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봄

@김혜진 입력 2025.03.23. 21:40
김혜진 취재3본부 차장

봄이 성큼 찾아왔다. 전남 곳곳에서도 봄꽃 축제를 시작했다.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와 진달래가 바톤을 이어받았고 이제 벚꽃과 유채꽃이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 채비 중이다. 이상기후로 개화율은 떨어졌지만 매화축제만해도 38만 5천명의 관광객이 발걸음하며 지역에 모처럼 활기를 선사했다.

이처럼 따뜻해진 날씨와 아름다운 꽃을 즐기기 위해 사람이 모이며 지역 경제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많은 해이지만 봄에 맞이하는 활기는 올해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을 갖게 하기도 한다.

지난 22일 광주 임동 일대에는 아주 커다란 꽃이 폈다. 가히 봄이 시작됐다 할만한 훈풍이 불었다. 지난해 V12를 달성한 프로야구팀 KIA타이거즈가 개막 경기를 가진 것이다.

V13을 기대하게 하는 올해의 시작을 알리는 이날 개막 경기에는 광주 팬들은 물론 전국의 팬들이 몰려 들었다. 가깝게는 전남과 전북에서, 멀게는 수도권에서도 광주를 찾았다. 이같은 열기에 2만5천석 규모의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는 일찌감치 매진되며 만원관중을 이뤘다. 주로 앉아서 경기를 즐기던 3층 관중석의 관람객들도 모두 일어서서 뜨거운 응원 열기를 펼치는 등 임동 인근이 떠들썩했다. 2연전이 치러지는 23일에도 경기장 관람권은 매진됐다. 이틀 동안 이곳에 5만명이 몰려든 것이다.

팬들의 KIA를 향해 보내는 뜨거운 응원 열기만큼 경기장 인근 상권의 계산대 위 포스기도 뜨거웠다. 경기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낮 경기에 앞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주변 식당을 찾고, 경기를 보며 요기하기 위해 관람객들이 배달을 시키면서다.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에서 승객을 실어나르며 택시도 모처럼 미소를 지었고 주변 마트도 주류와 음료 등이 불티나게 팔리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실제로 개막식날 한 배달 전문 음식점은 평소보다 이날 매출이 30~40% 오르는 등 야구 개막과 함께 특수를 누렸다.

계엄이니 탄핵이니 뜬금 없는, 그 어느때보다 혹독히 추웠던 겨울을 보내며 모두가 얼어붙었던 지역에 KIA가 모처럼 봄바람을 몰고 온 셈이다.

이 봄날이 진정한 봄날을 만나 더 오래가길 바라본다. 우리 마음 속 응달이 완전히 사라질 날을 기다린다.

김혜진 취재3본부 차장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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