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들 "민주국가 수호 군인정신의 표본…정신 이어가겠다" 다짐

"거대한 쿠데타에 맞선 정선엽 하사의 정신이 45년 지금 시민들에게도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45년 전 12·12 군사반란에 맞서다 목숨을 잃은 고(故) 정선엽 하사의 추모식이 그의 모교인 광주동신고등학교에서 열렸다. 추모식에 참석한 졸업생들은 정 하사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는 한편 최근 일어난 12·3 계엄 사태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행동에 찬사를 보냈다.
광주동신고등학교 총동창회는 12일 오전 동신고 교내에 위치한 동신인민주화운동기념비 앞에서 '의로운 동문 7회 정선엽 하사 45주년 추모식'을 열었다.
추모식에는 동신고등학교 졸업생과 3학년 재학생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1956년 영암에서 태어난 정 하사는 조선대학교부속중학교와 동신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조선대학교 전자공학과에 입학 후 1학기를 마치고 군에 입대했다.
1979년 12월 13일 새벽,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1공수특전여단이 국방부를 향하던 상황에서, 당시 전역을 3개월 앞둔 병장이던 그는 후임 대신 요충지인 B2 벙커를 지켰으나 공수부대원의 사격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향년 23세였다.
정 하사는 2022년에서야 전사자로 인정됐으며 올해 병장에서 하사로 추서됐다. 그의 죽음은 지난해 11월 영화 '서울의 봄'을 통해 재조명됐으며 조선대학교는 지난 2월 정 하사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동문들은 지난 2017년 모교인 동신고등학교에 그를 기리는 소나무를 식수했으며 지난해에 첫 추모식을 열었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졸업생들은 최근 12·3 계엄 사태를 보고 정 하사가 떠올렸다고 입을 모았다.
1회 졸업생인 신길웅 총동문회 명예회장은 "반란군에 맞선 정선엽 하사야말로 민주국가를 수호하는 군인정신의 표본"이라며 "거대한 반란군에 홀로 맞서 외롭게 죽어간 그의 정신이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 같아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엄 사태는 광주가 아닌 서울에서 벌어졌기에 방송과 SNS로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은 시민들이 나설 수 있었고, 민주교육을 받은 군인들이 명령에 소극적으로 대응했기에 80년 광주 같은 아픔은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병태 정선엽추모사업회장은 동신고 재학 시절 정 하사와 함께 흥사단 활동을 한 1년 선배다. 김 회장은 "지난 3일 국회 앞에 계엄군을 저지하려고 모인 국민들의 모습이 곧 45년 전 정선엽 동문이자 44년 전 광주시민이다"며 "최근 충암고 이사장이 윤석열과 김용현 등을 부끄러운 졸업생이라 했는데 우리는 자랑스러운 정선엽 동문의 정신이 이어지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동신고등학교 3학년 김형주 군은 정 하사를 비롯해 민주화 열사로 활동한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동신인의 민주화운동' 독후감을 발표했다.
김 군은 "정선엽 선배를 알고 난 뒤, 단순히 학교가 공부하는 장소가 아니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선배님들의 꿈이 서린 장소라는 걸 알게 됐다"며 "불의에 저항했던 선배의 고귀한 정신을 잊지 않고 계승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임창균기자 lcg051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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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환초 강제동원 조선인 명단 최초 확인···대다수 전남 출신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13일 오전 광주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일제강제노역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씨를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 정부 문서를 통해 확인한 밀리환초 강제동원 피해자 640명의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강주비 기자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에 의해 남태평양 마셜제도 밀리환초로 강제 동원된 조선인 대부분이 전남 지역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13일 오전 광주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일제강제노역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씨를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 정부 문서를 통해 확인한 밀리환초 강제동원 피해자 640명의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중 635명이 전남 지역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밀리환초 강제동원 사건은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군사시설 건설을 위해 조선인을 군속으로 강제 징용해 남태평양 밀리환초에 투입한 사건이다. 전남에서만 800~1천여명이 끌려간 것으로 추정되며, 식량이 끊긴 고립 상황에서 일본군의 폭압과 집단 학살이 발생했다. 일부 조선인은 동료 시신을 '고래 고기'라 속여 배급한 사실을 알게 된 후 반란을 일으켰고, 일본군은 이를 이유로 대규모 총살을 자행했다.그동안 피해 규모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다케우치 씨가 밀리환초에서 희생된 조선인 218명의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명단은 기존 218명을 포함해 총 640명으로, 일본 정부가 작성한 '피징용 사망자 연명부'와 '해군 군속 신상조사표' 등을 통해 파악됐다.자료에 따르면 피해자 대부분이 담양, 나주, 무안, 해남, 강진 등 전남 각지에서 차출됐다. 명단에는 창씨개명된 일본식 이름, 생년월일, 출신지, 징용일, 사망일, 사망 원인, 동원 당시 탑승 선박명, 미지급금 등 희생자들의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13일 오전 광주시의회 1층 시민소통실에서 일제강제노역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씨를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 정부 문서를 통해 확인한 밀리환초 강제동원 피해자 640명의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진은 간담회에 참여한 남양군도 강제동원 희생자 서조왕금씨의 아들 서태석씨의 모습. 강주비 기자특히 1992년 태평양전쟁희생자광주유족회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일명 '광주천인소송'의 원고 중 23명(피해자 기준 25명)이 밀리환초 동원자임이 이 명단을 통해 확인됐다. 광산과 구례에서는 한 집안에서 형제가 함께 동원된 사례도 드러났다.이 외에도 다케우치 씨는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발굴한 '반도공원 퀘젤린·루오트 옥쇄자 명부'도 이날 처음으로 공개했다. 명부에는 677명의 인적이 기록돼 있는데, 피해자 다수는 전남, 경기, 경상도에서 동원된 경우였다.또 괌 지역에 동원됐다가 숨진 조선인 96명의 '괌(Guam) 옥쇄자 명부' 중에서도 75명이 전남 출신으로 확인됐다.다케우치씨는"유족과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일본 정부는 관련 자료를 전면 공개하고, 진상규명, 유골 반환, 정신 계승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는 "전남 지역에서만 이렇게 많은 인원이 강제동원돼 희생됐다는 사실이 구체적 문서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며 "이제라도 진상규명과 유골 반환 등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남양군도 강제동원 희생자 서조왕금씨의 아들 서태석씨는 "아버지가 머나먼 외국 땅에서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밀려왔다. 유가족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며 "일본 정부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나라가 힘이 없어 끌려간 것도 억울한데, 그 고생 끝에 결국 목숨까지 잃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원통하다. 지금이라도 일본이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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