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7월9일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이르는 연도에 인파가 몰렸다. 서울시청 일대 하늘에서는 꽃가루가 날리며 이날의 주인공을 축하했다. 오픈카에 탄 히어로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미국 톨레도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 플라이급 우승으로 한국에 첫 세계대회 쾌거를 안긴 장창선의 승전보는 개인을 넘어 대한민국 최초의 카퍼레이드로 국민적 이벤트가 됐다. 장창선이 테이프를 끊은 카퍼레이드는 1973년 이예리사·정현숙 주역의 세계탁구선수권 여자 단체전 우승, 1974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놀드 테일러를 누르고 프로복싱 챔피언 왕좌에 오른 홍수환,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선수단, 2001년 보스턴 마라톤 1위 이봉주 등 국위를 선양한 국제대회 우승자들은 무게차를 타고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개선했다. 그 감격이 어디 당사자 뿐이랴. 텔레비전으로 카퍼레이드를 시청한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대규모 인력 동원과 '스포츠 정치화'에 따른 비판으로 정부 주도 카퍼레이드는 올림픽 등 주요 국제대회로만 적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카퍼레이드는 최고를 위한 축제이다. 주인공이 만들어낸 감격의 순간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영광, 환희, 감동으로 재생된다. 오픈카에 탑승한 주역은 스포츠 선수 뿐만 아니라 정치인, 프로기사 등 다양했다. 외국에서는 자동차 행렬만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지자체에서는 연고 프로구단 경사를 기념하는 지역 이벤트로도 활용한다. KBO 2024 프로야구 통합우승과 V12를 달성한 기아 선수단이 30일 금남로에서 광주시민과 팬들을 만난다. 타이거즈의 카퍼레이드는 1987년 해태 V3 이후 세 번째다. 올 시즌 전지훈련지에서 예기치 못한 감독교체와 부상으로 주축 선수 이탈이라는 최악의 위기상황을, 신구 조화의 팀컬러로 재탄생시키고 용병을 비롯한 선수단 일치 단결로 극복한 우승의 서사는 울림이 컸다. 기아 선수단만의 자축을 넘어 장기간 경기 침체로 시름에 빠진 전국민에게 긍정의 메시지와 에너지를 불어 넣기에 충분한 자리다. 광주 무등야구장을 적셨던 목포의 눈물은 광주의 찬가로 변해 삐끼삐끼춤과 함께 금남로 광장에서 축제의 장을 연출할 것이다. 지난달 28일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중계방송을 하던 한명재 캐스터 우승콜 처럼, 시대의 아픔을 야구로 극복한 광주가 대한민국에 희망을 쏜다.
이용규 신문제작국장 hpcyglee@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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