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졸업(卒業)

@최민석 입력 2025.02.10. 13:32

졸업(卒業)

해마다 2월이 되면 가장 바쁜 이들은 학생이었다. 다녔던 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사회에 나오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입춘을 지나면 곧바로 졸업시즌이었다. 2천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봄기운이 찾아들 무렵 일선 초·중·고교 정문 인근에서는 졸업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교문 위로 내걸렸고 식 당일에는 학생과 학부모 등 가족, 대목을 맞은 사진사들로 북적댔다.

학생들은 졸업식 날 아침부터 계란과 밀가루를 뒤집어쓴 채 몰려 다녔다. 가족들에게 자녀 졸업식 당일은 온 식구들이 한데 모여 자장면이나 경양식집에서 돈가스를 썰며 외식을 즐기는 날이기도 했다.

졸업식이 끝날 무렵 학생들은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 선생님과 친구들과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자 연신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흔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 눈물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뒤섞여 있었다. 석별을 앞둔 아쉬움과 슬픔, 새롭고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 추억과 향수의 시간으로 접어드는 복합적 감정이 한순간에 몰려오는 탓일 수도 있다.

졸업식 풍경도 시대 변화를 반영한듯 많이 바뀌었다. 성적 위주로 상을 주던 예전에 비해 전교생에게 학생의 장점이나 개성을 아이디어로 상을 주는가하면 각자의 재능과 학교생활 동안 두드러졌던 특징을 살려 상을 주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졸업실 날짜도 겨울방학이 길어지고 봄방학이 사라지면서 12월이나 1월 중 열리는 학교도 늘었다.

이제는 밀가루나 계란을 온몸에 맞으며 졸업을 추억으로 만들던 모습도 보기 힘들어졌다. 핸드폰에 카메라가 탑재되면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사진사의 모습도 사려져가고 있다. 출산율 저하로 학생수가 급감한 것도 졸업식 풍경이 에전 같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올해 졸업 시즌 중 가장 큰 뉴스는 의정 갈등 장기화 여파로 전남대 의대 학위수여식이 취소됐다는 소식이다. 이는 1944년 개교 이래 처음이다. 전남대 뿐 아니라 졸업생이 1명 뿐인 전북대, 강원대와 경상대, 부산대, 충북대 등이 학위수여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축하와 출발의 장이 돼야 할 졸업식 의미와 위상이 퇴색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예전처럼 들썩이는 축제 같은 졸업식 풍경을 다시 보고 싶다.최민석문화스포츠에디터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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