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으로 되살린 '들불열사' 아버지의 삶

입력 2025.03.26. 15:33 최소원 기자
5·18 최후 시민군 활동으로 옥고
석방 후 18년 병마 시달리다 숨져
한국무용가 김연우씨 춤 형상화
내달 10일 ‘에피소드극’ 무대에
어두운 역사 돌아보는 계기로
춤과 춤꾼의 에피소드극 '별.빛 맞춤' 공연 웹 포스터

5·18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최후의 시민군이었던 '들불열사' 고(故) 김영철 열사의 딸이 아버지와의 기억을 담은 뜻깊은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고(故) 김영철 열사와 딸 김연우씨

김 열사의 딸인 김연우씨는 내달 10일 오후 7시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공연장에서 '춤과 춤꾼의 에피소드극-별.빛 맞춤'을 무대에 올린다.

한국무용가로 활동 중인 김씨가 이번 공연을 기획한 것은 개인 발표회를 앞두고 가장 '나'다운 것을 떠올리면서 시작됐다. 김씨의 아버지인 김 열사의 이야기가 곧 자신의 이야기이고, 김 열사의 이야기가 오월의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힘겨웠던 삶의 이력을 다시 정리하고 이를 춤과 극으로 형상화하는데 오랫동안 힘을 쏟았다.

김연우씨가 참여한 '5.18 38주년 전야제' 행사

고 김영철 열사는 1948년 순천에서 태어나 1978년 7월 들불야학 설립 기반을 닦았고, 야학 교장 겸 강학으로 활동했다. 그는 5·18 당시 최후의 시민군으로 5월27일 옛 전남도청을 사수하다 총상을 입고 쓰러졌다. 체포 후 계엄군사법정에서 재판을 받고 극심한 옥고를 치렀으며, 1981년 석방됐지만 병이 악화되면서 18년간 병마에 시달리다 1998년 8월16일 사망했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김씨는 호남 지역을 무대로 다양한 공연 활동을 펼쳐왔다. 도청을 지키다 돌아가신 열사분들을 위한 공연 '오월의 붉은 기도' 등 을 공연하며 호평을 받았다. 현재는 공연단체 몸짓플러스 나비연의 단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연우씨가 참여한 '5.18 38주년 전야제' 행사

김씨가 직접 주최, 주관하고 몸짓플러스 나비연, 놀이패 신명과 협연하는 이번 공연은 '에피소드극'의 형식을 취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존 춤 발표 공연에서 장르를 확장해 김 열사와 딸 연우씨 부녀의 에피소드가 담긴 극을 삽입함으로써 몰입을 더한다.

어릴 적 김씨에게 다양한 노래와 율동을 알려줬던 아버지 김 열사에 대한 추억이 담긴 일화도 담겼다. 춤추기를 좋아했던 김씨를 보며 "우리 연우는 춤도 잘 추니까 나중에 커서 무용 선생님 되면 좋겠네"라며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김 열사의 모습 등이 재연돼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할 예정이다.

김연우씨가 참여한 '오월의 붉은 기도' 공연

특히 공연에서는 죽은 자를 '별', 산 자를 '빛'으로 설정해 서로 마주 보고 춤을 통해 아픈 과거를 치유하며 미래로 나아가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버지와의 기억을 비롯해 무용가로서의 성장 과정을 '춤'이라는 장르의 예술로 승화해 볼거리를 더한다.

김씨는 "아버지를 소재로 무대를 준비하는 동안 가족들과 있었던 일들이 떠올라 마음이 울컥하기도 했다"면서 "관객분들이 오월의 영령들, 평화를 위해 피를 흘리고 희생하셨던 모든 분들의 역사가 끝난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마주하고 있음을 느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연 '춤과 춤꾼의 에피소드극-별.빛 맞춤'은 만 7세 이상부터 관람 가능하며, 티켓 가격은 전석 2만원이다. 공연 예매는 네이버 폼을 통해 신청할 수 있고 공연과 관련된 문의는 전화로 가능하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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