 전시 설명을 언제든 들을 수 있다.
정 작가는 "신비로운 매력을 가진 푸른 뱀의 지혜로운 정신을 빌어 쉽고 재미있게 기획한 자리이다"며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렵지 않은 자리로 새해 위로와 위안, 희망이 되는 자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2일까지.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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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남도 풍경 담아낸 4인 4색 화면 고화흠 작 '백안' 지난 2020년 10월 故이건희 삼성 회장이 소장하고 있는 수만 여점의 컬렉션이 국가와 국공립미술관에 기증되며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동서양의 이름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술 뿐만 아니라 기증 문화는 조명 받기 시작했고 점차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미술계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겼지만 기증 문화의 지속성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부족하다. 여전히 기증자나 기증작품에 대한 예우는 부족하고 수장고로 들어간 작품은 언제 세상 밖으로 나올지 모르는 상태인 것들이 많다.이같은 분위기 속 전남도립미술관은 지난 2021년 기증전용관을 오픈, 기증작을 중심으로 한 전시를 1년마다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 기증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기 위한 것으로 기증작품에 대한 재조명까지 이뤄지고 있다.올해는 남도의 풍경을 다양하게 표현한 4명의 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를 열고 있다. 지난 7일 오픈한 2025 기증작품전 '바람 빛 물결'이다.양계남 작 '오월은 여름일레라'지난해 기증작품전 '시적추상'에 이어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전남 출신의 고화흠, 양계남, 윤재우, 천경자 네 작가의 작품 11점으로 꾸려졌다. 작품은 남도의 자연과 풍경을 주제로 한 것들로 그대로 재현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해 표현, 네 작가의 각기 다른 작품 세계 속 남도를 확인할 수 있다.구례 출신의 고화흠의 작품은 '무제' '백안' 등이 관람객과 만난다. 고화흠은 부서지는 파도의 물결과 모래사장을 은백색으로 표현한 '백안' 시리즈 등으로 남도의 자연에서 시작해 서정적 추상 작품을 선보여온 인물로 남도 풍경에 대한 인상, 색채에 집중할 수 있다.보성 출신으로 전남권 최초 한국화 전공 여성 교수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 양계남은 자수에서 모티브를 얻어 세필로 자연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독특한 준법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같은 그의 독특한 표현법을 계절과 함께 느낄 수 있는 '넉넉한 겨울' '오월은 여름일레라'가 선보여진다.윤재우 작 '추경'대상을 단순화한 대신 화려한 색채로 물들이며 새로운 시선을 담아내는 강진 출신의 윤재우의 작품은 '추경' '탐라철쭉'등이 전시장으로 나와 봄, 가을을 물들이는 아름다운 계절 색감을 선사한다.고흥 출신의 천경자는 전통 채색화를 기반으로 화려한 색채를 사용해 환상적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을 작업해왔다. 전시에서는 그가 고흥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항구에서 물고기를 가득 잡아온 만선을 보고 느낀 기쁨을 화려하게 표현한 '만선'을 비롯해 '화혼' 등 이건희 컬렉션을 통해 고향의 품으로 안긴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이번 전시는 지역 출신의 작가 작품을 통해 남도의 아름다움과 우리 지역 미술을 확인하는 자리로도 의미가 크지만 기증 작품을 함께 향유하며 기증의 의미를 조명하고 활성화하며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갖춘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전시가 이뤄지는 상설기증전시관 또한 이같은 맥락에서 운영, 도립미술관은 작품을 나열하는 것에서 벗어나 전시를 기획해 다양한 관점에서 해당 작품들의 의미를 조명하고 있다.도립미술관은 현재 566점의 소장품 중 27.9%인 158점이 기증작품으로 이 중 120여점은 전남 지역 출신 작가의 작품으로 남도 미술의 흐름을 조망하고 연구하는 중요 컬렉션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작품기증은 단순히 작품을 많은 사람과 향유한다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사를 연구하는 주요 자원을 공유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천경자 작 '만선'이지호 도립미술관 관장은 "이번 전시가 작품의 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림과 동시에 기증 문화의 활성화, 문화 자산의 사회적 환원 확산을 이루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또 관람하는 분들은 지역 미술사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하고 자연을 주제로 한 이 지역 작가들의 예술적 탐구를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전시는 무료이며 내년 2월 9일까지 이어진다.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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