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겪어보니 민주주의 소중함 깨달아"...5·18민주묘지 발길 이어져

입력 2024.12.10. 16:41 박승환 기자
비상계엄 사태 이후 방문객 늘어
5·18 영령 위로하고 정신 계승 다짐
10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시민들이 문재학 열사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

"5·18 민주 영령들의 희생으로 얻은 민주주의 다시 지켜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5·18 민주묘지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광주를 방문한 시민들은 전두환 신군부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다가 산화한 5·18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며 5·18 정신을 이어나갈 것을 다짐했다.

10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손과 귀가 시릴 정도로 추운 날씨였지만 시민들의 발걸음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앳된 1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소년이 온다'를 품에 안고 찾은 시민도 있었다.

실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 4일부터 전날까지 민주묘지 방문객은 1천469명에 달했다.

보통 5·18 전야제 등 다양한 5·18기념행사가 집중된 5월에 방문자가 가장 많은 편이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예년보다 찾는 시민들이 많아졌다고 안내팀 관계자는 전했다.

탁 트인 넓은 광장을 지나 추모탑 앞에 선 시민들은 5·18 영령들에게 묵념을 한 뒤 묘지를 하나하나 둘러봤다. 열사들의 이름이 새겨진 묘비를 손으로 어루만지기도 했다.

10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마친 한 학생이 방명록을 남기고 있다.

서울에서 온 박수지(48·여)씨는 "광주를 방문한 김에 민주묘지를 찾았다. 비상계엄을 겪어보니 곧바로 5·18 생각이 났다"며 "뉴스를 통해 본 총을 든 군인들의 모습이 너무 선명해 아직도 가슴이 벌렁벌렁 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50여 년 전 더 큰 아픔을 겪은 광주시민들에게 위로와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파주에서 온 노미선(58·여)씨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12월3일 모두 똑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선거 때부터 그 누구보다 공정과 상식을 외쳤던 사람이라 실망감이 더 크다"며 "민주주의라는 게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 소중함을 잘 몰랐었던 것 같다. 이곳(민주묘지)에 잠들어 있는 5·18 영령들을 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민주주의를 잘 지켜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남긴 방명록에서도 이번 비상계엄이 안긴 충격과 5·18 영령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민주주의의 고마움과 소중함 느낄 수 있었다.

방명록에는 "착잡하고 답답해서 마음이 가는 곳으로 왔다", "어수선한 나라의 분위기 속에 잠시 다녀갑니다", "5·18 영령들이여 부디 민주주의를 지켜주세요", "항상 잊지 않고 기억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희생으로 얻어낸 민주주의 다시 한번 지켜내겠습니다" 등이 적혀 있었다.

서울에서 온 최지안(19)양은 "역사를 공부하며 접한 비상계엄을 실제로 겪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렇게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서로 의지하는 것이 5·18 정신인 것 같다. 5·18 영령들이 희생으로 지켜낸 소중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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