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쉽지만 잘 싸웠다" 광주서 울려퍼진 '대한민국'

입력 2024.07.31. 14:50 박승환 기자
광주 서구청 펜싱팀 숙소서 응원전
생중계 안 해 영상통화로 경기 지켜봐
지난 30일 오후 광주서구청 펜싱팀 선수들이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의 8강전 경기에 출전한 강영미(39)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었던 만큼 영미 스스로 누구보다 아쉬울 것 같습니다. 귀국하면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 준준결승전(8강전)이 열린 지난 30일 광주에서도 '대한민국' 함성이 울려 퍼졌다.

비록 개최국인 프랑스에 발목이 잡히면서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응원에 나선 동료들은 대표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격려를 보냈다.

이날 오후 8시께 찾은 광주 서구 풍암동 서구청 펜싱팀 남자 합숙소에는 평소와 다르게 긴장감이 맴돌았다.

강영미(39·광주서구청), 송세라(31·부산시청), 이혜인(29·강원도청) 선수로 구성된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의 8강전 경기를 앞두고 있어서다.

사상 첫 금메달 도전인 데다가 서구청 펜싱팀 소속인 강영미 선수와 김재원(26) 선수 모두 개인전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만큼 8강전 경기는 메달 획득을 위한 유일한 길목이었다.

펜싱 국가대표 베테랑이자 서구청 펜싱팀 맏언니 강영미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감독과 동료들은 합숙소에 일찌감치 모였다. 미리 준비한 태극기와 응원 피켓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경기 시작 시간인 8시30분이 되도록 펜싱 경기를 볼 수 없었다. 지상파 방송사 모두 같은 시간 진행된 탁구 혼합 복식 동메달 결정전을 생중계했기 때문이다.

결국 감독과 동료들은 올림픽 현장에 나가 있던 김재원 선수와의 영상통화로 궁금증을 해소했다.

이것으로 부족해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점수판까지 동원해 가며 대표팀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는 시작부터 잘 풀리지 않았다. 첫 번째 릴레이부터 상대 팀인 프랑스에 리드를 내줬기 때문이다.

릴레이를 거듭해도 프랑스와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경기를 지켜보던 감독과 동료들은 안타까운 듯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아직 시간 많다.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 천천히 풀어가자"라고 외치며 응원을 이어갔다.

강영미 선수가 주특기인 빠라드 동작으로 점수를 뽑자 환호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수차례의 공격에도 점수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프랑스에 31-37로 끝내 패했다.

응원에 나선 감독과 동료들은 경기가 끝나자 아쉬움을 쏟아내면서도 선수들을 격려했다.

지난 30일 오후 광주서구청 펜싱팀 선수들이 펜싱 여자 에페 대표팀의 8강전 경기를 영상통화로 보고 있다.

최은숙(39·여) 선수는 "메달을 기대했는데 아쉽다. 개최국과 경기를 하다 보니 현장의 응원 분위기에 선수들이 부담을 느낀 것 같기도 하다"며 "영미도 단체전이라 실수를 안 하려고 하다 소극적으로 경기를 푼 것 같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서구청 펜싱팀 막내 김수빈(20·여) 선수는 "누구보다 가장 아쉬울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임해준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했다.

박광현(59) 서구청 펜싱팀 감독은 "첫 번째 릴레이부터 리드를 내어준 게 패배의 요인이었던 것 같다. 영미가 좀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영미의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었는데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아쉽다.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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