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
사람에게 잠은 생존을 위한 절대변수다. 냉전 시절 구소련(러시아) 시베리아 강제노동소에 수감된 정치범들은 혹독한 소련군의 24가지 고문으로 수난을 겪었다. 이들 중 가장 혹독한 것이 잠을 재우지 않는 고문이었다. 죄수를 의자에 앉혀 꽁공 묶은 후 졸거나 눈꺼플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잠이 들면 독방 벽에 새겨진 날카로운 바늘로 찔리는 것이 이 고문의 원리였다.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도 이 고문을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인간은 삶의 3분이 1가량을 잠으로 소모한다. 그만큼 수면은 인간에게 필수적 생존의 조건이다. 지난 3일 밤 10시28분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수많은 국민들이 TV를 통해 뜬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 '딥페이크 영상'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믿기지 않는 순간이었다.
뜬금 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일순간 공포와 분노로 바뀌었다. 알 수 없는 충격과 공포가 대한민국 전체를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윤석열 계엄 파동'은 결국 6시간 만에 끝났다. 그러나 5천200만 우리 국민은 숨죽이며 45년 전 민주화열기를 무참히 짓밟았던 비상계엄의 악령을 숨 죽인채 지켜봐야 했다. 중무장한 특전사 대원들이 국회 유리창을 깨부수고 의사당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은 보는 그 자체로 모두의 심장을 멈추게 했다.
우리 모두는 잠자리에 들 수 없었다. 이는 소련군의 불면 고문보다 더한 고통이었다. 이번 계엄파동은 결국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190명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하면서 155분의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전 국민은 밤잠을 설친 채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터로 향하는 등 저마다의 일상을 시작했다. 후폭풍은 끊이지 않았다. 국회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했으나 여당인 국민의 힘 의원들의 보이콧 파동으로 부결됐다.
8일에도 국민들은 여의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대통령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국민들은 벌써 6일째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윤석열 계엄 파동'은 이성적 상태가 아닌 대통령과 이런 지도자가 움직이면 얼마든지 비상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는 제도가 작동한 결과가 가져온 최악의 모습이다. 비정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국민들 뿐이다. 국민들이 마음 놓고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오기만을 바란다.최민석문화스포츠에디터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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