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6년 '아동안전지킴이집'···전시행정 전락하나

입력 2024.11.29. 10:03 차솔빈 기자
4년째 지킴이집 감소 추세
폐업 반영 안된 지킴이집 多
활동 지속할 유인도 부족해
28일 오전 광주 동구 계림동의 한 빈 점포. 이곳은 2년 전 폐업했지만, 현재까지도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등록된 상태다.

위험에 처한 아동을 보호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마련한 아동안전지킴이집이 관리 부재로 전시행정으로 전락하고 있다. 올해로 시행 16주년을 맞았지만 지킴이집이 매년 줄고 있는데다 운영 중인 곳도 홍보 부족으로 여전히 제 역할을 못하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29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광주지역 내 아동안전지킴이집은 총 241곳이다.

지킴이집은 지난 2008년 안양시에서 일어난 초등학생 유괴·살인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도입됐다.

통학로와 문구점, 편의점, 약국 등 학생들과 유대감을 가지고 사명감이 있는 시민들의 참여로 아동에게 안전한 생활구역을 만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지킴이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아동의 안전을 제대로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지킴이집 수는 2020년 276개소에서 2021년 303개소로 잠시 증가세를 보인 후 2022년 271개소, 2023년 248개소, 2024년 241개소로 지속적 감소세를 보인다.

문제는 지킴이집 감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8일 오전 광주 서구 농성동의 한 문구사, 아동안전지킴이집 표시가 있지만, 안전Dream 누리집에는 검색되지 않는다.

지역 내 지킴이집은 '안전Dream' 누리집을 통해서 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수년 전에 폐업 한 점포가 검색되는 등 최신 현황이 반영되지 않아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실제 광주 북구 오치동의 한 아파트단지 슈퍼마켓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동구 계림동의 한 24시 편의점 역시 지난 2022년 폐업 후 사라진 상태지만, 해당 누리집에는 이용 가능한 지킴이집으로 검색되고 있다.

만약 위험에 처한 아동이 이렇게 폐업된 장소로 향하게 된다면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최근 아동 학대 등 어린이 안전을 위협하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음에도 정작 지킴이집에 대한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광주시 내 지킴이집에 배정된 예산은 연 2천760만원에 불과했다.

28일 오전 광주 북구 오치동의 한 아파트 상가. 이곳은 원래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지정된 마트가 있어야 하지만 수 년 전 없어진 상태였다.

현재 241개소가 등록돼 있음을 감안하면, 지킴이집 한 곳당 10만여원에 불과한 예산이 책정된 셈이다. 게다가 해당 예산은 각 아동안전지킴이집에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홍보, 교육, 현장점검 등에 쓰이고 있어 지킴이집 업주들은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한 문구점 주인 김모(60)씨는 "아동안전지킴이집 활동을 하게 되면, 매년 두어번씩 점검을 받아야 하고, 교육도 받아야 하는 등 영업에 불편한 점이 생긴다"며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제로(0)에 가까운 실정이다 보니 점차 지킴이집을 이탈하는 사람들이 느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매년 상·하반기에 지킴이집 점검 현황을 업데이트하는데, 각 점검 기간 사이에 폐업하거나 이사하는 경우, 업주가 바뀌는 경우 등 수시로 변경사항이 생겨 누리집 반영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지킴이의 특성을 고려해 생활용품 지급 등으로 유인을 높이고, 홍보 효과를 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차솔빈기자 ehdltjstod@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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